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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현장

마리화나 판매 전면 자유화 선도한 실리콘밸리

캘리포니아에선 비트코인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 글·사진 황장석 ‘실리콘밸리 스토리’ 작가 · 전 동아일보 기자 surono@naver.com

마리화나 판매 전면 자유화 선도한 실리콘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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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1세 이상 성인이면 국적 상관 없이 누구나 마리화나 구입 가능
    ●5조~22조 원 예상되는 마리화나 특수 겨냥한 앱과 스타트업 붐
    ●철저한 현금장사로 이뤄져 비트코인 수요도 급증
마리화나 판매 전면 자유화 선도한 실리콘밸리
2017년 12월 2일 토요일 오후 1시 30분 미국 샌프란시스코시 우버(Uber)와 트위터 본사 건물이 걸어서 5~6분 거리에 있는 미션스트리트 인근 어느 건물 앞. 뭔가에 취한 듯 초점을 잃은 눈동자의 홈리스들이 구걸을 하거나 보도 곳곳에 앉아 있었다.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한 흑인 남성은 밝은 대낮에 사람들이 지나는 길 가로수에 기대어 노상방뇨를 하고 있었다. 바로 그곳에 있는 한 마리화나(대마초 추출 마약) 판매점. 덩치 큰 흑인 경비가 정문 앞에 둔 의자에 앉아 있었다. 가슴팍에 후안(Juan)이란 이름표를 붙인 이 직원은 판매점 안으로 들어가려는 나를 붙잡았다. 무슨 일로 왔냐며 그냥 들여보내지 않겠다는 의지를 내비친다. 

이곳에 간 이유는 마리화나 판매점에 들어가 보기 위해서였다. 실리콘밸리에서만 5년을 살았지만 마리화나 판매점엔 가본 적이 없다. 하지만 마리화나 판매점 방문 시도는 실패했다. 의사의 처방전 또는 처방전과 함께 발급받는 마리화나 환자카드가 없는 한 들여보내 줄 수 없다는 것이었다. 의료용 마리화나만 판매하는 곳이라서 그렇다고 했다. 안에 잠깐 들어가서 구경만 하겠다고 사정해봤지만 씨알도 안 먹혔다. 그리고 하는 말. 

“저기 사거리 보이지. 거기서 우회전해서 조금만 걸어가면 처방전 써주는 마리화나 의사 있으니까 거기 가서 얼른 받아와. 그거 받아와서 (캘리포니아 주에서 발급한) 신분증이랑 같이 보여주면 들여보내 줄게.” 

처방전을 그렇게 쉽게, 빨리 발급해주느냐는 내 말에 “의사마다 다른데, 몇 십 달러만 주면 발급해줘” 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여기까지 와서 판매점 안 풍경을 확인하지도 못하고 돌아갈 수는 없는 일. 그가 알려준 병원을 찾아갔다.


2017년의 마리화나 판매점

미션 스트리트 마리화나 판매점에서 걸어서 5분쯤 떨어진 거리에 있는 마리화나 의사의 병원 내부 풍경. 오른쪽의 빨간색 옷을 입은 중년 백인남성이 상담 중이다.

미션 스트리트 마리화나 판매점에서 걸어서 5분쯤 떨어진 거리에 있는 마리화나 의사의 병원 내부 풍경. 오른쪽의 빨간색 옷을 입은 중년 백인남성이 상담 중이다.

걸어서 5분 남짓 걸리는 병원 문을 열고 들어가자 먼저 온 두 명의 환자(?)가 각각 직원과 상담하고 있었다. 해진 가죽 소파에 앉아 있는 내게 상담직원이 “처방전을 받으려면 일단 캘리포니아주 신분증을 달라”고 했다. 운전면허증을 건넸다. 그러자 4페이지짜리 서류를 주며 해당란에 기입하라고 했다. 일종의 서면 문진. 일반 병원에 가도 통상 이런 서면 문진을 하는데, 여기라고 다르지 않았다. 이름과 생년월일, 주소, 병력, 가입한 건강보험 이름 등등과 함께 어디가 불편해서 마리화나 처방전을 받으려 하느냐는 질문이 있었다. 수면을 만족할 만큼 취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고, 운동하다 다쳐서 손목, 무릎에 만성 통증이 있다는 식으로 대충 적었다. 잠을 썩 잘 자는 편도 아니고 실제 손목과 무릎이 그리 좋지 않으니 없는 말은 아니었다.

