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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밀분석

미국 ‘중거리핵전력조약 탈퇴’ 노림수

“중국-북한 핵무장 해제시킬 수도”

  • 신인균 자주국방네트워크 대표 kdn0101@hanmail.net

미국 ‘중거리핵전력조약 탈퇴’ 노림수

  • ●조약 재개 조건으로 ‘중국-북한 가입’ 요구
    ●중국-북한의 대다수 핵미사일 폐기 대상
    ●국제적 비난과 미국과의 군비경쟁 직면
북한 중거리탄도미사일 화성-12형 발사 장면. [동아DB]

북한 중거리탄도미사일 화성-12형 발사 장면. [동아DB]

10월 22일 미국 백악관발(發) ‘폭탄선언’이 나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모든 중거리핵무기를 폐기하도록 하는 중거리핵전력조약(INF·Intermediate-range Nuclear Forces Treaty)을 파기했다. 이 조약은 1987년 미국과 러시아 간 체결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존 볼턴 국가안보보좌관을 러시아 모스크바로 보내 이런 의사를 전달했다.

냉전 막바지인 1980년대 소련은 중거리탄도미사일인 SS-20을 배치했다. 미국은 퍼싱-Ⅱ 미사일로 대응하면서 미소 간 핵 경쟁이 극에 달했다. 중거리핵전력조약은 이런 파국 상황을 해소하고 냉전 종식에 결정적으로 공헌했다.

SS-20은 최장 사거리 5000km에 3개의 탄두를 가진 다탄두 핵미사일이다. 북극 근방에서 발사되면 미국 북부지역이 사정권에 들어간다. 나아가, 미국의 핵심 동맹국인 유럽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전역을 타격할 수 있다. 특히 이동식 발사차량에서 발사되기 때문에 생존성과 은밀성이 강하고 탄두가 3개로 쪼개지므로 유럽 국가에는 공포의 대상이었다.


더 무서운 ‘사거리 500~5500km 핵미사일’

중국 DF(둥펑)-26 미사일. [동아DB]

중국 DF(둥펑)-26 미사일. [동아DB]

이에 대응해 미국은 사거리가 1800km로 짧지만 명중오차가 30m에 불과한 경이적 정확도를 가진 퍼싱-Ⅱ 탄도미사일을 서독에 배치했다. 또한 더 정교한 순항 핵미사일인 그리폰을 유럽 전역에 두면서 소련과 바르샤바조약기구의 공산국가들을 압박했다.

그러다 마침내 1987년 12월 8일 소련이 먼저 손을 든다. 사거리 500~5500km의 중거리미사일을 폐기하는 중거리핵전력조약을 미국과 체결하기에 이른 것이다. 미국과 소련은 상대의 본토를 공격하는 대륙간탄도미사일보다 동맹국들을 공격하는 중거리핵무기를 먼저 폐기하는 슬기를 보여준 셈이다. 국제사회는 미국과 소련을 지지했고 이것이 냉전 종식의 바탕이 됐다. 미국은 퍼싱-Ⅱ와 그리폰 등 846기를 없앴고, 소련은 SS-20 등 1846기를 폐기했다. 다만 이 조약은 지대지 미사일만을 대상으로 삼았고, 공대지·함대지·잠대지 무기엔 적용되지 않았다.

그러나 이 조약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약속을 위반하면서 흔들리기 시작했다. 러시아는 사거리 2500km 함대지 순항미사일 칼리브르의 지상발사형을 배치했다. 이는 중거리핵전력조약의 주요 원인이 된 미국의 지상발사 순항미사일 그리폰과 사거리 같다. 나아가 러시아는 SS-26 익스칸데르-M을 배치했는데, 이것이 논쟁의 결정타가 됐다. 익스칸데르-M은 변칙적으로 기동하는 탄도미사일이어서 요격이 대단히 어렵다. 러시아는 최장사거리가 450km에 불과해 중거리핵전력조약 위반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반면 미국은 이 미사일의 실제 사거리가 600km이므로 위반이라고 반박했다.

이렇게 양측 주장이 엇갈린 것은 익스칸데르-M의 편심탄도비행에 기인한다. 이 비행은 종말 단계에서 고도를 변칙적으로 틀어버려 연료 소모가 많다. 러시아는 편심탄도비행 기준으로 450km를 날아간다고 말하는 것이고, 미국은 편심탄도비행을 하지 않으면 600km까지 날아간다고 보는 것이다.

