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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교 분석

미·중 무역전쟁에서 어부지리 하기

‘장사꾼’과 ‘정치꾼’의 위험한 충돌 챙길 것 챙기는 막판 대타협할 것

  • | 전병서 중국경제금융연구소장 bsj7000@hanmail.net

미·중 무역전쟁에서 어부지리 하기

  • ● 미국의 투키디데스 함정 벗어난 중국
    ● 관세폭탄 맞은 중국, 트럼프 표밭 타격할 것
    ● 한국, 중국 기업에 투자해 금융으로 돈 벌어야
미·중 무역전쟁에서 어부지리 하기
오바마 시대 8년간 부드러웠던 미국과 중국의 관계가 트럼프 집권 이후 충돌 일보직전이다. OX(Obama-Xijinping)시대와 TX(Trump-Xijinping)시대의 변화를 보면 경쟁의 구도가 다르다. 

트럼프 대통령은 장사꾼 출신이다. 트럼프는 이미 100년간 세계를 지배한 패권국의 왕이기 때문에 4년짜리 패권(覇權)엔 별 관심이 없다. 패권은 단지 장식품이고 장사꾼답게 ‘금권(金權)’에 관심이 집중돼 있다. 시진핑 주석은 정치꾼이다. G2국가의 왕이기 때문에 당연히 목표는 G1의 패권에 도전하는 것이다. 시진핑에게는 패권(覇權)이 중요하다. 

과거 미국은 G2 국가의 경제규모가 커져 미국 국내총생산(GDP)의 40%를 넘어가면 해당 국가를 ‘투키디데스의 함정’에 몰아넣었다. 미국의 압박으로 해당국은 결국 추락의 길로 빠졌다. 과거 소련이 그랬고 일본도 그랬다. 그런데 중국의 GDP는 이미 임계치인 40%를 넘어서 63%에 달했다. 중국은 미국이 G2를 다루던 ‘40%룰’, 즉 투키디데스 함정을 벗어났다. 

거대한 무역적자, 재정적자 그리고 실업률을 안고 있는 미국을 되살리려면 희생양이 필요하다. 그러나 어중이떠중이 다 잡아넣으려면 힘도 빠지고 끝도 없다. 제일 센 놈 한 놈만 시범 케이스로 손보면 나머지는 줄줄이 알아서 긴다. 트럼프는 G2 중국을 손볼 상대 1순위로 정했다. 여기서 트럼프 정치인생도 결판난다. 중국을 녹다운시키면 만사형통이다. 일본, 독일, 영국, 러시아, 프랑스를 한 방에 다 굴복시킬 수 있다. 그래서 중국에 맨 먼저 시비 걸고 협박하고 있다. 고수다운 수법이다.


금권과 패권의 충돌, 21세기 가장 위험한 충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6월 22일(현지 시간) 워싱턴 백악관에서 ‘중국의 경제 침략에 대한 행정명령’ 에 서명한 뒤 취재진을 향해 문서를 들어 보이고 있다. 이 행정명령에는 중국산 상품에 고율 관세를 부과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6월 22일(현지 시간) 워싱턴 백악관에서 ‘중국의 경제 침략에 대한 행정명령’ 에 서명한 뒤 취재진을 향해 문서를 들어 보이고 있다. 이 행정명령에는 중국산 상품에 고율 관세를 부과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뉴시스]

장사꾼은 금권에, 정치꾼은 패권에 올인한다. 중국은 명분에 목숨 걸고 미국은 돈에 목숨 건다. 금융이 강한 미국과 제조가 강한 중국의 싸움이 벌어졌다. 그래서 미국은 ‘통상의 칼’로 중국을 위협하고 진짜 이득은 금융으로 챙길 속셈이다. 미국 금권과 중국 패권의 충돌은 가장 위험한 시나리오가 될 가능성이 높다. 

제조업이 외출해버린 미국, 즉 전통 제조업의 낙후와 실업 문제가 심각하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지하실의 윤전기로 달러를 무한대로 찍어내지만 무역적자, 재정적자는 계속 늘고 있다. 미국의 정부 빚이 이미 GDP의 100%를 넘었다. 역사가 보여준 진리는 버는 것보다 많이 쓰는 자, 재정수입보다 지출이 많은 자는 결국 망한다는 사실이다. 

실업 문제와 쌍둥이 적자에 발목 잡힌 미국은 이를 탈출하기 위한 희생양이 필요하다. 트럼프는 기업인 출신답게 철저하게 주주 이익에 부합하는 정치를 한다. 표를 준 ‘팜 벨트(FAM Belt·Farm Auto Military Belt)’ 지역 주민들을 위해 ‘다 걸기’ 하고 있다. 전통적으로 민주당에 표를 준 실리콘밸리(IT)와 월스트리트(금융)는 찬밥이다.
 
