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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프란시스코 통신

공유스쿠터의 미래

부활 후 이용자 크게 준 까닭

  • 글·사진 황장석 ‘실리콘밸리 스토리’ 작가·전 동아일보 기자 surono@naver.com

공유스쿠터의 미래

  • 3월 미국 샌프란시스코 시내에 등장한 공유스쿠터는 신개념 공유서비스로 한동안 큰 화제를 모았다. 시내 어디서든 스쿠터를 찾아 단거리를 빠르게 이동할 수 있다는 점에서 찬사가 쏟아졌다. 반면 보행자를 위협하고 아무 데나 방치함으로써 도시 안전을 해친다는 불만도 적잖았다. 샌프란시스코가 본격 규제를 시작한 후 샌프란시스코 풍경은 어떻게 달라졌을까. 현장을 찾았다.
샌프란시스코시의 규제로 영업이 중단되기 전인 5월 샌프란시스코 익스플로러토리엄 근처 보행자 통행로에서 한 사람이 공유스쿠터를 타고 있다. 보행자 통행로에서 공유스쿠터를 타는 건 불법이다.

샌프란시스코시의 규제로 영업이 중단되기 전인 5월 샌프란시스코 익스플로러토리엄 근처 보행자 통행로에서 한 사람이 공유스쿠터를 타고 있다. 보행자 통행로에서 공유스쿠터를 타는 건 불법이다.

11월의 첫날, 트위터 본사가 있는 미국 샌프란시스코 마켓스트리트 1355번지 앞에 섰다. 공유스쿠터 타는 사람들을 보러 간 것이었다. 공유스쿠터는 모바일 앱으로 빌려 타는 전기스쿠터로 세계 여러 도시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실리콘밸리 성장과 더불어 ‘스타트업 도시’로 거듭난 샌프란시스코에선 특히 뜨거운 화제를 모은 아이템이다.

샌프란시스코 거리에 수천 대의 공유스쿠터가 쏟아져 나온 건 3월부터다. 버드(Bird Rides), 스핀(Spin), 라임바이크(LimeBike) 등 3개 회사가 본격적으로 사업을 시작했다. 자동차로 이동하기엔 가깝고 걸어가기엔 먼 거리를 이동하는 수단으로 등장한 공유스쿠터는 빠른 속도로 인기를 얻었다. 도로가 좁고, 일방통행이 많고, 교통체증도 일상인 샌프란시스코. 이 도시에서 짧은 거리를 싸게는 1~2달러에 이동할 수 있는 서비스가 생겼으니 환호가 쏟아졌다. 택시, 우버, 리프트 같은 서비스를 이용하기엔 애매한, 이른바 ‘엎어지면 코 닿을 거리’를 갈 때 공유스쿠터를 이용하는 사람이 많았다.

다만 이용자가 많아지면서 문제가 생겼다. 스쿠터는 자전거전용도로처럼 자전거가 다니는 길로 다녀야 한다. 보행자 통행로에서 타면 안 되고, 탑승 시 헬멧을 써야 하며, 아무 곳에나 세워두면 안 된다. 이런 규칙을 지키지 않는 사용자가 많다는 불만이 시 당국에 쏟아진 것이다. 공유스쿠터와 부딪쳐 다친 사람 얘기가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San Francisco Chronicle) 같은 현지 언론에 보도되기도 했다.


찾기 쉽지 않은 공유스쿠터

공유스쿠터가 샌프란시스코에 들어오고 거의 8개월이 흐른 시점. 여전히 많은 사람이 이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을까. 점심시간 트위터 본사 앞에 서서 40분가량 지켜보기로 했다. 처음 만난 건 반팔 티셔츠를 입고 하얀색 모자를 쓴 채 배낭을 멘 청년이다. 그는 ‘스킵(skip)’ 상표가 붙은 공유스쿠터를 타고 도착해 도로와 가까운 보도 한쪽에 스쿠터를 세웠다. 10여 분 지났을까. 검은색 바지와 셔츠 차림에 갈색 배낭을 멘 다른 청년이 스쿠터를 타고 그 앞을 지나갔다. 그리고 끝이었다. 40분 동안 목격한 스쿠터족은 두 명이 전부였다.

