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2월호

가상화폐 역풍

가상화폐 진짜 화폐로 쓰일까?

받아주는 업소 적고 결제 방식도 복잡

  • 입력2018-01-28 09: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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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화폐라면서 화폐 기능 아직…

    • 상품 가격보다 거래수수료 더 많기도

    서울시내 일부 업소들이 가상화폐를 통한 결제가 가능하다는 안내판(점선)을 내걸고 있다. [사진제공 김준태]

    서울시내 일부 업소들이 가상화폐를 통한 결제가 가능하다는 안내판(점선)을 내걸고 있다. [사진제공 김준태]

    여러 언론은 가상화폐의 투자가치에 주목하고 있다. 그러나 가상화폐가 화폐로서 제 기능을 하는지에 대해선 구체적인 점검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가상화폐를 ‘화폐’로 사용할 수 있는지 직접 체험해보기로 했다. 

    현장 결제로 가상화폐를 사용할 수 있는 곳들은 두 사이트(usebitcoin.info, coinmap.org)에 소개돼 있다. 이 두 곳은 국내에서 가상화폐를 쓸 수 있는 장소 9곳, 150여 곳을 각각 표시하고 있다. 

    이 장소들은 서울, 대전, 부산, 울산, 광주, 제주, 인천 등지에 위치해 있었다. 우리는 수도권 10곳, 비수도권 10곳을 각각 선택해 가상화폐가 통용되는지 조사했다. 가상화폐를 쓸 수 있다고 표시된 서울 삼성동 코엑스 내 S카페를 찾았다. 그러나 이런 카페는 없었다. 일부 블로그엔 이 카페를 방문한 글이 있었다. 영업했다 폐업한 것으로 추정됐다.

    “비트코인 받는다고 한 적 없는데”

    현재 존재하지 않는 데도 가상화폐를 쓸 수 있는 곳으로 잘못 소개된 가게는 더 있었다. 서울 성동구 T식당과 S식당도 영업을 하지 않는 상태였다. 대전 둔산동 B식당도 존재하지 않는 가게로 보였다. 영업을 하고 있지만 가상화폐를 사용할 수 없는 가게도 적지 않았다. 서울 연남동 K식당과 제주 서귀동 Y커피숍의 경우, 비트코인이 통용되는 것으로 소개돼 있었지만 실제로는 쓸 수 없었다. 

    서울 성동구 모 대학병원 내 B버거 측은 “비트코인을 받는다고 한 적이 없는데 ‘사용 가능하냐’는 연락이 자주 온다”고 말했다. 서울 성동구 J음식점도 비슷한 상황이었다. 



    반면, 경기도 수원시 D카페, 서울 노고산동 G음식점, 서울 이태원동 T음식점, 울산시 무거동 Q식당, 부산시 남천동 K카페, 광주시 쌍촌동 I안경점에선 비트코인을 통한 지불이 가능했다. 

    수원 D카페의 사장은 “네덜란드에선 비트코인이 결제 시스템으로 널리 채택되고 있다. 암호화폐는 앞으로 주도적인 역할을 할 것이다. 이런 변화를 내다보고 비트코인을 도입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D카페에서 실제로 비트코인을 사용한 고객은 두 명밖에 없었다고 한다. 가상화폐가 화폐로 상용화되기까진 시일이 더 걸릴 것으로 보였다. 이렇게 20곳을 조사한 결과, 13곳에선 소개된 내용과 달리 가상화폐를 쓸 수 없었다. 3분의 1 정도인 7곳에서만 가상화폐가 화폐로 기능했다. 

    비트코인을 사용하는 과정도 쉽지 않았다. 비트코인 결제를 체험해보기 위해 서울 강남의 한 지하상가를 방문했다. 이 상가는 가상화폐거래소 HTS코인과 협약을 체결해 2017년 12월 24일부터 비트코인 결제 시스템을 채택했다. 

    상가 곳곳엔 ‘HTS코인 사용 가능’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이 중 C양말가게에서 양말을 두 켤레 고른 뒤 비트코인 계산이 가능하냐고 물었다. 사장은 “아직 QR코드가 제대로 보급이 안 됐다. 계산이 불가능하다”고 답했다. 이후 이 지하상가의 다른 여러 업소들을 방문했다. 이들 업소 대부분도 ‘비트코인 사용 가능’이라는 문구와 달리 비트코인을 받아주지 않았다.