러시아는 칼리브르 순항미사일 지상발사형을 배치한 것에 대해 “미국 책임”이라고 했다. 2014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크림반도를 침공하자, 러시아의 위협에 불안해하는 NATO 국가들을 안심시키기 위해 미국은 루마니아와 폴란드에 탄도미사일 방어시스템인 ‘이지스 어쇼어’를 배치했다. 이지스 어쇼어는 탄도미사일 전문 요격 군함인 이지스함의 레이더, 전투체계, SM-3 요격미사일을 군함에서 떼어내 지상에 배치한 것이다.

논란은 요격미사일인 SM-3의 발사대에서 비롯됐다. SM-3는 수직발사 시스템인 MK-41에서 발사된다. 미 해군 이지스함은 MK-41을 90~122개씩을 장착하는데, 여기서 SM-3 같은 요격미사일은 물론 사거리 2500km인 토마호크 함대지 순항미사일도 장착할 수 있다. 실제로 미국의 이지스함은 통상 30여 발의 토마호크 순항미사일을 장착하고 다닌다.


불신과 분노

러시아는 이 MK-41 발사관에 토마호크가 장전돼 있는지 알 수 없으니 자신들의 SS-26 익스칸데르-M 배치도 동등한 입장이라고 했다. 미국은 이지스 어쇼어의 MK-41 발사대에는 요격미사일인 SM-3만 장착돼 있다고 항변했다. 그러나 러시아는 발사관을 열어보기 전에는 알 수 없으니 이지스 어쇼어를 철수하라고 맞섰다. 서로 아전인수 격으로 해석하니 접점이 없고 감정만 나빠지는 상황이 지속됐다.

이 와중에 러시아는 푸틴 대통령의 지시로 10월 11일 동시다발적으로 핵미사일 발사훈련을 감행했다. 미국 알래스카의 코앞인 오오츠크해와 북극 근처인 바렌츠해에서 SLBM(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을 쐈다. 또 극동지역인 우크라인카 공군기지, 알타이산맥 부근 엥겔스 공군기지, 발트3국 인접의 샤이코프스카 공군기지에서 출격한 TU-95와 TU-160 폭격기들이 순항미사일 발사훈련을 했다.

미국은 이 훈련에 분노했고, 이것이 11일 뒤 트럼프의 중거리핵전력조약 파기로 이어진 것이다. 미국은 나아가 영국에 F-22 스텔스 전투기를 전진 배치했다. 10월 25일엔 해리 S 트루먼 항모타격전단과 이오지마 강습상륙전단 같은 대규모 해군력을 동원해 노르웨이 일원에서 21세기 최대 NATO 연합군 훈련인 ‘트라이던트 정처 2018’ 훈련을 실시했다. 외견상 미국과 러시아는 냉전시대로 회귀하는 듯하다.

당황한 러시아에 미국은 회심의 일격을 날렸다. 중거리핵전력조약에 복귀하는 조건으로 중국과 북한을 언급한 것이다. 이 조약을 체결한 1987년 당시 미국을 핵으로 위협하는 나라는 소련뿐이었지만, 이젠 중국과 북한도 핵으로 미국을 위협하니 이 조약을 부활시키려면 중국과 북한도 이 조약에 들어와야 한다는 논리다.

미국의 일격은 러시아가 아니라 궁극적으로 중국을 겨냥했다. 덤으로 북한도 압박했다. 러시아는 미국과 부딪치려니 군비경쟁으로 몰락한 소련의 전철이 떠오르고, 물러서려니 중국과 북한을 데리고 오라는 데에서 능력의 한계를 절감하고 있다.


미 항모 겨냥한 둥펑 미사일

전북 군산시 미 공군부대의 패트리엇(PAC-3) 방공미사일과 F-16 전투기. [박영철 동아일보 기자]

전북 군산시 미 공군부대의 패트리엇(PAC-3) 방공미사일과 F-16 전투기. [박영철 동아일보 기자]

중국은 기가 막힌다는 표정을 짓는다. 미국과의 무역전쟁에서 패색이 짙어지는 와중에 날벼락처럼 자국의 중거리핵무기 보유가 이슈가 된 때문이다.

스톡홀름 국제평화연구소의 2018년 1월 보고서가 전하는 전 세계 핵탄두 보유 순위를 보면 1위는 러시아로 6850발, 2위는 미국으로 6450발, 3위는 프랑스로 300발, 4위는 중국으로 280발, 5위는 영국으로 215발, 6·7위는 파키스탄과 인도로 각각 130~150발이다.

