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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의 화법 연구

朴 닮아가는 文 이젠 ‘쇼통’조차 없다

  • 이종훈 정치평론가 rheehoon@naver.com

대통령의 화법 연구

  • ● ‘한국당과의 전면전’ 택한 듯
    ● 강하고 적대적이고 이념적인 언어 구사
    ● ‘문재인 선거’로 내년 총선 가닥?
    ● 경제 실패, 조기 레임덕 초조
[청와대사진기자단]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이 강해졌다. 협치나 소통의 의지가 느껴지지 않는다. 이유가 뭘까? 국정 성과가 나지 않기 때문이다. 조기 레임덕 조짐이 나타난 때문이다. 그리고 총선거가 다가오기 때문이다.


답답하다

6월 9일 문재인 대통령이 북유럽 3개국 순방차 출국했다. 서울공항에 배웅을 나온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와 이인영 원내대표에게 “추경(추가경정예산)이 안 돼 답답하고, 국민도 좋지 않게 볼 것 같다”고 했다. 이틀 전인 7일 윤종원 청와대 경제수석이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우리 경제의 하방 위험이 장기화될 소지도 배제하기 어렵다”면서 추경 처리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번 추경에 포함된 경기 대응, 민생경제 긴급지원 예산은 4조5000억 원이다. 2019년 전체 예산 469조6000억 원 대비 1%에도 미치지 못한다. 그 정도로 예산이 절박해졌다는 것인지, 책임을 자유한국당의 추경 발목잡기로 돌리고 싶은 것인지 모르겠다. 

장하성 전 청와대 정책실장은 지난해 11월 사임하기 직전까지 내년에는 소득주도성장 효과를 실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 전망대로라면 지금 우리 경제는 선방하고 있어야 한다. 미국 경제는 요즘 잘나간다. 

하지만 현실은 수출과 내수 쌍끌이 침체 양상일 뿐이다. 이런 상황에서 4조5000억 원을 푼다고 내수 시장이 되살아날까? 경제학자 누구도 동의하지 않을 것이다. 이 정도 돈에 목매야 하는 지경에 이르렀지만, 대통령을 비롯해 누구 하나 실패를 인정하는 사람이 없다. 국민은 이런 점을 답답해한다. 



문 대통령이 취임 초기 내세운 최고의 국정목표는 일자리였다. 소득주도성장에 뿌리를 둔 양질의 일자리 확대를 지향했지만, 결과는 반대로 나타나고 있다. 고령층 중심의 비정규직 단기 일자리만 늘었을 뿐이다. 30~40세대의 정규직 일자리는 줄어들었다. 실업자 규모도 역대 최고 수준이다. 

일자리 못지않게 공을 들인 국정목표는 남북한 관계 개선이다. 세 차례의 남북 정상회담과 두 차례의 북·미 정상회담이 성사 됐지만, 북한 비핵화에 진전이 없다. 북한은 최근 단거리미사일을 발사해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을 뿐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오지랖” 발언을 비롯해 문 대통령에 대한 북한의 불만 표출 강도도 높아지고 있다. 그런데 벌써 집권 3년차다. 더는 과거 정부 탓을 하기 어려운 시점에 도달한 것이다. 

“4주년 같아요…정부가!” 

김수현 청와대 정책실장이 5월 10일 당정청 을지로 민생현안회의 때 남긴 말이다. 방송사 마이크에 녹음된 이 대화는 청와대의 고민을 말해준다. 일각에서는 레임덕이 시작된 것으로 보기도 한다. 레임덕 조짐은 공직사회의 변화로 확인 가능하다. 소극적으로 복지부동하는 정도를 넘어 적극적으로 반발하거나 야당에 협조적으로 변해간다.


고위직의 동요

6월 10일 양정철 더불어민주당 민주연구원장이 경남 창원시  경남도청에서 김경수 경남도지사와 만나면서 잠시 생각에 잠겨 있다. [뉴시스]

6월 10일 양정철 더불어민주당 민주연구원장이 경남 창원시 경남도청에서 김경수 경남도지사와 만나면서 잠시 생각에 잠겨 있다. [뉴시스]

문무일 검찰총장은 검경 수사권 조정안에 대해 공개적으로 반발했고 주미대사관 참사관은 한-미 대통령 대화록을 야당에 유출했다. 이 두 사건은 김태우 전 수사관과 신재민 전 사무관의 폭로와 비교할 때 무게감이 다를 수밖에 없다. 고위직이 동요한다는 의미다. 