트위터 본사 주변에 있는 공유스쿠터는 공유자전거 거치대 근처에 세워진 1대와 필자가 서 있던 길 건너편 보도 가장자리에 세워진 2대, 총 3대뿐이었다. 몇 달 전 필자가 샌프란시스코에서 공유스쿠터를 처음 탔을 때와는 완전히 다른 상황이었다.

필자가 이 도시에서 처음 공유스쿠터를 탄 건 5월 19일 토요일이었다. 당시 장소는 익스플로러토리엄(Exploratorium) 주변. 익스플로러토리엄은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한 과학 체험학습 공간이자 과학 교사들을 교육하는 일종의 과학관이다. 어린 자녀 손을 잡은 부모를 비롯해 많은 사람이 찾는 곳이다. 그날도 주말을 맞아 그곳은 인파로 북적이고 있었다. 굳이 스마트폰 앱을 켜서 위치를 확인하지 않아도 찾을 수 있을 만큼 공유스쿠터가 곳곳에 널려 있었다. 공유스쿠터를 타고 지나다니는 사람도 많았다. 그런데 불과 5개월 여 사이에 샌프란시스코에 무슨 일이 일어났기에 공유스쿠터 타는 사람이 이렇게 줄어들었을까.


우버 학습 효과(?)

필자가 이용한 공유스쿠터. 이렇게 주차한 ‘인증샷’을 찍어 스마트폰 앱에 올려야 공유스쿠터 이용이 종료된다.

필자가 이용한 공유스쿠터. 이렇게 주차한 ‘인증샷’을 찍어 스마트폰 앱에 올려야 공유스쿠터 이용이 종료된다.

샌프란시스코의 공유스쿠터엔 몇 달 사이 큰 변화가 있었다. 한동안 금지됐기 때문이다. 공유스쿠터 등장 이후 발생한 여러 문제에 규제가 시작된 것이었다. 샌프란시스코시는 공유스쿠터 사업 자체를 막지는 않았지만, 시에서 제시하는 기준에 따라 영업할 업체를 선정했다. 공유스쿠터 사업 참가 신청을 받아 허가증을 발급하기로 했다. 공유스쿠터 수는 2500대로 제한했다. 몇 개 업체가 선정되든 샌프란시스코 거리에 돌아다니는 스쿠터는 2500대까지만 허용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업체들에 일단 6월 4일까지 모든 공유스쿠터를 거리에서 치우라고 명령했다. 그날 이후에도 거리에 남아 있는 공유스쿠터가 있으면 하루에 1대당 벌금 100달러씩을 부과하겠다고 했다. 그러자 수 천 대에 달하던 공유스쿠터가 일시에 샌프란시스코에서 종적을 감췄다.

샌프란시스코에 공유스쿠터가 다시 등장한 건 10월 15일이다. 8월 말 정식 사업 허가를 받은 두 개 업체의 공유스쿠터가 거리에 등장한 것이었다. 두 업체는 6개월 동안 각각 625대로 영업을 한 뒤 시의 평가를 받아 625대씩 더 늘릴 수 있을지 결정하게 된다. 첫 6개월 동안 시내에 돌아다니는 스쿠터는 1250대이며 6개월 이후 최다 2500대까지 늘어날 수 있다는 의미다. 총 1년의 시범사업 전반부에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하면 후반부에 스쿠터 수를 늘릴 수 없다.