이런 상황에서 독특한 캐릭터의 ‘장사꾼 트럼프’와 ‘정치꾼 시진핑’이 제대로 한판 붙었다. 트럼프는 ‘미국 제조업의 본국 회귀(Reshoring)’를 외치지만 제조업에서 중국을 이기기는 사실상 어렵다. 1인당소득 6만 달러대의 나라에서 전통 산업의 부활이 과연 가능할까? 트럼프 집권 이후 전 세계가 4차 산업혁명을 외치지만 트럼프 정부는 IT(정보기술)나 4차 산업혁명 관련 그럴듯한 큰 정책을 내놓은 적이 없다. 미국의 전통 기업들은 정부의 세금폭탄 협박과 시퍼런 규제 서슬에 자국에 투자하는 척하지만 사실 마음은 모두 딴 데 가 있다. 투자하는 흉내만 내고 트럼프의 대통령 임기가 끝나기만 기다린다. 트럼프가 하는 제조업 육성 정책 또한 단기적으로는 약발이 먹히는 듯 보이지만 장기적으로 계속될지는 의문이다. 

세상 일이 어떻게 변할지는 그 누구도 모른다. 미·중 무역분쟁 협상이 잘되어가는 것처럼 보이다가 트럼프의 특기인 막판 뒤집기로 엎어졌다. 막다른 절벽에서 협상하는 트럼프의 전술이 또 나온 것이다. 미국이 500억 달러어치의 중국산 제품에 보복관세를 매기기로 하자 중국도 이에 맞불을 놓았다. 

사실, 미국은 지금껏 이렇게 대놓고 자신에게 대드는 강적을 만나지 못했다. 과거 30여 년간 G2였던 일본은 단 한 번도 미국에 대들지 않았다. 그러나 중국은 다르다. 시진핑 집권 이후 5년간 미국에 대해 할 말 다 하고 살았지만 미국이 화끈하게 중국을 패준 적도 없다. 혼내주겠다고 큰소리만 쳤지 결과는 오바마 시대나 트럼프 시대나 마찬가지였다. 

최근 트럼프가 ‘G2 중국 죽이기’에 나섰지만 만만치 않다. 취임 초 중국에 45% 관세 부과, 환율조작국 지정 등을 들고 나왔지만 흐지부지됐다. ‘협상의 달인’이 이긴 듯하지만 실제 건진 게 별로 없다.


선거 앞두고 또 중국 겨냥한 트럼프

미·중 무역전쟁에서 어부지리 하기
그래서일까.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트럼프가 결국 중국의 콧털을 다시 건드렸다. 미국은 7월 5일(현지 시간)부터 중국산 수입품 500억 달러(약 56조 원) 규모 가운데 340억 달러(약 38조 원), 818개 품목에 25% 관세 부과를 강행했다. 나머지 160억 달러, 284개 품목에도 2주 이내에 관세가 부과될 계획이다. 

앞서 트럼프는 중국에 1000억 달러 무역흑자를 축소하고 2020년까지 총 2000억 달러를 줄이라고 요구했다. 이에 중국도 즉각 맞불을 놨다. 중국은 우선 545개 품목, 340억 달러 규모의 미국산 수입품에 25%의 관세를 부과했다. 

중국은 미·중 통상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기 위해 ‘북한 카드’를 자유자재로 구사하고 있다. 북·미 정상회담 직전과 직후 북·중 정상회담을 가짐으로써 트럼프의 대북 협상력을 떨어뜨리고 중국과의 경제협력을 강화했다. 이에 트럼프는 ‘중국 배후설’을 언급하면서 대중국 추가 제재를 시작했다. 중국이 야심만만하게 추진하는 제조 강국 프로젝트인 ‘중국제조2025’ 견제에 착수한 것. 중국의 대표적인 5G통신장비업체인 ZTE에 대해 향후 7년간 반도체 판매를 금지하는 조치도 취했다. 

