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3월호

주연 할까, 조연 할까

“정권 교체보다 ‘분권성장’ 이룰 개헌 더 절박”

‘지방분권 개헌’ 점화 김관용 경북지사

  • 김진수 기자 | jockey@donga.com

    입력2017-02-28 11:4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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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난 ‘보수(保守)열차’ 보수(補修)하는 정비공”
    • 정당정치는 경쟁의 정치…패권주의 청산해야
    • “자치단체장 대선 도전? 정상적이고 바람직”
    • “보수의 본산 대구·경북, 정권 창출 DNA 지녀”
    • “대선 출마 선언? 마지노선은 박 대통령 탄핵 시점”
    요즘 정치권에서 주목받는 인물 중 한 명은 김관용 경북지사다. 그도 그럴 것이, 1월 16일 자유한국당(옛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회의 유일한 상임고문으로 위촉돼 인명진 비대위원장과 함께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으로 만신창이가 된 당과 보수 재건의 전면에서 입지와 영향력을 넓히고 있어서다. 1995년 민선자치 부활 이래 23년째 지방행정 현장만 지켜온 김 지사의 전격적인 중앙 정치무대 데뷔인 셈이다.

    또한 1월 18일엔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열린 ‘지방분권 개헌 국회 결의대회’를 주도해 “지금이 개헌의 적기(適期)”라 강조하며 국회 헌법개정특별위원회(개헌특위)에 속도감 있는 진행을 촉구했다. 이날 행사는 국회와 정치권 내 지방분권 개헌 지지세력 확대와 국가 대개혁 등을 실현하는 유일한 방안이 지방분권 개헌임을 공론화하려 마련한 자리. 이에 그치지 않고, 2월 15일 경북 포항에서 제1차 지방분권 개헌 촉구대회를 개최한 데 이어 3월 2일엔 대구에서 제2차 촉구대회를 열 예정이다. 지방분권은 “수도권 비만이 지방 쇠퇴를 부르는 국가적 재앙”임을 줄곧 외쳐온 김 지사의 지론.



    “대한민국의 큰 자산인데…”

    게다가 김 지사는 여당 텃밭이자 보수의 본산 대구·경북(TK)지역의 구심점 구실을 하는 자타공인 ‘맏형’격 리더다. 경북 구미(선산)가 고향인 그는 요즘 말로 대표적인 ‘흙수저’ 출신. 그럼에도 대구사범학교 졸업 후 초등(국민)학교 교사로 출발해 행정고시(10회) 합격, 국세청(세무서) 및 대통령 민정비서실 근무를 거쳐 민선 1·2·3기 구미시장과 민선 4·5·6기 경북지사에 당선된 전국 유일의 6선(選) 지방자치단체장이다. 유례를 찾기 힘든 이력을 지녀서인지 그가 대권을 꿈꾼다는 관측도 모락모락 피어오른다.

    김 지사를 2월 1일 만나 당 개혁 작업, 보수의 가치와 정체성 위기 등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다. 공교롭게도 인터뷰 도중 ‘긴급 속보’가 떴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대선 불출마 선언 소식. 김 지사는 경북도의 새마을세계화사업을 통해 반 전 총장과 오랜 인연을 맺어온 사이. 그는 혼잣말처럼 “대한민국의 큰 자산인데…”라는 한 마디 반응을 보였다.



    시대는 ‘디지털’, 가치는 ‘아날로그’

    ▼ 당 비대위 상임고문을 맡아 당 개혁에 앞장서는데, 수락 배경과 지금까지의 활동 상황은.

    “1월 14일 인 위원장이 경북 안동 하회마을로 찾아와 상임고문역을 맡아줄 것을 요청했다. 그가 ‘삼고초려(三顧草廬)’라 표현했듯, 이전에도 여러 차례 요청을 했다. 인 위원장은 추후 당에 남아 뭘 해보겠다는 사심이 없는 분이다. 그래서 당을 살리는 데 힘을 보태달라는 간청을 뿌리칠 수 없어 수락했다. 요즘 매주 2~3회 비대위 회의에 참석하려 안동·서울을 오가느라 분초 단위로 시간을 관리하며 당 재건에 혼신의 노력을 기울인다. 1월 22일 인 위원장과 같이 발표한 당 혁신안도 그 일환이다.”

