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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묻지마 나눠먹기’ 이제 그만! 소외계층 복지에 제대로 사용해야

복권기금 법정배분제

  • 최호열 기자|honeypapa@donga.com

‘묻지마 나눠먹기’ 이제 그만! 소외계층 복지에 제대로 사용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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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복권위원회는 복권의 공익성을 강조하며 ‘복권은 행복나눔권’이라고 홍보한다. 복권기금이 소외된 이웃의 복지에 사용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적지 않은 돈이 ‘법정배분’이란 이름 아래 정부 기관과 지자체의 쌈짓돈처럼 쓰이고 있다. 법정배분제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묻지마 나눠먹기’ 이제 그만!  소외계층 복지에 제대로 사용해야
매주 토요일 오후 9시에서 10시 사이에 포털사이트 검색어 순위 1,2위를 장식하는 게 ‘로또당첨번호’다. 로또복권은 비록 ‘814만분의 1’이라는 희박한 가능성이지만 단돈 1000원으로 ‘인생역전’을 기대할 수 있어, 소시민에게 팍팍한 현실의 고단함을 잊고 일주일을 버틸 수 있는 소소한 행복을 제공한다고 할 수 있다.

기획재정부 복권위원회사무처는 올해 복권 판매 총액이 4조1646억 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해 판매액 3조8855억 원보다 7.2% 늘어난 수치다. 내년엔 4조4038억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더구나 내년 12월부터는 로또복권을 인터넷을 통해서도 구매할 수 있게 할 방침이다. 이 경우 복권 판매는 더 늘어날 게 확실하다.

복권은 카지노나 경마 등 다른 사행산업에 비해 중독성도 약하다. 주식보다 더 낮다는 분석도 있다. 외국에선 레저문화로 분류하기도 한다. 그래도 사행성이 있는 사행산업인 것은 분명하다. 2000년대 초, 로또복권 출시 초창기에 1등 당첨금이 수백억 원대에 이르면서 로또 광풍이 일어 사회문제가 되기도 했다. 그해 로또복권만 4조 원 넘게 팔렸다. 이후 복권위원회사무처를 중심으로 강력한 사행심 억제정책을 펴면서 연 매출이 2조4000억 원대로 낮아졌다.

누구를 위한 ‘행복후원권’?

사행성이 있는 상품임에도 로또복권으로 대표되는 복권이 우리 국민에게 관심을 받는 이유는 단순히 ‘일확천금’ ‘인생역전’에 대한 기대감만으로 설명하기 힘들다. 사실 지난 몇 년 동안 로또복권 1등 당첨금은 세금을 제하면 평균 10억 원 남짓으로 ‘인생역전’을 말하기엔 부족한 느낌이다.

그 이유에 대해 현재 복권수탁사업자인 나눔로또는 ‘복권의 공익적 기능을 적극 알림으로써 복권에 관한 긍정적 인식이 확산됐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지난해 복권위원회사무처가 복권에 대한 국민인식도를 조사한 결과 국민의 71.1%가 복권에 대해 긍정적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그 이유로 ‘복권수익금(복권기금)으로 소외계층을 지원해서’(41.6%)라는 답변이 가장 많았다. 복권을 구매함으로써 행운도 기대하고, 어려운 이웃에게 도움도 준다면 좋은 일이라는 생각에 많은 사람이 지갑을 열어 복권을 사는 것이다. 복권위원회와 나눔로또가 내건 슬로건도 ‘복권은 행복후원권’이다.

다시 말해 복권위원회사무처와 복권수탁사업자인 나눔로또는 ‘소외된 이웃을 위한 기부’를 앞세워 복권이란 상품을 판매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소비자가 자발적으로 낸 사실상의 ‘기부금’은 지갑을 연 소비자들의 생각대로 제대로 사용되고 있을까.

‘로또’ 맞은 정부 기관과 지자체

현재 복권판매액은 50%가 당첨금으로 지급되고, 운영비와 관리비 등으로 8%가 지출되며, 나머지 42%가 복권기금으로 조성된다. 쉽게 설명하면 로또복권 한 게임 판매금액 1000원 중 평균 420원이 복권기금으로 조성되는 셈이다. 이외에도 복권기금의 운용으로 생기는 수익금과 당첨자가 받아가지 않은 미수령 당첨금도 복권기금에 편입된다. 지난해 이렇게 조성된 복권기금이 1조6300억 원이 넘었고, 올해는 1조7300억 원이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복권기금은 복권사업으로 생긴 재원을 투명하고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사용하기 위해 설치한 기금이다.

현재 복권기금은 ‘복권 및 복권기금법’ 제23조 1항에 따라 법정배분사업에 35%, 소외계층을 위한 공익사업에 나머지 65%를 지원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5367억 원이, 올해는 5779억9700만 원이 법정배분사업에 배정됐다.

법정배분 규정은 지난 2004년 제정된 ‘복권 및 복권기금법’에 명시됐다. 법률이 시행되기 전, 개별 법률에 근거해 복권을 발행하던 9개 기관(국가보훈처, 행정안전부, 교육과학기술부, 보건복지가족부, 노동부, 국토해양부, 산림청, 중소기업청, 제주특별자치도)의 기득권을 인정해서다.

과거 자체적으로 복권을 판매해 거둔 수익을 보전해주겠다는 취지였는데, 로또복권이 이렇게까지 대박을 칠 것이라곤 예상하지 못했다. 제주특별자치도만 해도 2001년 관광복권으로 거둔 수익이 203억 원이었는데, 올해 법정배분으로 받은 수익이 895억 원에 달한다. 국민체육진흥공단도 2001년 체육복권으로 얻은 수익이 191억 원이었는데, 올해 법정배분으로 받는 돈이 629억 원에 이른다. 미래창조과학부도 2001년 기술복권 수익이 319억 원이었는데 올해 법정배분으로 728억 원을 받는다. 다른 기관들 역시 최소 2배 이상 수익이 증가했다. 문화재청은 복권 발행 기관이 아니었음에도 언제부터인가 법정배분사업으로 지정돼 올해 800억 원에 가까운 돈을 배분받는다. 이들 기관이야말로 진짜 로또를 맞은 셈이다.

이렇게 생긴 법정배분 규정이 복권기금 취지에 맞는지 검토할 필요가 있다. ‘복권 및 복권기금법’에서는 복권기금에 대해 ‘저소득층의 주거안정 지원사업’ ‘국가유공자에 대한 복지사업’ ‘소외계층에 대한 복지사업과 다문화가족 지원사업’ ‘문화·예술 진흥사업’ ‘대통령령으로 정한 공익사업’에만 사용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법정배분의 경우 예산 배분이 규정된 비율에 의해 기계적으로 이뤄지다 보니 이런 원칙과 거리가 먼 사업이 적지 않다는 지적이 사업 초기부터 끊임없이 지적돼왔다. 특히 지자체의 경우 지방재정으로 당연히 집행해야 할 사업에 복권기금을 투입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렇다 보니 담당 공무원들조차 그 예산이 복권기금에서 조달됐다는 사실 자체를 모르는 경우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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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호열 기자|honeypap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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