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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 탈원전 2년, 그 깊은 상흔

전직 한전 고위인사 최초 증언

“탈원전 고수하면 수십조 사우디 원전 놓친다”

  • 허만섭 기자 mshue@donga.com

전직 한전 고위인사 최초 증언

  • ● “자본주의 대 사회주의 대결”
    ● “미국, 중국의 원전 수출 우려”
    ● “美,탈원전 때문에 한국 못 밀어줘”
    ● “UAE 원전 정비 단독수주 실패도 탈원전 탓”
    ● “UAE, 한국에 배신감”
    ● 신한울 3·4호기 공사 재개가 ‘탈원전 폐기’로 인식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6월 24일  정부세종청사에서 UAE 바라카 원전 정비사업 계약 내용을 밝히고 있다. [뉴시스]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6월 24일 정부세종청사에서 UAE 바라카 원전 정비사업 계약 내용을 밝히고 있다. [뉴시스]

한국수력원자력·한국전력KPS컨소시엄과 두산중공업은 6월 24일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원자력발전소에 대한 5년 정비사업계약을 이 원전의 운영법인인 나와에너지와 체결했다. 한국전력KPS컨소시엄은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09년 12월 바라카원전 건설계약을 체결해 현재까지 한국형 원전 APR1400 4기를 건설하고 있다.


반의 반쪽짜리 정비에 그쳐

UAE 바라카 원전 전경. [청와대사진기자단]

UAE 바라카 원전 전경. [청와대사진기자단]

이번 계약은 한국과 UAE 간 원전 건설-정비-운영 전 주기에 걸친 협력을 완성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지만 정비 범위나 기간 측면에서 실망스러운 수준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연합뉴스’는 “자체 기술로 건설한 원전에 대한 정비를 담당하는 만큼 팀코리아가 전체 사업을 맡게 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처음 목표한 일괄-단독 수주에 실패했다”고 보도했다. “LTMA(Long-Term Maintenance Agreement)에서 LTMSA(Long-Term Maintenance Service Agreement)로 계약 형태가 바뀌면서 단독 수주가 아닌 복수업체가 사업을 나눠 맡게 됐다. 팀코리아와 경쟁한 미국 얼라이드파워나 영국 두산밥콕이 정비사업의 일부분을 맡을 것으로 예상된다”는 것이다. 

정비 범위와 관련해서도 인력만 파견할지 정비 서비스 전체를 제공할지는 나와에너지의 필요에 따라 결정된다고 한다. 기간과 관련해, 전체 예상기간(10~15년)의 절반 수준인 5년으로 정하고 연장 여부를 추후 논의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증권가에선 UAE 원전 수주 규모가 기대보다 줄어든 점을 들어 한전KPS의 목표주가를 낮췄다. KBS는 “UAE 원전 정비계약은 반쪽. 기술유출 우려”라고 보도했다. 연합뉴스는 “수주금액도 단독 수주 시 2조~3조 원(추산액)에서 수천억 원대로 대폭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6개월여 전인 지난해 12월 ‘신동아’는 “한국이 UAE원전 정비사업계약에서 탈락할 것”이라는 전직 한국전력 고위인사 A씨의 예측을 보도했다. A씨는 한전을 퇴사한 이후에도 국제원자력업계에서 활발히 활동해오고 있어 이 업계 사정에 밝다. 지난해 12월엔 ‘한국형 원전을 수출한 한국이 이 원전의 정비사업을 당연히 일괄·단독 수주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었던 만큼, 이 보도는 뜻밖의 내용으로 비쳤다. 



A씨는 정비사업에서 탈락할 것으로 보는 이유로 한국의 탈(脫)원전 정책에 대한 UAE의 배신감, 현지 파견 한수원 직원들의 영어 의사소통 능력 부족과 성추문 등 일탈행위를 꼽았다. 결과적으로, 한국은 정비사업계약에서 탈락한 것은 아니지만 반의 반쪽짜리 계약에 그친 만큼, A씨의 예측은 상당 부분 맞아떨어졌다고 할 수 있다.


상당 부분 맞아떨어진 예측

이에 신동아는 A씨를 다시 접촉해 이번 정비계약의 속사정 및 한국도 뛰어든 사우디아라비아 원자력발전소 건설 수주전(戰) 내막을 들어봤다. 사우디 원전 수주전은 현재 국제원자력업계의 최대 이슈다. 

- 말해준 내용이 상당 부분 현실화돼 놀랍다. 정비계약 형태가 LTMA에서 LTMSA로 바뀌었다. 그래서 한국이 단독으로 맡는 것이 아니라 복수 업체가 맡게 됐다는 건데. 무슨 뜻인가. 