    ▼ 현재 자유한국당은 ‘3정(政) 혁신(정치·정당·정책 혁신)’을 표방한다. 구체적으로 뭘 어떻게 쇄신하겠다는 건가.

    “3정 혁신의 핵심은 기득권을 내려놓고, 국민 눈높이에서 재창당 수준으로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정당으로 거듭나자는 것이다. 정치를 국민에게 돌려드리게 될 정치혁신은 민생 중심 국민참여형 인재 영입으로 세대교체를 이루고, 비리 전력자의 공천을 배제하며, 국민이 당무에 직접 참여하게끔 제도화하는 것이다. 비정상적 정당을 정상적 정당으로 바로잡을 정당혁신은 계파정치를 청산하고, ‘365일 일하는 국회’를 만들며, 당 회의체 운영 방식을 과감히 개혁해 국민 참여를 이끄는 것이다. 정책 쇄신의 출발점이 일자리 창출이라는 전제하에 정책혁신으로는 정경 유착 뿌리 뽑기, 중소기업 중심 경제정책 수립, 골목상권 보호, 대기업 불공정행위 근절 등에 나선다. 이러한 개혁의 완성은 분권과 협치, 경제분권, 통일시대를 준비하는 개헌에 있다.”


    ‘일자리청’ 신설 시급

    ▼ 대선 출마를 선언한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과도 교유하지 않나. 범(汎)보수연대에 대한 복안도 갖고 있을 법한데.

    “난 그동안 중앙정치판에 발을 들여놓지 않아 자유롭다. 덕분에 여야를 넘나들며 폭넓은 교유를 해왔다. 유승민·주호영 등 바른정당의 대다수 의원과 친분이 있다. 김종인 의원을 비롯한 더불어민주당의 많은 분, 박지원 대표를 비롯한 국민의당 여러분도 마찬가지다. 요즘도 많은 이를 만나는데, 난 우리 당의 인재 영입을 위해서도 일정 역할을 하려 한다. 대선과 관련해선, 보수진영 ‘후보 단일화’ 또는 ‘연대’로 가는 게 맞다. 우선은 선의의 경쟁으로 국민께 다가간 다음 국민적 요구를 받들어 후보 단일화를 이뤄내야 한다. 이는 국민적 명령이자 시대적 소명이다. 현실적 가능성을 감안해 보수 대통합의 길을 모색해야 한다.”



    “보수 대결집 가능할 것”

    ▼ 바른정당 출범으로 보수진영 지형이 많이 바뀌었다. 특히 18대 대선 당시 박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이 80%에 달한 대구·경북이 크게 흔들리는 것으로 비친다. 보수 대결집이 가능하다고 보나.

    “탄핵 사태로 가장 큰 충격을 받은 곳이 대구·경북이다. 믿고 지지했는데도 단순한 부정(不正)이 아니라 설명되지 않는 비정상적 국정 운영 사태가 벌어졌기에 시·도민의 실망과 허탈감이 더 큰 듯하다. 많은 걸 기대하진 않았지만, 근원적 문제가 불거지니 그런 것이다. 그래도 시·도민은 대구·경북의 정신과 자존을 중요히 여긴다. 삼국통일의 화랑정신, 지조와 도덕의 선비정신, 국난 극복의 호국정신, 조국 근대화의 새마을정신으로 대변되는 대구·경북 정신은 ‘한국 정신의 창(窓)’으로 대한민국 역사와 발전을 이끌어왔다. 대구·경북은 호국의 보루이기도 하다. 인구 17만 명에 불과한 안동시에 1000만 인구에 육박하는 서울보다 독립유공자 수가 더 많을 정도다. 따라서 실망에만 머물지 말고 다시 일어서자는 게 시·도민의 뜻이다. 바닥을 쳤으니 상승할 일만 남았다. 무엇보다 보수 본산으로서의 자존과 구심점을 되찾고 새로운 리더십을 세우는 게 중요하다. 대구·경북엔 역사적으로 정권 창출의 DNA가 흐른다. 그런 만큼 대선 국면에 접어들면 형식에 구애하지 않고 다시 보수 대결집 바람을 불러일으킬 것이라 본다. 보수가 살길은 분열이 아니라 통합이라는 게 시대적 요구이므로.”

