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신동아 로고

통합검색 전체메뉴열기

특집 | 崔·朴의 그림자

정_“포승줄 속 꼿꼿함은 朴과의 20년 세월에 대한 예의” 안_“지시 잘 이행한 죄로 구속 1% 모범생의 절망”

‘게이트의 주연급 조연’ 정호성과 안종범의 심리

  • 허만섭 기자 | mshue@donga.com, 이종훈 정치평론가 | rheehoon@naver.com

정_“포승줄 속 꼿꼿함은 朴과의 20년 세월에 대한 예의” 안_“지시 잘 이행한 죄로 구속 1% 모범생의 절망”

1/2
  • ‘남김없이 녹음하는 남자’와 ‘깨알같이 메모하는 남자’가 있다. 둘 중 하나를 비서로 골라야 한다. 당신은 누구를 선택할 것인가. 박근혜 대통령은 두 사람 모두를 중용했다. 최순실 게이트의 주연급 조연인 정호성 전 청와대 비서관(이하 정호성)과 안종범 전 청와대 수석(이하 안종범)의 심리를 추적했다.
정_“포승줄 속 꼿꼿함은 朴과의 20년 세월에 대한 예의”  안_“지시 잘 이행한 죄로 구속 1% 모범생의 절망”

◀정호성 전 청와대 비서관  ▶ 안종범 전 청와대 수석

기록은 본래 좋은 것이다. 문제는 타이밍과 용도다. 정호성의 음성파일과 안종범의 업무수첩이 미공개 상태로 있다가 1000년 뒤 세상에 공개된다면. 이 두 자료는 역사적 가치가 높은 귀중한 유물로 평가될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시가 많기로 유명하다. 국무회의에 참석한 장관도,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 참석한 수석도 그것을 받아 적어야 한다. 그중 제일은 정호성과 안종범이었다. 가장 지근거리에서 모셨을 뿐만 아니라, 지시를 정확히 받아서 수행했다.

만약 안종범과 정호성이 버락 오바마 같은 좋은 대통령을 만났다면 어땠을까. 그들이 남긴 이 업무일지와 녹취록은 청와대 교범으로 남았을지 모른다. 두 사람은 바람직한 참모의 전형으로 귀감이 됐을 수 있다.

첫 직장이 박근혜의원실

정호성은 고려대 학부-대학원을 나와 첫 직장이 박근혜의원실이었다. 수재가 국민의 신망을 받는 전도양양한 여자 정치인을 만나 한결같이 보좌해 마침내 함께 청와대에 입성했다. 그리고 나라의 ‘문고리 권력’을 쥐었다. 적어도 최순실 게이트 전까지 정호성은 ‘박 대통령을 만난 것이 내게 행운이고 나는 중요한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안종범은 성균관대를 나와 미국 박사를 마친 뒤 모교의 정교수가 됐다. 이렇게 교수로 65세 정년 때까지 지내도 남부러울 게 없는 인생이었다. 안종범은 어떤 우연한 기회로 박근혜 의원을 만났고 경제가정교사가 됐고 마침내 세계 10대 교역국의 실물경제를 좌지우지하는 청와대 실세수석이 됐다. 최순실 게이트 전까지 안종범도 ‘박 대통령을 만나 내 삶이 한 단계 더 도약했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삼성 재단인 성균관대도 자기 학교 교수면서 경제사령탑이 된 안종범을 좋아했다.

‘어디서부터 잘못됐나’

정_“포승줄 속 꼿꼿함은 朴과의 20년 세월에 대한 예의”  안_“지시 잘 이행한 죄로 구속 1% 모범생의 절망”

1월 5일 서울중잉지법 법정에 수의를 입고 앉은 최순실 씨, 안종범 전 수석, 정호성 전 비서관(왼쪽부터)

그러나 정호성과 안종범은 지금쯤 미결수 구치소에서 박 대통령과 함께 해온 지난날을 돌아보면서 ‘과연 어디에서부터 잘못됐는가?’를 생각하고 있을 것 같다. 공무원은 영혼이 없다고들 한다. 참모로 일하는 공무원은 특히 더 그러하다. 비서에게는 모시는 분의 영혼만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엄밀히 보면 틀린 말이다. 참모에게야말로 영혼이 필수다. 정의감으로 무장한 영혼 말이다. 참모는 주군보다 더 맑아야 한다. 거울로서 역할을 해줘야 한다.

정호성과 안종범 주변에 있던 사람들은 “정의감으로 무장한 영혼…맞는 말이다. 행정이, 정치가, 경영이 이렇게 투명하게 돼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면서도 “오너가 만나고 싶어 하는 사람을 못 만나게 할 재량, 오너가 듣고 싶어 하는 말을 못 듣게 할 재량이 참모에겐 정말 없다”고 사족을 단다. 우리나라 정치권과 기업의 내부 문화가 지극히 제왕적이어서 오너에 대한 절대충성이 요구되는 게 현실이라고 한다. 이들은 “이런 조직문화에서 누구든 안종범·정호성과 같은 상황에 처할 수 있다”고도 말한다.

정의감으로 무장한 영혼의 길을 걷는 공무원도 있다. 유진룡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하 유진룡)이다. 그는 2014년 1월, 7월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건에 대해 박 대통령에게 항의했다. 최순실 민원도 원칙대로 처리했다. 그리고 장렬히 잘렸다. 이제 정치권에서 유진룡은 총리감으로 꼽힌다. 왜 그럴까. 유진룡 같은 공무원이, 직장인이 아직은 희귀하기 때문이다.

안종범과 정호성은 구속 이후 공포를 느꼈을 것이다. 둘은 ‘아, 이제까지 쌓아온 나의 경력이, 인생이 한꺼번에 무너지겠구나’ 하는 두려움에 떨었을 것이다. 안종범에게는 돌아갈 안식처가 있었다. 성균관대학교다. 게이트의 핵심으로 알려지면서 그는 대학에 사표를 내야 했다. 꿩도 먹고 알도 먹으려고 했는데, 꿩은 날아갔고 알은 깨졌다. 그는 처음엔 청와대 수석 자리를 인생의 보너스 정도로 여겼을지 모른다. 잠시 하다 교수로 돌아가면 그만인 덤 말이다. 그런데 수석 자리와 교수 자리가 한꺼번에 사라졌다. 당황스러운 상황일 수밖에 없다. 안종범을 아는 한 여권 인사는 안종범의 심리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1/2
이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목록 닫기

정_“포승줄 속 꼿꼿함은 朴과의 20년 세월에 대한 예의” 안_“지시 잘 이행한 죄로 구속 1% 모범생의 절망”

댓글 창 닫기

2017/06Opinion Leader Magazine

오피니언 리더 매거진 표지

오피니언 리더를 위한
시사월간지. 분석, 정보,
교양, 재미의 보물창고

목차보기구독신청

지면보기 서비스는 유료 서비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