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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성장 시대 살아가기

과도한 탐욕 억제하고 남의 일자리를 소중히 하라

  • 김용기|아주대 경영학과 교수 seriykim@ajou.ac.kr

과도한 탐욕 억제하고 남의 일자리를 소중히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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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더 좋은 일자리 만드는 비법 세 가지를 제안한다. 공공 사회서비스 부문의 확대, 중소기업 일자리 질의 개선, 그리고 새 노사화합 모델을 통한 기업의 국내 투자 촉진과 일자리 창출이 그것이다.
과도한 탐욕 억제하고 남의 일자리를 소중히 하라

최근 서울대 경비실이 통합경비시스템으로 바뀌면서 경비원들이 다른 업무 영역으로 배치됐다. [동아일보]

서울대가 최근 도입한 통합경비시스템의 사례를 보면서 일자리에 대한 우리 사회의 대응방식이 현재와 같은 심각한 일자리 문제를 자초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기술의 혁신, 제조업 생산기지의 중국과 동남아로의 이전 등 ‘고용 없는 성장’을 초래한 불가피한 요인이 있다는 것을 부인할 수는 없다. 하지만 필요 이상으로 고용 사정을 악화시킨 것은 일자리를 경시하는 태도가 활개 치도록 우리 사회가 용인했기 때문이다. 

서울대는 4월 1일 인문대, 사범대, 자연대 소속 건물 25개 동에 통합경비시스템을 도입했다. 이들 건물에 근무하던 50대 중심의 경비원들은 다른 곳에 배치됐다. 당장 해고는 피했지만 정년퇴임으로 ‘자연 감소’할 예정이다. 신규 채용은 없다는 뜻이다. 경비원의 순찰을 통해 이루어지던 건물 내 보안은 폐쇄회로 TV와 센서가 대신하게 된다. 물론 100% 대체는 불가능하다. 문제가 생기면 보안업체 직원이 출동한다. 하지만 기존 경비원의 숫자보다는 훨씬 적은 수의 직원으로 경비가 가능하다. 기존 경비원의 일자리가 ‘기술과 보안업체 직원 소수’로 대체된 것이다.

경비 노동자들의 노동조합 활동은 위축되고 이에 따라 이들이 그간 노력해왔던 최소한의 처우 개선은 기대하기 어려워 보인다. 서울대 경비 노동자들은 청소 노동자들과 함께 2000년에 시설관리노조를 설립한 이래 처우를 놓고 학교 측과 갈등을 빚어왔다. 이후 시설관리노조가 어용화됐다는 논란이 제기되고 복수노조가 허용된 2011년에는 민주노총 산하 일반노조 서울대 분회가 별도로 결성돼 활동해왔다. 

일자리에 대한 비정한 태도

서울대 통합경비시스템 운영 계약업체는 삼성그룹 계열사인 에스원이다. 에스원은 서울대  외에도 많은 대학과 경비 계약을 맺고 있다. 많은 경우 에스원이 직접 경비 업무를 수행하기보다는 자회사인 휴먼티에스에스나 에스원씨알엠에 업무를 위탁한다. 위탁 용역을 받는 이들 회사의 직원 보상 수준은 에스원에 비해 훨씬 낮다. 위탁 경영을 통해 에스원은 직접 관리보다 높은 영업이익을 올릴 수 있게 되었다.

에스원 대표이사와 휴먼티에스에스 직원의 평균 연봉 간 격차는 2016년의 경우 40배 수준이다. 에스원의 대표이사와 에스원 직원의 연봉은 25배 차이가 난다. 노동시장 내 격차는 기술 변화의 흐름에 누가 특별히 잘 적응했고, 다른 누구는 제대로 준비하지 못한 결과가 아니라 이런 간접고용과 같은 방식을 통해 확대된다.

에스원은 최근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과 관련해 K스포츠 재단에 10억 원을 기부한 회사다. 사세가 그리 크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삼성그룹 내 주요 관계사인 삼성물산(15억 원), 제일기획(10억 원)과 비등한 돈을 기부해 눈길을 끌었다.

서울대 통합경비시스템 도입의 사례는 일자리에 대한 우리 사회의 비정함과 불합리한 단면을 드러낸다. 과연 경비원들이 통합경비시스템에 치여 일터에서 밀려나는 것이 불가피한 일인지 의문이 든다. 대학본부로선 골치 아픈 노조를 상대하지 않아도 된다는 득이 있을 수 있겠다. 하지만 다른 선택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경비원의 고용을 보장하고 무인경비시스템의 도입을 반대하는 이른바 ‘착한 아파트’는 다른 선택의 사례다. ‘기계가 채울 수 없는 인간의 영역이 있다’고 생각하며 상생과 연대를 통해 경비 노동자들의 고용조건 개선과 일자리 보전을 중시하는 아파트가 늘어나고 있다. 

간접고용 내지 위탁 용역의 결과는 과연 합리적인가. 과거에는 본사가 직접 고용해서 하던 일을 이제는 자회사나 용역업체에 대행시키게 되면서 동일한 노동을 제공하지만 노동자의 고용은 불안정해지고 보수는 형편없이 낮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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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기|아주대 경영학과 교수 seriykim@ajo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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