    ▼ 최근 지방분권 개헌을 화두로 활발한 행보를 보인다. 구체적으로 어떤 방식의 개헌을 뜻하나.

    “산업화·민주화를 거쳐 이젠 분권화로 가는 게 맞다. 그동안 압축성장으로 국가 외형은 커졌지만, 이면엔 양극화, 불균형, 저출산·고령화 등 성장의 그늘이 드리워졌다. 이를 해결하려면 집중성장에서 분권성장으로 방향을 틀어야 한다. 정치분권, 지역분권, 경제분권이다. 정권 교체보다 ‘분권 개헌’이 더 절박하다. 우선  ‘87년 체제’가 사회 변화 수용에 한계를 드러낸 만큼 분산형 통치구조로 전환해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부터 끊어내야 한다. 대통령과 내각에 권한을 분산시키는 이원집정부제, 지방대표 상원을 도입한 국회 상하양원제, 중앙의 권한을 지방에 대폭 이양하는 지방분권이 해답을 제시해줄 것이다. 특히 지방분권 개헌은 그 이념과 자치단체 종류를 헌법에 명문화하고 자치입법권과 자치재정권, 자치조직권 보장 규정도 신설해야 한다. 이를 위해 개헌과정 초기부터 반드시 지방의 참여를 보장해야 한다.”



    ‘선당후사(先黨後私)’ 정신

    ▼ 꾸준히 대선주자로 거론된다. 여태껏 답을 내놓지 않아 대선 출마 선언 시기를 끊임없이 저울질한다는 말이 돈다. 언제쯤 결심을 밝힐 건가.

    “비대위 상임고문으로서 당 재건이 급선무다. 지금은 위기의 당을 구하고 보수를 반듯하게 다시 세워 국민께 돌려드리는 일만 생각한다. 인 위원장과 함께 보수의 새로운 길을 찾는 데 매진할 것이다. 당이 어려운 처지인데, 나 자신의 정치적 진로를 고민하는 건 도리가 아니다. 지금껏 공직자와 6선 단체장을 거치는 동안 그 어떤 정치적 목적과 계산으로 다음 자리를 보고 일한 적이 없다.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다보면 자연스레 또 다른 기회가 주어지리라 본다. ‘선당후사(先黨後私)’ 정신으로 성심성의를 다하고, 국민의 부름이 있으면 그때 가서 고민해도 된다. 집안이 어수선한데 바깥일을 볼 순 없는 노릇 아닌가.”

    경북을 전국 유일의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청정지역이 되게 한 선제적 초동 대처, 독도 관할 광역자치단체장으로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외무상의 잇단 독도 망언에 대한 경고성 독도 방문(1월 25일) 등 최근까지도 지방행정 현장을 야전사령관 같은 광폭 행보로 누벼온 김 지사가 가장 소중히 여기는 건 ‘실용’과 ‘실천.’ 국정이 직접 실현되고 바닥 민심을 실시간 체감할 수 있는 최전선에서 그가 늘 강조해온 건 ‘현장’이다. 그런 그의 다음 행보는 어디로 향할까. 대선 도전 현장일까, 보수 재결집 현장일까.

    인터뷰 며칠 후, 김 지사는 공식적인 대선 출마 선언 시기와 관련해 “마지노선은 박 대통령 탄핵 시점”이라고 밝혔다. 이어 2월 14일 대구에선 그의 팬클럽 격인 ‘용포럼’이 출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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