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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의 대표지성 박세일 유고 ‘지도자의 길’

“공치, 협치해야 팀워크 작동해”

  • 정리·송홍근 기자 | carrot@donga.com

“공치, 협치해야 팀워크 작동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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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21세기版 목민심서… 경세학·안민학 논해
  • ● “아랫사람 건의 믿어주되 동조하지 말라”
  • ● “小言해야… 먼저 생각 밝히면 답변 꾸며내”
  • ● “소아심(小我心) 줄이고 천하심(天下心) 키우라”
  • ● 기득권·낡은 옛것 일신할 ‘경장(更張)의 시대’
“공치, 협치해야 팀워크 작동해”

생전 위공(爲公) 박세일. [조영철 기자]

박세일(1948~2017)은 경세가(經世家)다. 1990년대 초반부터 산업화, 민주화 이후 대한민국이 나아갈 길 연구에 천착했다. 현실 정치에도 뛰어들었다. 김영삼 정부 때 청와대에서 정책기획수석, 사회복지수석으로 일하면서 개혁을 주도했다. 17대 국회의원으로 한나라당 여의도연구소장, 정책위의장을 역임했다. 2005년 행정수도 이전에 반대하면서 의원직을 던졌다.

좌우명은 이천하 관천하(以天下 觀天下), 아호는 위공(爲公)이다. 이천하 관천하는 노자 도덕경에 나오는 말로 ‘천하로 천하를 본다’는 뜻. 천하는 ‘사람의 마음’이다. 위공은 ‘예기(禮記)’에 나오는 천하위공(天下爲公·천하는 공공을 위한 것)에서 따왔다.

그가 지향한 나라는 부민덕국(富民德國). 안으로는 정신적, 경제적으로 풍요로운 나라를 뜻하고, 밖으로는 덕스러운 국가로 이웃나라의 존경을 받는 것을 가리킨다.

그는 국민통합·국가발전의 이념으로서 개인의 존엄 창의 자유를 기본으로 삼되 공동체적 가치와 연대를 중시하는 ‘공동체자유주의’를 주창했다. 산업화 민주화 세계화 이후의 지향으로써 선진화를 제안했다. 선진화란 부민덕국이 되는 것이다.

또한 천민자본주의, 인기영합주의의 해법으로 선공(先公), 금욕(禁慾)의 선비민주주의, 선비자본주의를 제시하면서 “한국의 선진화로만 끝나지 않고 반드시 남북통일을 이뤄 한반도 전체의 선진화를 이뤄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적 국가경영학

1948년 서울에서 태어난 그는 서울대 법학과와 미국 코넬대 대학원(경제학 박사)을 졸업한 후 1985년부터 서울대에서 교편을 잡았다.

‘지도자의 길’은 1월 13일 타계한 그의 유고(遺稿)다. 200자 원고지 175장 분량의 이 글은 다산 정약용(1762~1836)의 목민심서(牧民心書)를 연상케 한다. 이론적 통찰과 현장의 실천에서 비롯한 지도자론(指導者論)은 국가 경영뿐 아니라 기업이나 조직 운영에서도 뜻하는 바가 적지 않다.

그는 이 소고(小考)가 경세학(經世學)·안민학(安民學)이라는 학문 체계의 첫걸음이 되길 바랐다. 조선왕조 때 수양학(修養學)은 발전했으나 경세학은 위축했다. “주기적으로 일어난 사화, 옥사가 경세학적 탐구를 위축시킨 게 아니었나 싶다”고 그는 짚었다.

정도전(1342~1398)의 ‘경국대전’, 이이(1536~1584)의 ‘성학집요’ ‘동호문답’ ‘만언봉사’, 정약용의 ‘목민심서’ ‘경세유표’ ‘탕론’ 등이 경세학적 탐구의 결과물로 꼽힌다. 정약용은 ‘목민심서’를 쓰면서 선비의 일은 수기(修己)가 반(半)이고 목민(牧民)이 반인데 목민에 대한 책은 거의 전해오지 않음을 지적하면서 “내 책(목민심서)인들 어찌 전해질 수 있으랴”라고 한탄했다. 1945년 광복 이후에도 사정은 비슷하다. 서구의 국가 정책 및 조직 경영 이론이 수입됐으나 한국적 국가경영학, 조직경영론은 예외적 탐구에 그쳤을 뿐 학문으로서 확장하지 못했다.  

1월 13일 타계한 박세일이 유고로 남긴 ‘지도자의 길’ 중 국가 경영뿐 아니라 조직 운영에서도 참고할 만한 부분을 발췌했다. 올해 대통령선거 과정에서 국가를 이끌 적합한 후보를 고르는 과정에서도 그의 탐구 결과를 적용해볼 만하다.  

“후대의 성공을 고민하라”

“공치, 협치해야 팀워크 작동해”

세종대왕은 국정을 통찰하는 지적 능력을 가진 지도자다 [뉴시스].

그는 “어느 공동체든 발전하려면 지도자가 훌륭해야 한다. 훌륭한 지도자 없이 발전하는 공동체는 없다”고 단언하면서 “구성원의 질과 수준도 중요하나 지도자와 구성원의 역할과 사명은 다르다”고 썼다. 공자 또한 “임금은 임금답고 신하는 신하다워야 하고, 부모는 부모답고 자식은 자식다워야 한다(君君臣臣父父子子)”고 했다.

그렇다면 훌륭한 지도자는 어떤 사람인가. 그는 “지도자의 길을 가려면 적어도 네 가지 능력과 덕목을 갖춰야 한다”면서 첫째는 애민(愛民)과 수기(修己), 둘째는 비전과 방략(方略), 셋째는 구현(求賢)과 선청(善聽), 넷째는 후사(後史)와 회향(回向)을 꼽았다. 리더가 되려는 이들은 평소에 이 네 가지를 갖추고자 뼈를 깎는 노력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①애민과 수기 : 지도자는 애민정신을 갖고 자기 수양에 진력해야 한다. 나라와 국민보다 자기를 더 사랑하는 사람은 지도자가 돼선 안 된다. 자기 수양의 핵심은 사욕(私慾)과 소아심(小我心)을 줄이고 공심(公心)과 천하심(天下心·천하와 내가 둘이 아니라고 보는 마음)을 확충하는 것이다. 애민과 공심(公心)의 확충이 지도자에게 요구되는 기본 자질이다. 이것을 강조한 책이 수기치인의 길을 가르치는 ‘대학(大學)’이다.

②비전과 방략 : 지도자는 최소한 세계 흐름과 국정 운영의 대강(大綱)을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 더 나아가 공동체가 나갈 ‘큰 방향과 큰 비전’을 인식하고, 그 비전을 실현시킬 ‘큰 방략’을 갖고 있어야 한다, 아니 준비해야 한다. 안민과 경세의 꿈과 방략을 갖지 않고, 치열한 준비, 고민도 없이 경세하겠다고 나서는 것은 역사와 국민에 대해 대단히 무례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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