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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속으로

“집에서 만나는 의료진, 친구이자 심리적 지지자”

호스피스·완화의료 현장을 가다

  • 김지은| 객원기자 likepoolggot@empal.com

“집에서 만나는 의료진, 친구이자 심리적 지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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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호스피스·완화의료 서비스 범위가 대폭 확대된다. 말기암 환자에 국한됐던 시행 대상이 비암 말기질환으로까지 확대되고, 병원에서뿐만 아니라 집에서도 의료진의 보살핌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죽음이 아닌 여생에 중심을 둔 ‘사람다운’ 의료가 실현되는 것이다. 달라진 환자와 그 가족의 삶을 현장에서 직접 살펴보았다.
가정형 호스피스 서비스를 받고 있는 말기암 환자 김씨와 충남대병원의 담당간호사 김은숙씨.[박해윤 기자]

가정형 호스피스 서비스를 받고 있는 말기암 환자 김씨와 충남대병원의 담당간호사 김은숙씨.[박해윤 기자]

대전시내의 한 오래된 아파트. 앞마당 한켠에는 직접 길러 수확한 듯 모양새가 제각각인 빨간 고추가 돗자리에 옹기종기 펼쳐져 있고, 그 옆으로는 알록달록 키 낮은 자전거가 따사로운 가을 햇살을 받으며 서 있다. 아파트만큼이나 낡고 오래된 하얀 소형차 한 대가 아파트 마당에 들어서고, 이내 꽃다발을 든 여성이 차에서 내렸다.

사회복지사 김순영(39) 씨. 온화한 미소를 띤 채 심호흡 한 번 하고 한낮의 아파트가 머금은 적막을 차마 깰 수 없다는 듯, 살금살금 조심스럽게 발걸음을 재촉한다. 그가 찾아가는 곳은 말기암 환자 김모(75·여) 씨의 자택이다.

벨을 누르자 활기찬 목소리의 노인이 기다렸다는 듯 순영 씨를 반갑게 맞이했다. 김씨의 남편 이모(77) 씨다. 서로 손을 맞잡고 유난히 길었던 추석연휴에 대해 시시콜콜한 안부를 주고받는 모습이 영락없는 이웃사촌이다. 김 씨의 담당간호사 김은숙(45) 씨는 먼저 와 있었다. 이씨는 연휴가 길어 아내가 힘들어했으며, 연락을 받은 은숙 씨가 연휴 중에도 짬을 내 다녀갔다는 이야기를 전했다.


“이렇게 좋은데, 인터뷰해야죠”

집안은 정갈하고 따스했다. 세간살이는 부부가 함께 산 세월만큼이나 오래된 것들이었으나 어느 것 하나 제자리를 찾지 못해 헤매거나 묵은 때가 내려앉은 흔적이 없었다. 안방 침대에 누워 있는 환자 김씨 또한 한눈에 병색을 읽을 수 있을 만큼 수척한 모습이긴 해도 오랜 투병이 무색하리만큼 정갈하고 차분한 분위기였다.

순영 씨가 가져온 꽃다발을 건네자 환자의 얼굴에 수줍은 미소가 피어났다. 간호사 은숙 씨가 주사와 수액 처치 등을 하는 동안 환자와 간호사 사이에는 두 사람만의 이런저런 대화가 오갔다. 김씨는 충남대병원의 가정형 호스피스·완화의료 서비스를 3개월째 이용 중이다. 두 사람 사이에는 눈빛만으로도 서로의 마음을 읽어내는 묘한 능력이 생겨난 듯했다.

평온한 분위기이지만 역시나 취재는 조심스러웠다. 임종을 앞둔 환자의 공간을 낯선 사람에게 내어주는 것이 여간한 마음으로는 가당치 않았을 것임은 미루어 짐작하지 않아도 충분히 알 수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좋은 게 있다는 걸 사람들한테 알리고 우리 같은 사람이 혜택을 더 받을 수 있게 된다면, (인터뷰를) 해야죠.”

남편 이씨가 먼저 말문을 열었다. 그의 집엔 이미 여러 사람이 다녀갔다고 했다. 그중에는 보건복지부가 추진하는 호스피스·완화의료 서비스 확대를 위한 시범사업 운영에 필요한 실무를 익히기 위해 서울이며 강원도에서 온 의료진도 있었다. 충남대병원은 훨씬 전인 2008년부터 자체적으로 호스피스 병동을 운영하며 시스템을 구축해왔기에 전국 병원들이 이곳의 노하우를 배워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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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은| 객원기자 likepoolggot@emp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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