샌프란시스코도시교통국(SFMTA)이 주관한 공유스쿠터 사업 신청 업체는 모두 12개였다. 3월 거리에 공유스쿠터를 처음 내놓은 3개 업체를 비롯해 우버가 인수한 공유자전거업체 점프(Jump), 우버의 경쟁자 리프트 등 쟁쟁한 회사들이 앞다퉈 이 사업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8월 말 시가 선정한 업체는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스쿠트(Scoot)와 스킵(Skip)이었다. 탈락한 일부 업체들이 결정 재고를 요청하고 있지만 번복되지 않고 있다. 한 업체는 공정한 선정 절차를 다시 밟을 때까지 스쿠트, 스킵 두 회사의 영업을 일시 중지해달라고 법원에 신청했지만 이 역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자금력과 사업 경험 같은 요소로 볼 때 경쟁력이 크지 않은 두 회사가 샌프란시스코 시의 낙점을 받은 데엔 ‘우버 학습 효과’가 있다는 분석이 설득력 있다. 일단 사업을 시작한 뒤 규제 문제가 발생하면 법적으로 대응해온 우버에 대한 거부감이 컸다는 것이다. 그런 인식에서 보면 샌프란시스코 곳곳에 공유스쿠터를 대량으로 배치해 사업을 시작했던 3개 업체, 즉 버드, 스핀, 라임바이크는 ‘스쿠터업계의 우버’로 분류됐을 것이다.

8월 말 공유스쿠터 사업자 선정 발표 직후 ‘월스트리트저널’은 굵직한 사업자가 모두 탈락한 이유를 분석한 기사에서 “법규 위반 전력이 있는지는 업체 선정에 매우 중요한 요인이었다”는 샌프란시스코시 도시교통국 간부의 인터뷰를 실었다. 규제를 잘 따를 업체에 높은 점수를 줬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샌프란시스코시는 ‘우버 트라우마(?)’를 겪고 있기도 하다. 우버, 리프트 등장 이후 택시업계 몰락으로 곤욕을 치르고 있기 때문이다. 시는 2010년 이후 부족한 예산을 충당하고자 이전까지는 신청을 받아 수수료만 받고 나눠주던 택시면허(medallion)를 정가 25만 달러에 택시기사에게 팔았다. 1달러당 1000원으로만 환산해도 2억5000만 원이다. 기존 ‘무료 면허’는 소지자가 택시영업을 중단하거나 사망해 자격을 잃어야 다른 기사에게 발급했다. 이 때문에 15년가량 대기해야 받을 수 있었다고 한다. 이와 달리 25만 달러짜리 면허는 매매양도가 가능한 ‘재산’이다.

하지만 그렇게 팔리던 택시면허가 이젠 아무도 사겠다는 사람이 없어 사실상 휴지조각 신세가 돼버렸다. 택시면허 없이도 자가용으로 사실상 택시 영업을 할 수 있는 우버, 리프트가 대중화됐기 때문이다. SFMTA가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2016년 4월 이후 단 한 개의 면허도 팔리지 않았다.

시는 애초 택시면허를 팔면서 ‘관련 시장이 붕괴하거나 팔리지 않으면 팔았던 금액에 도로 사주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도로 사라’는 요구가 빗발치는 지금에 와선 예산 부족 등을 이유로 거부 중인 상태다. 이 때문에 택시면허를 산 기사들은 ‘시가 우버 등의 영업을 제대로 규제하지 않아 업계가 몰락했다’고 비판하는 반면 시는 ‘우리도 최선을 다했지만 규제 권한이 캘리포니아주 정부로 넘어가서 도리가 없다’고 해명해왔다.

샌프란시스코 공유스쿠터 현황을 살펴보러 간 날, 필자는 샌프란시스코발레스쿨 근처에 차를 세웠다. 트위터 본사와 도보로 10여 분 떨어진 장소였다. 주차 후 스쿠트, 스킵 등 두 개 앱을 실행해 공유스쿠터가 근처에 있는지 살폈다. 스쿠트 앱은 무슨 영문인지 제대로 실행되지 않아 스킵 앱을 쓰기로 했다. 재수가 없었는지 아무리 살펴봐도 가까운 거리에 스쿠터가 없었다. 하는 수 없이 앱의 위치 정보를 확인해 트위터 본사 앞까지 10분 정도 걸어갔다. 그곳에서 40분을 지켜보며 공유스쿠터 탑승자 두 명을 목격한 것이다.