중국은 ZTE와 차이나 모바일에 대한 미국의 견제가 시작되자 곧바로 미국 반도체 기업에 응수를 했다. 지적재산권 침해를 이유로 마이크론의 메모리반도체 26종에 대해 중국 내 판매제한 예비조치를 내려 미국 반도체 주가를 폭락시켰다. 미국과 중국이 서로 장군 멍군을 한 셈이다


‘늘공’과 ‘어공’의 몸싸움 11월에 결판날지도

중국은 지난해 45% 관세 부과에도 눈도 깜짝하지 않았다. 그런 중국이 25% 보복 관세에 겁먹고 미국에 무릎을 꿇을까? 환추시보 사설에 답이 있다. “중국은 미국의 더러운 탁자를 닦아주는 걸레가 아니다” 그리고 1000억 달러 무역흑자를 뺏어가려는 데 대해 “미국 네가 우리 살점 한 점 떼 가려면 너도 앞니 한 줄은 나가야 될 것이고” “미국이 중국인 1000명을 죽이려면 미국인도 800명은 죽어나가야 될 것”이라고 썼다. 중국은 더 이상 말 못하는 머슴이 아니다. 미국은 첨단 제품을, 중국은 농업과 자동차, 비행기를 서로 수입 규제하면 누가 이길까?
이번 통상 마찰은 4년 임기의 어쩌다 공무원 ‘어공’ 트럼프와 늘 공무원인 ‘늘공’ 시진핑의 힘겨루기다. 부러우면 지는 것이고 초조해도 지는 것이다. 표에 목숨 거는 트럼프는 지금 지지율이 낮아 구석으로 몰렸다. 당장 눈앞의 성과가 급하다. 그래서 합의한 약속도 뒤집고 무리한 정책도 우선 실시하고 보는 것이다. 

당장은 미국이 이기겠지만 트펌프의 11월 중간선거는 승리를 보장 못 한다. 중국의 보복이 집중될 팜 벨트 지역은 트럼프의 표밭인데 이 지역이 쑥대밭이 될 가능성이 있어서다. 중국이 미국 시각 7월 6일 0시부터 발효한 미국산 수입품에 대한 보복관세 조치의 주요 대상은 농산물과 자동차 등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대표적인 표밭을 겨냥한 셈이다. 

트럼프는 중국이 도발하면 다시 보복관세를 매기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거의 모든 중국산 제품에 보복관세를 매기는 형국이 된다. 3억2000만 명의 거대한 인구가 쓰는 일상용품을 세계 최저가로 공급할 국가가 중국 외에 또 있을까. 없다면 미국 소비자의 주머니만 가벼워질 것이다. 

중국은 1조1000억 달러의 미국 정부 국채를 가진 최대 채권자다. 수틀리면 보유 국채 매각을 통해 미국 정부의 국채 발행에 영향을 줄 수 있다. 그러나 미국도 특단의 대책이 있다. 미국에는 1977년 제정된 긴급비상조치법(IEEPA·International Emergency Economic Powers Act)이 있다. 이 법에는 미국 국가나 기업의 재산을 탈취했거나 탈취할 우려가 있는 외국 기업에 한해 경제활동을 중단시키고 재산을 동결할 수 있다는 조항이 있다. 미국은 이를 이용해 중국의 미국 내 자산인 국채를 동결하겠다고 위협하고 있다.


꾼들의 특징은 막판 대타협

미국과 중국의 생활 반경은 너무 깊이 엮여 서로의 함정에 빠져 있다. 미국은 중국 제조업의 함정에 빠졌고 중국은 미국 달러의 함정에 빠졌다. 결국 트럼프와 시진핑은 상부상조한다. 중국의 입장에서 약점은 IT와 금융이다. 중국이 금융강국, 4차 산업혁명 선도국가라는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는 IT와 금융이 강한 민주당보다 전통 산업에 강한 공화당이 파트너로서 전략적으로 유리하다. 

싸움 잘하는 선수는 선수를 알아본다. 꾼들은 결코 상대를 절벽으로 몰고 가지 않는다. 고수를 절벽에 몰면 죽기를 각오하고 덤빈다. 이런 상황이면 이겨도 만신창이가 돼 의미가 없다. 수읽기에 능한 노회한 장사꾼 트럼프와 정치꾼 시진핑은 막판 대타협에 나설 수 있다. 명분과 실리를 주고받으며 서로 챙길 것을 챙기는 식이다. 다만 겉으로는 보는 눈이 많기 때문에 물고 뜯고 싸우는 것처럼 보일 뿐이다. 

미국은 제조업에서 통상압박을 풀어 황제로 등극한 시진핑의 체면을 살려준다. 중국은 과도한 부채를 주식으로 바꿔 금융 리스크를 낮춰야 한다. 두 번의 주가 대폭락으로 가슴에 멍이 든 중국 개미들의 힘으로는 중국의 금융체질을 개선하기 어렵다. 따라서 외국투자자의 힘을 빌려야 한다. 시진핑은 미국에 못 이기는 척하면서 금융시장을 개방해 미국의 실리를 챙겨준다. 그러면 통상마찰도 해결되고 중국의 부채비율도 개선되는 묘수가 될 수 있다. 

