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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청진·신의주 20만$ 아파트 등장

  • | 송홍근 기자 carrot@donga.com

北 청진·신의주 20만$ 아파트 등장

  • ● ‘패션 1번지’ 청진에선 ‘스키니진’ 유행
    ● “어느 아빠트가 미남자입네까”… ‘되거리 장사’ 성행
    ● 철거 주택 ‘딱지 거래’도 활성화
평양 여명거리.

평양 여명거리.

중국 랴오닝(遼寧)성 단둥(丹東) 부동산 값이 들썩인다. 단둥은 북한 신의주 맞은편 국경도시다. 지린(吉林)성 훈춘(琿春) 등 북중 국경도시 부동산 시장 사정도 단둥과 비슷하다. 단둥에서 무역업을 하는 우일재(58) 씨는 “부동산 값이 어디까지 오를지 모르겠다”면서 혀를 내둘렀다. 15년 넘게 북·중 국경에서 연구 활동을 해온 박종철 경상대 교수는 “4월 27일 남북 정상회담 이후 단둥 부동산 가격이 50%가량 폭등했다”고 전하면서 “‘북한 프리미엄’은 북·중관계의 미래를 반영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북한판 카이파샹(開發商)

중국에서는 1978년 개혁·개방 이후 카이파샹(开发商·부동산 투자자) 중심으로 부동산이 개발됐다. 건축업자를 ‘카이파샹’이라고 부른 까닭은 건물을 지어 판매하는 데 그치지 않고 부가가치를 만들어냈기 때문이다. 카이파샹은 토지에 가치를 더하는 ‘보이지 않는 손’ 역할을 해왔다. 건물이 완공되면 주변 지역에까지 영향을 미쳐 일대 건물과 토지 가격이 동반상승하는 파급효과가 일어났다. 

북한에서도 카이파샹과 유사한 ‘개발업자’가 등장했다. 자재와 노동력을 조달해 아파트를 지어 판매하는 수준이 아니라 ‘주택 철거’ 후 ‘아파트 건축’ 방식으로 ‘재개발’을 진행하는 것이다. 철거 후 재개발은 절차가 번거로우나 이윤을 극대화할 수 있다. 지극히 자본주의적인 발상에서 부동산 개발이 이뤄지는 것이다. 

김정은 집권 이후 시장화가 속도를 내면서 평양 청진 신의주를 비롯한 대도시는 ‘사회주의적 근대’와 ‘자본주의적 현대’가 모순(矛盾)처럼 공존한다. 워싱턴포스트는 ‘평해튼’(평양+맨해튼)이라는 조어(造語)로 압축해 설명했다. 

“평해튼 사람들은 글로벌 의류 브랜드 자라, H&M, 유니클로를 즐겨 입고 1인분에 48달러에 팔리는 1등급 쇠고기 스테이크를 먹는다. 헬스클럽에서 디즈니 만화영화를 보며 트레드밀(러닝머신) 위를 달리거나 요가를 한다.” 

대다수 주민은 ‘여전히’ 가난하지만 경제 상황은 제재가 지속됐는데도 ‘의미 있는 속도’로 개선됐다. 종합시장이 2010년 200개에서 2017년 468개로 늘었다. 식량 가격도 안정돼 있다. 과거엔 시장에서 팔리는 공산품 90%가 중국산, 10%가 북한산이었는데 최근엔 북한산 80%, 중국산 20%로 역전됐다. 

‘사금융 확대’ ‘돈주(신흥 부유층)의 성장’ ‘주택의 시장화’가 자본주의적 변화를 일으킨다. ‘시장’이 활성화하면서 ‘신흥 부유층’이 등장했으며 ‘축적된 자본’이 ‘사금융’을 일으켜 ‘사기업’을 탄생시켰다. 축적된 자본의 상당 부분이 부동산 시장으로 유입되면서 ‘주택의 시장화’도 자리 잡았다. 

북한에서는 주택을 ‘살림집’이라고 일컫는다. 국가살림집리용허용증(입사증)이 사고 팔리는 형태로 아파트 거래가 이뤄진다. 입사증은 소유권이 아닌 사용권이나 영구 유지가 가능하다. 입사증 거래가 돈벌이 수단으로 떠올랐으며 완공되지 않은 아파트를 사고파는 선(先)분양 방식도 등장했다. 

‘평해튼’의 최고급 아파트 호가는 20만~40만 달러에 달한다. 박종철 교수는 “함경북도 청진시 아파트가 15만~20만 달러에 사고 팔리는 게 확인됐다”고 했다. 정은이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평양 다음으로 아파트 값이 비싼 곳이 신의주인데, 청진에서도 10만 달러 아파트가 등장했다”고 설명했다. 1990년대부터 대북 사업에 종사한 소식통은 “신의주 아파트 값도 최고 20만 달러를 찍었다”고 전했다.