기입한 서류를 건네자 더 이상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돈을 내라고 한다. 총79달러. 처방전과 마리화나 환자카드 발급 비용이라고 한다. 아직 의사는 얼굴도 안 봤는데 처방전은 이미 나오기로 돼 있는 모양이다. 직원이 팔을 걷으라더니 혈압을 잰다. “조금 높네요” 하더니 백발에 60대는 넘어 보이는 백인할머니 의사가 나와 진료실로 이끈다. 자유롭게 풀어 헤친 기다란 백발과 역시 자유로움이 온몸에서 풍겨 나오는 ‘포스’가 ‘히피 할머니’였다. 

문진 서류를 훑어보더니 처방전 받는 게 처음이냐고 묻는다. “그렇다”고 했더니 통증을 완화하는 데엔 이런 종류의 제품이 좋고, 수면을 잘 취하는 데엔 저런 제품이 좋다고 설명한다. 무릎이 얼마나 아픈지 확인이라도 하겠지 싶었는데 더 이상 묻지도 않는다. 그러고는 나를 데리고 나와 컴퓨터가 있는 책상 앞에 앉히더니 사진을 찍고 뭔가 문서 작업을 하는 듯 하더니 즉석에서 마리화나 환자카드를 인쇄해준다, 처방전과 함께. 

의사의 책상 위에는 자메이카의 음악가이자 ‘레게의 전설’ 밥 말리가 했다는 말이 적혀 있다. “When you smoke the herb, it reveals you to yourself.”마리화나를 피우면 진정한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고? 정말? 이런 쓸데없는 상념에 빠진 시간을 포함해 사무실에 들어가서 다른 환자들 상담이 끝나길 기다리고 처방전을 받는 데까지 걸린 시간은 총 30분도 되지 않았다. 

다시 아까 그 마리화나 판매점 정문 앞을 지키던 후안을 찾아갔다. 카드를 보여주자 신분증도 보여달라고 한다. 캘리포니아주 운전면허증을 보여주자 안으로 들여보내준다. 드디어 내부에 진입했다. 직원의 안내에 따라 고객 등록을 마치자 음료 시음행사처럼 신제품 마리화나를 전자담배 형태로 피우는 장치를 한번 빨아보라고 권한다. 한사코 물리쳤다. 

이제 자유롭게 내부를 살필 시간이다. 마리화나 종류가 참 많기도 하다. 말린 마리화나만 해도 20종류 가까이 진열돼 있었다. 마리화나 성분으로 만든 통증완화 로션과 크림, 빨아먹는 마리화나 사탕, 마리화나 쿠키, 마리화나 성분이 들어간 음료 등 별의별 상품이 다 있다. 이게 다 마리화나란 말인가. 

손님들, 아니 환자들도 참 다양했다. 판매점 한켠에 마리화나를 피울 수 있는 ‘라운지’란 이름의 장소가 있었다. 앉을 의자 하나 없는 이 라운지에는 눈이 풀린 두 남성이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서서 전자담배 장치로 액상 마리화나를 피우고 있다. 그사이 가죽부츠와 부티 나는 재킷을 입은 백인 중년여성이 들어와 말린 마리화나 한 봉지를 사갔다. 15분 남짓 상점에서 머무는 동안 본 손님 숫자는 10명. 

아무것도 안 사고 있으니 20대 초반으로 보이는 여성 직원이 자꾸 “도와줄까”를 연발한다. 가뜩이나 묘한 냄새에 메스꺼움이 심해지던 차였다. 마리화나 진열대를 뒤로하고 문을 나서자 정문 앞을 지키는 직원 후안이 다시 인사한다. 꼭 다시 오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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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사진 황장석 ‘실리콘밸리 스토리’ 작가 · 전 동아일보 기자 suron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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