경제도 무한 성장하는 게 아니다. 이런 관점에서 중국은 이미 분업과 무역에서는 일정한 단계에 다다랐다. 미·중 무역분쟁에서 중국이 이번에 확실히 깨달은 것이 있다. 남의 물건 아무리 만들어봤자 결국 머슴일 수밖에 없다. 기술이 없으면 당한다. 또 금융이 약하면 제조업이 아무리 강해도 소용없다. 

중국은 이제 기술혁신에 집중한다. 먼저 중국은 미·중 무역분쟁 발발 후 반도체 등 첨단산업을 육성하기 시작했다. 시진핑은 중국의 우한메모리반도체 사업장을 방문한 뒤 반도체산업 육성을 지시하면서 3000억 위안, 우리 돈 51조 원짜리 반도체 육성 펀드를 만들었다. 

중국은 공유경제, 인터넷, 모바일 관련분야 신성장기업에 대해 특례상장(Fast Track) 혜택을 주려 한다. 대상은 기업 가치가 10억 달러(약 1조 원) 이상인 유니콘(unicorn, 비상장 스타트업) 기업이다. 그 숫자는 164개에 이른다. 

중국은 이미 특례상장을 통해 중국 최대의 배터리 업체인 닝더스다이(寧德時代)를 상장시켰다. 세계 최대의 전자제품 OEM생산업체이자 애플의 전제품을 OEM으로 생산하는 팍스콘(富士康)도 통상 2년 이상 걸리는 상장 절차를 36일 만에 통과해 IPO(기업공개)를 했다. 또 해외에 나가 있는 중국의 대형 인터넷기업도 예탁증서(CDR) 방식을 활용해 대거 국내로 불러들인다는 전략이다. 미·중 무역전쟁이 아이러니하게도 2018년을 중국의 신성장산업 발전 원년으로 만들 전망이다.


미중 금융전쟁에서 한국 어부지리의 묘수 찾을 때

코스피가 미·중 무역전쟁에 대한 우려로 내림세를 나타내고 있다. [뉴스1]

코스피가 미·중 무역전쟁에 대한 우려로 내림세를 나타내고 있다. [뉴스1]

미·중 무역전쟁의 본질은 금융전쟁이다. 무역전쟁이라면 통산장관이 협상대표여야 하는데 미국의 대표는 스티븐 므누신(Steven Mnuchin) 재무장관이다. 미국은 제조업에서 과거보다 약해졌지만 금융은 여전히 세계 최강인 국가다. 통상으로 협박하고 궁극적으로는 금융시장을 열게 해서 무역에서 잃은 달러를 금융에서 뽑아오겠다는 전략이 엿보인다. 

문제는 한국이다. 중국에서는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점유율이 제로에 근접했고 자동차 점유율은 3%대로 추락했다. 이 와중에 한국 전체 수출의 37%를 차지하는 1,2위 수출 지역 미국과 중국 사이에 무역전쟁이 발발했다. 이로 인해 교역량이 축소되면 어떻게 될까. 중간재 수출 중심인 한국 경제에 치명타가 된다. 

역대 최악의 청년실업률, 반도체 빼면 볼 것도 없는 수출, 세계평균에도 못 미치는 경제성장률에도 경제정책에 자화자찬인 정부는 진짜 벌거벗은 임금님이다. 정치는 바람이지만 경제는 생활이다. 표심도 결국은 경제를 따라간다. 문재인 정부는 촛불로 일어섰지만 경제가 튼튼하지 못하면 바람 앞의 촛불처럼 위태로워진다. 

정부는 지방선거 승리 분위기에 취해 있을 때가 아니다. 미·중 무역전쟁이 몰고 올 수출 부진 후유증에 대비하고 다른 기회를 찾아야 한다. 정부는 4차산업혁명 지원과 규제 완화를 입으로만 하지 말고 행동으로 옮겨 일자리와 소득 증가를 진짜 보여줘야 한다. 

제조업에서 벌든 금융에서 벌든 돈은 꼬리표가 없다. 지금 중국의 알리바바, 텐센트의 시가총액이 삼성전자보다 더 커졌다. 미국의 중국 금융시장 개방 압박에서도 기회를 찾아야 한다. 한국 제조업이 중국 제조업에 패해 철수했다고 절망해 있을 때가 아니다. 한국 기업을 뒤통수친 잘나가는 중국 기업에 투자해 금융으로 돈 버는 방법을 생각해볼 때다.


신동아 2018년 8월 호

| 전병서 중국경제금융연구소장 bsj700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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