전력난 탓에 고층일수록 ‘값’ 낮아

20만 달러 아파트가 등장한 북동부 항구도시 청진은 1980년대 ‘패션 1번지’로 불렸다. 일본을 오간 ‘만경봉호’ 선적(船籍)이 청진이다. 오랫동안 외부 문물이 유입되는 통로 기능을 했다. 북한의 패션 수도로 일컬어지는 청진은 최근 세계적으로 유행한 스키니진이 북한에서 최초로 인기를 끈 지역이다. 

청진, 신의주 같은 지방도시에서 한국 돈 2억 원 넘는 아파트가 등장한 현상은 북한 경제가 통상의 인식보다 ‘의미 있는 속도’로 개선됐으며 빈부격차가 ‘빠른 속도’로 확대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한국에서는 아파트 건설 과정에서 공사 전(全) 과정을 책임·관리하는 회사를 시행사라고 일컫고 시행사로부터 발주를 받아 공사를 맡은 회사를 시공사라고 칭한다. 북한에서 시행사는 ‘건설주’, 시공사는 ‘시행주’다. 

1970년대 중반까지 북한은 국가가 살림집 건설을 도맡았다. 1980년대부터 ‘특권기관’이 ‘기관주택’을 지어 판매했다. 평양시민은 기관주택을 ‘달러아파트’라고 불렀다. 특권기관은 외화를 확보할 수 있는 곳을 가리킨다. 

1990년대 이른바 ‘고난의 행군’을 거치면서 시장이 발달했다. 시장은 신흥 부유층을 키워냈다. ‘돈주’와 ‘일반기업소’가 살림집을 지어 분양했다. 2000년대 이후 ‘돈주’에 의한 주택 건설이 일반화했다. 국가, 기업소뿐 아니라 ‘개인’도 건축업에 나선 것이다. 자본가가 권력기관과 결탁해 아파트를 짓고 그 기관에 일부를 상납하고 나머지는 분양하는 독특한 형태가 자리 잡았다. 

정은이 박사는 “건설주가 충분한 자금을 마련하지 못해도 입지만 좋으면 아파트를 건설하기도 전에 계약하겠다고 선금을 들고 오는 수요층이 생겼다”고 설명했다. 사금융과 개인의 선투자로 인해 아파트 값이 올라가는 구조가 형성된 것이다. 좋은 입지를 신용으로 삼아 자금을 조달해 아파트를 짓는 것이다.


‘건축’ ‘부동산’으로 ‘갈 곳 없는 돈’ 몰려

낡은 주택에 사는 이들은 건축주에 의해 집이 철거된 후 새로 지은 아파트에 들어가 살기를 바란다. 기존 주택 가치를 두고 건설주와 철거 가구 간 분쟁도 일어난다. 건축주가 철거 가구에 임시 주거지를 제공하기도 한다. 입지가 좋은 곳을 중심으로 낡은 주택을 구입해 건축주에게 넘기는 브로커도 등장했다. 

주택거래 중개인도 등장했다. ‘집데꼬’로 불린다. 건물을 짓기 시작하면 집데꼬가 수요자를 모집한다. 입사증을 산 이들에게 돈을 받아 건설 자금으로 충당한다. 입사증은 아파트가 완공될 때까지 웃돈이 붙어 반복적으로 거래된다. 

전력난을 겪는 북한은 낮은 층일수록 아파트 값이 비싸다. 건축법상 8층 이상 건물은 승강기를 구비하나 작동되지 않을 때가 많다. 15층 아파트 기준으로 2~5층이 이른바 ‘로열층’이다. 6층부터는 층당 2000~3000달러씩 가격이 하락한다. 1층은 저층이지만 2~5층보다 가격이 낮다. 

부동산 투기도 횡행한다. 부유층은 “어느 아빠트가 미남자입네까”라면서 집데꼬를 찾는다. ‘되거리’ 장사를 목적으로 부동산을 구입하는 데도 거리낌이 없다. 북한에서 간행된 ‘조선말사전’에 따르면 ‘되거리’는 ‘어떤 상품을 사서 다른 사람에게 비싸게 판다’는 뜻이다. 철거 예상 주택 입사증을 구입해 새 아파트를 받는 방식도 등장했다. 

북한의 마천루는 식량난 시기와 비교해 ‘의미 있는 속도’로 경제가 개선된 것을 뜻하는 동시에 “북한이 앓고 있는 병의 징후”(김병연 서울대 교수)다. 정책 결정자들이 경제성장을 위한 투자 방법을 몰라 우왕좌왕하는 사이 ‘갈 곳 없는 돈’이 마식령스키장 같은 전시성 사업이나 ‘건설’ ‘부동산’으로 몰린 것이다.


※ 참고문헌 : ‘북한 부동산 개발업자 등장과 함의에 대한 분석’(정은이), ‘북한 부동산 시장 발전에 관한 분석’(정은이), ‘북한에서의 주택가격 결정요인에 대한 분석’(정은이), ‘북한 지역의 토지·주택·기업 사유화에 대한 연구’(이해정), ‘김정은 시대의 북한경제’(임을출), ‘조선자본주의공화국’(다니엘 튜더·제임스 피어슨), ‘김병연 서울대 교수가 ‘경제학의 窓’으로 본 북한‘(신동아 2016년 1월호)


신동아 2018년 7월 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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