5월 9일 취임 2주년 특집 대담에서 문 대통령은 “검찰이 더 겸허해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참사관 대화록 유출과 관련해 5월 29일 국무회의에서 “각 부처와 공직자들이 복무 자세를 일신하는 계기로 삼아주기 바란다”고 주문했다. 

특히 대화록 유출에 대해 이례적으로 중징계를 내렸다. 외교부는 해당 참사관을 파면했고 검찰에 고발했다. 3급 국가기밀 유출 정도로 실형을 선고받는 경우는 별로 없다. 조기 레임덕을 차단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야당은 공직사회의 제보에 의존해 이슈몰이를 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임기 말 레임덕이 오면 제보는 차고 넘치기 마련이다. 더불어민주당도 야당 시절 그런 경험을 했을 것이다. 이런 학습효과 때문에, 당청 모두 공직사회 기강 확립에 더 신경을 쓰는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경고의 수위를 높인다고 기강이 확립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국정 성과를 내고 대통령과 여당의 지지율이 높으면, 기강은 저절로 확립되기 마련이다. 목청만 높이면, 공직사회는 오히려 그것을 레임덕의 한 징후로 판단 내린다. 

“병참기지 역할을 하겠다!” ‘문의 남자’ 양정철 민주연구원장이 취임 직후 남긴 말이다. 최근 양 원장의 행보가 화제다. 5월 21일 서훈 국가정보원장과 비밀 회동을 시작으로 6월 3일에는 박원순 서울시장과 이재명 경기지사를 만났고, 6월 10일에는 김경수 경남지사 그리고 6월 11일에는 오거돈 부산시장과 만났다. 민주연구원장으로는 이례적 행보에 야권에서는 관권선거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선수’와 ‘코치’

양정철의 포석은 무엇일까? 정말 병참기지 역할을 하려는 것일까? 병참 참모는 전투의 전면에 나서지 않는다. 하지만 양 원장의 행보는 매우 공격적으로 전투 전면에 나선 모양새다. 자치단체장들과 일련의 회동에 대해 양 원장은 확대 해석을 하지 말라고 해명한다. 지자체 연구원들과 정책 연구 차원에서 업무협약을 체결한 것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의 복심으로 불리는 양 원장이다. 그 위상은 민주연구원 원장 임명으로 확인된 바다. 최근 만난 차기 대권주자만 3명이다. 이 정도면 최소한 원내대표 급이다. 이해찬 대표 다음 정도라는 뜻이다. 

실제로는 어떨까? 내년 총선 공천 그리고 선거 전략에 관한 한, 양 원장이 오히려 중심이 될 가능성이 높다. 문재인 대통령과 양 원장의 관계를 이해한다면, 자연스러운 일이다. 문 대통령을 대통령으로 만드는 과정을 기획하고 광흥창팀으로 이야기되는 핵심 인력을 충원했을 뿐만 아니라 대선을 사실상 지휘한 인물이 양 원장이다. 그래서 선거에 관한 한, 문 대통령은 양 원장의 제안을 거부할 수 없는 구조다. 문 대통령은 선수, 양 원장은 코치기 때문이다. 

양 원장은 내년 총선은 물론 차기 대선까지 기획을 마쳤을 것이다. 민주연구원장으로 취임한 순간부터 그 실행 과정에 들어선 것으로 봐야 한다. 민주연구원은 다른 정당 연구원과 마찬가지로 선거 관련 여론조사를 실시해 그 정보를 공천심사위원회에 제공하기 마련이다. 그다음 역할이 선거공약 개발이다. 그런데 양 원장 체제하에서 민주연구원은 그 이상의 역할을 할 것이 분명하다. 

여론조사를 근거로 선거 전략을 기획해 내놓을 것이고, 지역구 여론조사를 근거로 공천 방향을 제시할 것이고, 지자체 연구원들의 도움을 받아 지역민에게 호소력 강한 지역 공약도 개발해 내놓을 것이다. 이처럼 총선거의 A부터 Z까지 주도할 가능성이 높다. 더 나아가 대통령의 총선 관련 행보까지 기획해 제안할 가능성이 높다. 버튼은 이미 눌러진 상태다.