“S(Service)자(字) 하나 추가된 것인데, 문자 그대로의 의미는 별로 달라진 게 없다. 그런데 실질적으로는 달라진 게 많다. 애초 UAE는 정비사업을 통째로 한국에 맡기려 했다. 그게 LTMA 방식이다. ‘다 줄 테니 알아서 해라’ 이런 식이다. 이랬던 UAE가 방향을 틀어 S자를 살짝 넣으면서 ‘우리가 주도적으로 할 테니 한국은 부분적으로 시키는 것만 해라’는 식으로 돌아선 거다. 이제는 자기들이 핵심 인력을 확보해 통제하겠다는 의도다. 이미 미국과 영국 등지에서 원전 전문가들을 유치했다. 한국 회사에 안 몰아주고 한국 회사는 이것만 하고 미국 회사는 저것 하라는 식으로 지시할 거다.” 

- 한국에 돌아오는 몫은 많이 줄어드나? 보도에 따르면, 2조~3조 원에서 수천억대로 대폭 축소될 거라는데. 

“지금은 업무를 아직 안 줬기 때문에 정확히 알 순 없지만 수주금액이 엄청나게 줄어들었다고 생각하면 된다. UAE에 온 미국이나 영국 출신 원전 전문가들이 자기 나라 쪽으로 사업을 주려고 할 거다. 5년 뒤 한국과 계약종료하고 뺏을 수도 있다.” 

- UAE가 그새 한국형 원전을 다 익혔나? 

“예를 들어, 자동차를 만들지는 못하지만 자동차 정비업체가 얼마나 많나? 정비는 할 수 있다. 물론 자기가 만든 것을 자기가 관리하면 더 잘 알겠지만 남이 해도 관계는 없다고 보는 거다.” 

- 정비사업을 일괄·단독 수주하지 못한 건 한국의 탈원전 정책 때문인가? 

“그 영향이 크다. UAE에서 나와에너지라는 법인이 바라카원전을 담당하지만 실제로는 왕세자가 추진해왔다. 중동의 1호 원전이고 UAE에서도 매우 큰 프로젝트다. 상징성이 크다. 산유국이지만 장기계획으로 원전을 짓기로 결단했고 국제입찰을 진행했다. 그 결과 한국형 원전을 선정했다. 모두 왕세자가 한 일이다. 왕세자의 처지에선 자기 국민에게 ‘현명한 결정’이었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 또 이 원전을 자신의 치적으로 계속 자랑해야 한다. 그래야 국민에게 추앙을 받지.


“수주금액 엄청나게 줄어”

문재인 대통령은 2018년 3월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원전 1호기 준공식에 참석했다. 한국은 이 원전을 건설했지만 정비사업을 단독 수주하는 데 실패했다. [원대연 동아일보 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2018년 3월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원전 1호기 준공식에 참석했다. 한국은 이 원전을 건설했지만 정비사업을 단독 수주하는 데 실패했다. [원대연 동아일보 기자]

그런데 한국이 원전을 팔아놓고 갑자기 원전을 안 한다고 하니 배신감을 느낀 것이다. 예를 들어, 1억 원이 넘는 돈을 들여 고급 승용차를 샀는데 자동차 회사가 다음 날 ‘이 차에 문제가 많아 단종하겠다. 앞으로 안 만든다!’고 해버리면 화가 날 거다. 왕세자의 처지에선, 한국의 탈원전으로 자신의 체면이 손상됐다. 한국은 ‘원전은 문제가 많아 안 만든다’고 했다. 자기네 것이 세계에서 제일 좋다고 해서 구매했더니 이제 와서 문제가 많아 안 한다? 화가 나는 거다.” 

한수원 측은 “반쪽 계약이 아니라 문재인 정부가 UAE에 임종석 당시 대통령비서실장을 특사로 파견하고 한수원이 팀코리아에 뒤늦게 참여하면서 얻어낸 반전 계약”이라고 말한다. 정재훈 사장은 한 인터뷰에서 “(지난 정부 때인) 2017년 2월 정비계약 수주 협상이 사실상 종료된 상황”이라며 “문 정부 출범 이후 적극적인 협상으로 수주 가능성 0%였던 것을 뒤집고 수주에 성공한 것”이라고 했다.


