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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관계는 노동 ‘넌, 줘도 못 먹니?’ 여친 말에 괴로웠다”

무성애자 <성욕이 없는 사람>의 세계

  • 김해인 |고려대 국어국문학과 3학년, 정민주 |고려대 국어국문학과 3학년

“성관계는 노동 ‘넌, 줘도 못 먹니?’ 여친 말에 괴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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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성에 대해 사랑의 감정을 느끼지만 성관계만큼은 도저히 내키지 않아 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은 성관계를 힘든 노동쯤으로 여긴다. 이런 사람들이 최근 모임을 결성했다. 이 모임을 찾아 무성애자의 세계를 탐구해봤다.
“성관계는 노동 ‘넌, 줘도 못 먹니?’ 여친 말에 괴로웠다”
# A씨는 지금까지 9명의 여성들과 연애를 했다. 그러나 그는 자신이 갖는 성적 욕망이 성관계를 통해 충족되는 느낌을 한 번도 받지 못했다. A씨는 이런 자기의 감정을 여자친구가 알게 되면 서로 민망할까봐 성관계에 만족하는 것처럼 연기를 해왔다.

그러다 결국 A씨는 이러한 연기에 염증을 느끼면서 섹스를 피하기 시작했다. 그런 A씨에게 여자친구가 말했다. “넌, 줘도 못 먹니?” 이 말을 듣고 A씨는 괴로웠다고 한다. 그가 친구들에게 성적 판타지가 없다는 고민을 털어놓자 돌아오는 답변은 한결같았다. “게이야? 아니면 고자야? 그냥 절에 들어가 살아!”

“오늘은 아닌 것 같아”

“성관계는 노동 ‘넌, 줘도 못 먹니?’ 여친 말에 괴로웠다”
# B씨는 얼마 전 남자친구와 강원도 강릉으로 1주년 여행을 떠났다. B씨는 이번 여행에서도 남자친구와 다툼이 일어날까 걱정이 앞섰다. 섹스에 대해 매번 남자친구와 의견이 충돌하기 때문이다. 역시나 여행의 밤은 다툼으로 시작됐다.

“오빠 정말 미안한데, 오늘은 아닌 것 같아.” B씨의 말에 남자친구는 참다 폭발한 듯이 말했다. “언제까지 안 되는데? 사랑하면 당연히 해야 하는 거야.” B씨는 남자친구를 사랑한다. 그러나 섹스는 하고 싶지 않다. 끈질기게 설득하는 남자친구에게 못 이겨 어쩔 수 없이 관계를 맺었지만 기분이 좋지 않았다.  

여성인 A씨와 남성인 B씨는 모두 무성애자다. 이들은 자신을 무성애자로 규정한 후 “잃어버린 내면의 퍼즐 조각을 찾은 것 같다”고 말한다. 두 사람은 이렇게 자신의 정체성을 찾는 과정에서 무성애자 모임을 찾았다. 네이버 카페에는 약 1000명의 회원으로 구성된 국내 유일의 ‘무성애자 커뮤니티’가 존재한다. 이와 별개로 무성애자를 위한 오프라인 모임인 ‘무:대ACEtage’도 있다. 이 모임에선 20여 명의 무성애자가 활동하고 있다고 한다.

우리는 최근 서울 혜화동에서 ‘무성애자 커뮤니티’의 매니저인 케이(23) 씨를 인터뷰했다. 또한 서울 합정동 한 카페에서 열린 ‘무:대ACEtage’의 좌담회에 객원으로 참여해 M씨(25·경기도 수원·대학생), J씨(20대 초반·여·서울·대학생), P씨(24·여·경기도 고양·무직), G씨(21·경기도·조리사), D씨(25·여·인천·사회단체 간사), R씨(27·여·서울 신림동·프리랜서) 등 6명의 20대 무성애자들과 이야기를 나눴다.

케이 씨에 따르면, 무성애자는 ‘성적 끌림’을 느끼지 않는 사람이다. 성적 끌림은 ‘다른 사람과의 성적 접촉을 원하는 끌림’인데, 남성이든 여성이든 무성애자는 이런 감정을 거의 느끼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득도한 수도승도 아닌데 어떻게 이런 게 가능할까.
  
이에 대해 케이 씨는 “성적 끌림은 정적인 것이다. 개인이 가지는 성적 끌림의 정도는 고유하며 일정하다”고 말한다. 이어 케이 씨는 “이성에 대한 성적 욕구는 성적 끌림과 다르다. 무성애자는 성적 욕구를 느끼더라도 이를 굳이 육체적 접촉을 지향하는 성적 끌림으로 해결하지 않는다”고 설명한다. 그에 따르면, 무성애자도 애인의 요구 같은 외생적 이유로 성행위를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는 피치 못할 상황에서 좋아하지 않는 음식을 억지로 먹는 것과 같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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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인 |고려대 국어국문학과 3학년, 정민주 |고려대 국어국문학과 3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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