    옷가게에서 써보니

    가상화폐 결제를 위한 QR코드. [사진제공 김준태]

    가상화폐 결제를 위한 QR코드. [사진제공 김준태]

    이 지하상가에서 어렵게 비트코인 결제가 되는 업소를 찾았다. J옷가게에서 1만 원짜리 니트를 고른 뒤 비트코인 결제가 가능하냐고 묻자 사장은 QR코드와 함께 HTS 거래소의 비트코인 지갑 주소를 알려줬다. HTS 거래소를 통하면 수수료가 붙지 않았다. QR코드를 스캔하자 1초 만에 옷가게 주인의 지갑으로 송금이 됐다. 사장은 “오늘만 세 명의 고객이 비트코인으로 거래했다. 확대되면 상당히 편리할 것 같다”고 말했다. 

    반면 지정된 거래소를 통하지 않는 외부 비트코인 지갑을 쓰면 거래 수수료와 전송 수수료 등을 합해 니트 값 1만 원보다 더 많은 수수료가 부과된다. ‘배보다 배꼽이 큰 상황’이었다. 송금을 처리하는 데에도 오랜 시간이 걸렸다. J옷가게에 있던 고객 정모(20) 씨는 “여기선 비트코인 결제가 안드로이드 휴대전화에서만 실행돼 아이폰을 쓰는 나로서는 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부산 전포동 K분식의 사장은 “비트코인의 인기가 높지만 결제수단으론 생소한 것 같다. 더 보편화된다면 모를까, 아직은 채택할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두 사이트(usebitcoin.info, coinmap.org)에는 가상화폐를 받아주는 온라인 사이트에 대한 정보는 제공되고 있지 않다. 알아보니 국내에서 E몰과 S비트가 가상화폐를 취급했다. E몰은 ‘코빗 간편 결제’ 방식을 썼다. QR코드를 스캔하는 것만으로 송금이 완료됐다. 그러나 이를 이용하지 않을 시엔 상당한 수수료가 발생했고 송금이 지연됐다. 15분 내에 송금이 되지 않으면 결제가 취소됐다. E몰은 지난해 12월 29일 비트코인 결제 서비스를 중단했다. S비트는 비트코인캐시를 통한 지불 방식도 채택하고 있었는데, 방식이 크게 다르지 않았다. 

    온라인에서 가상화폐를 이용해봤다는 이모(22) 씨는 “카드 결제를 놔두고 수수료와 지연 시간을 감내하면서 비트코인을 써야 할 이유가 없다. 너무 불편하다”고 말했다. 

    중국의 경우 가상화폐를 취득하는 것은 물론이고 가상화폐를 화폐로 사용하는 것도 어려웠다. 중국 최대 쇼핑 웹 사이트인 ‘타오바오(Taobao)’에서 가상화폐를 검색하면, 비트코인 로고가 그려진 티셔츠 정도가 나온다. 타오바오의 공지에 따르면, 2014년 1월 14일부터 비트코인을 포함한 모든 가상화폐 및 관련 상품의 거래가 금지됐다. 

    중국 최초의 온라인 비트코인 거래소인 ‘BTC China’의 홈페이지에서 회원으로 가입하고 비트코인 거래를 시도했다. 그러자 거래소가 닫혔다는 안내가 나왔다. 전 세계 비트코인 거래의 30%를 도맡던 ‘BTC China’는 2017년 9월 15일부터 신규 가입을 막았고 보름 뒤부터 모든 거래를 중지했다.

    “미래엔 지불수단으로 급성장”

    취재 결과, 가상화폐는 화폐로서의 기능이 매우 제한적이라는 점이 나타났다. 취급 업소도 적었고, 부정확한 정보도 많았고, 결제방식도 꽤나 불편했다. 

    모 시중은행의 김모(57) 지점장은 “은행에서 제공하는 기존 신용·직불카드 결제와 비교할 때 가상화폐 결제는 보편적으로 통용되지 않고 번거롭다. 가상화폐는 화폐로 유통되지 못하고 투자 목적으로 거래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미래엔 가상화폐가 지불수단으로 급성장할 것”이라는 전망도 조심스럽게 나온다. 한국블록체인비즈니스연구회의 이모(23) 회원은 “현재 거래 속도와 수수료 측면에서 단점이 있다. 이런 점을 보완하는 코인들이 속속 만들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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