“한국 정부와 회사에 덧정도 없어져”

이러한 한수원 측 설명에 대해 A씨는 “내가 아는 사실과 다르다”고 일축했다. A씨는 “원래 60년 동안 파트너가 되기로 MOU(양해각서)까지 다 체결해 놨다. 한국이 일괄로 다 하게 돼 있었다. 그걸 뺏긴 것”이라고 말했다. 한전의 ‘바라카원전 리더십 워크숍 출장 보고서’에 따르면, UAE는 문재인 정부 출범 당시까지만 해도 한전과 한수원에 60년 안전운영을 당부하며 협력을 요청했다. 이어지는 A씨와의 대화다. 

- 결국 탈원전에 심한 배신감을 느낀 UAE가 한국에 등을 돌렸다는 이야기? 

“임종석 실장이 뭘 반전시켰다는 건 금시초문이다. 정재훈 사장은 자신이 일을 잘한다고 말하지만, 탈원전 이후 한국의 원전 관련 조직이 적극성이 없어진 것 같다. 열정도 없어 보인다. 원전을 안 한다고 하니 종사자들이 힘이 빠지고 기가 죽었다. 내가 파악한 바로는, UAE 측은 이런 점도 느꼈다. UAE 입장에서 이런 한국에 60년을 맡긴다? 말도 안 되는 거다. 한국 정부와 회사에 덧정 없어진 거다.” 

- 두산중공업도 정비사업을 맡았는데. 

“그 회사도 요즘 무척 어렵다. 원전을 안 한다고 하니 원전을 짓는 회사로선 일감이 없어졌다. 큰 공장과 직원들은 그대로 있고. 그러니 어떻게 하겠나. 자기가 지은 걸 수리라도 해야지. 수익이 크진 않은 것으로 안다.” 

사우디는 탈석유 기조 아래 2030년까지 200억~300억 달러(약 22조~34조 원)를 투입해 1.4GW급 원전 2기를 건설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한국전력을 중심으로 하는 국내 기업들은 미국, 프랑스, 중국, 러시아 업체들과 수주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들 5개 국가 업체들은 사우디 원전 건설 예비사업자로 선정됐다. 또, 사우디는 2040년까지 17.6GW급 원전도 짓는 구상을 하고 있다. A씨는 “자본주의 국가 대 사회주의 국가의 대결 양상이어서 한국이 탈원전 정책만 폐기하면 사우디 원전을 수주할 것”이라고 말했다.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사우디 원전 수주에 의욕을 보이는데. 

“원전을 가진 나라는 31개국이고 원전 수출이 가능한 나라는 6개국이다. 이 중 일본은 사우디에 초청도 못 받아 배제됐고, 사우디 원전 수주전은 자본주의 국가(미국, 프랑스, 한국)와 사회주의 국가(중국, 러시아) 간 대항전이 되고 있다. 미국은 모든 정부 부서에 퍼스트 아메리카 지침이 내려갔다. 원자력 부서에선 해외 원전 수주를 퍼스트 아메리카 정책으로 추진한다. 그러나 도시바에 인수된 웨스팅하우스를 비롯한 미국 원전업체는 재정이나 시공 능력 측면에서 사우디 원전을 수주하기 쉽지 않다. 프랑스 원전은 최근 들어 좀 이상해졌다. 노형(爐型)이 문제가 많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발전소 준공이 안 되고 5, 6년씩 늦어지고 있다.”


“미국도 한국의 탈원전에 불만”

- 한국은…. 

“얼마 전 미국에 두 번 초청받아 간 적이 있어 미국 내 사정을 잘 아는데, 한국은 시공 능력이 안정적이지만 탈핵 정책을 펴서 문제가 되고 있다. 미국은 자국이 사우디 원전을 수주하지 못하면 다른 자본주의 국가가 수주하기를 원한다. 중국이나 러시아가 중동에 원전을 수출하는 것을 용납하지 못한다. 원전 수출은 중국이 중동에서 에너지 패권을 행사할 기회를 주기 때문이다. 심지어 중국은 사우디에 (핵무기로 전용되는) 핵 농축과 재처리까지 해줄 수 있다는 입장이다. 원자력을 통해 세계에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중국과 러시아의 야욕을 어떻게 막느냐가 장기적으로 미국에 중요하다. 그러나 한국의 탈핵 때문에 미국은 한국을 지원하고 싶어도 그렇게 하기 어렵게 돼 있다. 미국도 한국의 탈원전에 불만이 많다. 다른 말로, 한국은 탈원전을 접으면 사우디 원전을 수주할 거다.” 

A씨는 “사우디는 미국의 눈치를 보면서 내년 12월 미국 대선 이후로 원전 건설사업자 선정을 늦출 것 같다”고 전망했다. 원자력업계와 정치권에선 ‘신한울 3·4호기 건설 재개’를 탈원전 정책의 폐기로 받아들인다.




신동아 2019년 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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