“좌파독재” vs “독재자의 후예”

“독재자의 후예가 아니라면 5·18을 다르게 볼 수 없다!” 문재인 대통령이 5·18 민주화운동 39주년 기념사에서 한 발언이다. 문 대통령의 최근 강경 발언은 한 곳을 겨냥한다. 자유한국당이다. 먼저 도발한 쪽은 자유한국당이다. 특히 황교안 대표 취임 이후 대통령과 여당을 향한 센 발언이 연일 터져 나오고 있다. 누구보다 황 대표 자신이 선도해왔다. “좌파독재”라는 표현이 대표적이다. 

대표가 대통령과 정부를 비판하면서 극단적 표현을 사용하는 것을 본 국회의원들이 ‘따라 하기’를 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심지어 경쟁이 벌어지기조차 하는데, 이것은 모두 내년 총선에서 공천을 받아보려는 일종의 자구 노력으로 봐야 한다. 유력 차기 대권주자인 황 대표가 내년 총선에서 대대적 물갈이를 거쳐 친(親)황계 구성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빨리 친황계에 편입돼야 하는데, 황 대표 눈에 들려면 무엇보다 황 대표 마음에 쏙 드는 발언으로 주목을 받아야 한다. 오래되어 조금 식상하지만 여전히 유효한 살아남기 방식이다. 

문 대통령의 독재자 후예 발언은 이에 대한 대응 성격이 강하다. 하지만 굳이 직접 나설 필요가 있었을까 하는 의문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문 대통령은 5월 29일 을지태극 국무회의 때에도 자유한국당을 겨냥한 발언을 내놨다. 

“외교적으로 극히 민감할 수 있는 정상 간의 통화 내용까지 유출하면서 정쟁의 소재로 삼고 이를 국민의 알 권리라거나 공익 제보라는 식으로 두둔하고 비호하는 정당의 행태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한다.” 

이뿐만이 아니다. 6·10 민주항쟁 기념사에서는 “서로를 이해하기 위해 좋은 말을 골라 사용하는 것도 민주주의의 미덕”이라며, “일상 속의 민주주의가 더 튼튼해져야 민주주의의 후퇴를 막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누가 봐도 야당의 막말 논란을 겨냥한 말이다. 6월 6일 현충일 추념사도 공격적이었다. 

“약산 김원봉 선생이 이끌던 조선의용대가 편입되어 마침내 민족의 독립운동 역량을 집결했습니다…통합된 광복군 대원들의 불굴의 항쟁의지, 연합군과 함께 기른 군사적 역량은 광복 후 대한민국 국군 창설의 뿌리가 되고, 나아가 한미동맹의 토대가 되었습니다.” 

굳이 논란의 대상인 김원봉을 꼭 집어 언급한 데에는 이유가 있을 것이다. 대통령의 연설이 치밀한 기획과 정교한 조율을 거쳐 나온다는 것을 전제로 할 때, 답은 이것밖에 없는 것 같다. 문재인 대통령과 친문 핵심 세력은 내년 총선거를 ‘문재인 선거’로 치르려 한다! 그래서 문 대통령이 싸움의 전면에 나서서 강하고 적대적이고 이념적인 언어를 구사하는 것인지 모른다.


정쟁의 전면에 서면서 잃는 것들

“대연정은 실질적으로는 정권 교체 제안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2005년 7월 대연정을 제안할 때 내놓은 발언이다. 노무현 정부도 집권 초기 기세가 대단했다. 집권 1년여 만에 치러진 2004년 4월 총선거에서는 신설 여당인 열린우리당이 152석을 차지했다. 하지만 집권 3년 차인 2005년 4월 재보선에서 6곳 가운데 1곳에서도 승리하지 못하는 완패 끝에 결국 ‘여소야대’ 상황으로 몰리고 말았다. 노 대통령으로 하여금 대연정 제안을 하도록 한 배경이었지만, 끝내 반전에 실패했고 정권을 넘겨줬다. 열린우리당도 해체의 길을 걸었다. 

노무현 정부 시절의 과오를 문재인 대통령과 친문 세력은 되풀이하고 싶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대연정은커녕 협치도 아닌 정면 대결의 길로 들어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국가수반 지위의 대통령이 정쟁의 전면에 서면 그만큼 잃는 것도 많다. 문 대통령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불통 이미지를 닮아가고 있다. 이젠 ‘쇼통’조차 하지 않는 것으로 비친다.




신동아 2019년 7월호

이종훈 정치평론가 rheehoo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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