샌프란시스코 마켓스트리트 자전거도로에서 한 청년이 공유스쿠터를 타고 이동하고 있다.

샌프란시스코 마켓스트리트 자전거도로에서 한 청년이 공유스쿠터를 타고 이동하고 있다.

두 사람은 모두 자전거전용도로에서 공유스쿠터를 탔다. 보행자 통행로로는 다니지 않았다. 5월에만 해도 사람이 걸어 다니는 길에서 공유스쿠터를 타는 사람을 쉽게 볼 수 있었다. 분명 달라진 점이다. 다만 두 사람 모두 헬멧은 쓰고 있진 않았다. 공유스쿠터에 헬멧이 부착돼 있지도 않았다. 스쿠터를 타면서 헬멧을 쓰지 않는 건 현행법 위반이다. 법 개정으로 캘리포니아에서 내년 1월부터 18세 이상은 헬멧을 쓰지 않아도 되긴 하다. 시 차원에서 개정된 법에 반하는 규제를 할 게 아니라면 새로운 법이 발효될 때까지 헬멧을 착용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단속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필자도 차를 세워둔 곳까지 공유스쿠터를 타고 이동해보기로 했다. 실제로 앱을 사용하자 또 다른 변화가 눈에 들어왔다. 5월 라임바이크 앱을 사용했을 때 입력해야 하는 정보는 이름, 본인 인증을 위한 전화번호, 지불수단(애플페이, 신용카드번호 등) 정도였다. 다른 업체 앱도 비슷했다. 하지만 이번에 스킵 앱을 실행하자 추가로 요구하는 게 있었다. 운전면허 앞뒷면을 스마트폰 카메라로 스캔해 업로드함으로써 탑승자가 운전면허를 갖고 있음을 증명해야 했다.


규제 품은 공유스쿠터

또 하나의 중요한 변화는 스쿠터 주차 인증사진 또한 요구했다는 점이다. 8분 정도 공유스쿠터를 타고 목적지에 도착했다. 이전엔 스마트폰 화면에서 ‘탑승 종료’ 탭만 누르면 끝이었다. 하지만 이번엔 한 단계가 더 있었다. 보행자 통행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공유스쿠터를 도로 가까이 세운 뒤 인증사진을 찍어 올리도록 했다. 스쿠터를 아무 데나 세워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았음을 증명해야 비로소 ‘탑승 종료’가 가능하도록 시스템을 변경한 것이다. 필자도 도로와 가까운 위치에 스쿠터를 세우고 인증사진을 올린 뒤 비로소 모든 과정을 마칠 수 있었다. 8분 동안 스쿠터를 이용하고 낸 요금은 2달러50센트였다. 

어느 날 갑자기 샌프란시스코 거리에 쏟아져 나와 한편에선 환호, 다른 편에선 불만을 들으며 도시를 들썩이게 만든 공유스쿠터. 그렇게 또 갑자기 거리에서 사라졌던 공유스쿠터는 시 정부의 규제 아래 새로운 방식으로 다시 돌아왔다. 샌프란시스코 시내에 돌아온 스쿠터는 당장은 예전만큼 뜨거운 열기의 중심에 있는 것 같지 않다. 스쿠터 개수를 제한한 만큼 이용자 수도 줄었다. 스쿠터 이용자와 사업자에겐 마이너스다. 하지만 도로에서 불법으로 운행하거나 아무 데나 주차하는 행위 또한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이는 보행자와 시 정부에 플러스다.

양측의 긴장과 협력 방향에 따라, 또 누구의 선호가 더 많이 반영되느냐에 따라 향후 샌프란시스코 공유스쿠터의 미래가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최근 공유서비스에 대한 관심이 크게 높아지는 한국에서도 참고할 만한 일이다.


신동아 2018년 12월 호

글·사진 황장석 ‘실리콘밸리 스토리’ 작가·전 동아일보 기자 suron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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