중국이 보유한 핵탄두는 숫자가 많지 않아 별것 아닌 것 같지만 실속은 다르다. 중국은 미국과 소련이 체결한 중거리핵전력조약에 가입하지 않았다. 또한 탄두 숫자와 종류, 다탄두미사일의 쪼개지는 탄두 수를 제한하는 전략무기감축협정에도 들어가지 않았다. 이에 따라 중국은 각종 다탄두미사일을 최고 수준으로 개발했다.

이 중 미국이 가장 불쾌하게 여기는 것은 미 항공모함을 공격할 수 있는 중국의 DF-21D 미사일이다. 사거리 2000km의 이 둥펑 미사일은 압록강 건너 중국 동북지역 퉁화(通化)에 집중 배치돼 있다. 한반도에서 전쟁이 발발하거나 미국과 중국 간 전쟁이 나면, 미국의 증원군과 항공모함전단이 동중국해를 통해 한반도 주변으로 올 터인데, 중국은 이 미사일로 미 항모전단을 타격하겠다는 뜻이다.

마하 10의 속도로 돌입하는 탄도미사일이라 가뜩이나 요격하기 힘든데 회피기동까지 하고 핵무기까지 탑재하고 있다. 이런 미사일이 항공모함을 노리니 더 위협적이다. 이 미사일은 종말 단계에서 레이더를 켜고 해당 지역의 가장 큰 선박을 표적으로 삼아 내리꽂는다. 선박 중 덩치가 가장 큰 것은 당연히 항공모함이다. 항모에 정확히 명중하지 않더라도 중간에 요격당하지만 않으면 공중에서 핵탄두가 폭발해 반경 수십km 지역이 파괴되고 전자기펄스(EMP)의 영향으로 항모전단이 무력화될 수 있다.

미국이 중국을 중거리핵전력조약에 끌어들이는 데 성공한다면 미국은 중국의 무장을 해제시키는 것과 같은 효과를 얻는다. 항공모함 타격용인 DF-21D를 제거하는 데 그치지 않고 중국의 지대지미사일 대부분을 폐기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의 핵미사일은 대륙간탄도미사일인 DF-31과 DF-41 등을 제외하면 대부분이 중·단거리용이다. 중국은 DF-11(600km), DF-15(800km), DF-16(1500km), DF-21(1700km), DF-25(4000km) 같은 탄도미사일과 CJ-10(2500km) 같은 순항미사일까지 다양한 지대지미사일을 보유하고 있는데, 이 모든 것이 중거리핵전력조약의 범주에 들어간다. 설령, 중국이 이 조약에 가입하지 않더라도 국제사회에서 “중국 정도의 패권국은 세계평화를 위해 이 조약에 가입해야 한다”라는 공감대가 형성될 수 있다. 이렇게만 되어도 미국에는 이익이다.

북한도 마찬가지다. 북한은 핵보유국으로서 미국과 핵군축협상을 해야 한다고 오만을 떨고 있다. 당연히 북한에도 “중거리핵전력조약에 가입하라”는 압박이 들어가게 된다. 북한의 미사일 중에 스커드C(550km), 스커드ER(700km), 익스칸데르형(600km), 노동(1300km), 북극성2(2500km), 무수단(3500km), 화성12(5000km) 등이 중거리핵전력조약의 범주에 들어간다. 미 본토를 공격할 수 있는 화성14(8000km), 화성15(1만2000km)는 미국이 보유를 허용하지 않는다고 했으니 이 대륙간탄도미사일도 폐기 대상이다. 결국 중거리핵전력조약에 의해 북한은 사실상 모든 탄도미사일을 제거당하는 것이다.

지구의 모든 하늘을 장악하고 있고 바다 어디든지 전략핵잠수함을 보내는 미국에 지대지 핵미사일은 그리 중요하지 않다. 하지만 미국을 상대로 싸워야 하는 러시아, 중국, 북한에는 지대지미사일의 수량이 아주 중요하다.


중국-북한 행태에 급제동

이번 조약 파기로 미국은 러시아에 군비경쟁의 공포감을 심어줬다. 중국과 북한에는 무장을 해제당할 수 있다는 강력한 경고를 했다. 추가로 중국이 미국과 러시아의 탄도미사일보다 더 진보된 미사일을 마음껏 만드는 행태에 급제동이 걸리게 됐다. 

‘조약을 재개하고 싶으면 중국과 북한을 데려오라’는 요구가 실현되지 않는다 해도 미국은 전략적 이익을 달성한다고 볼 수 있다. 트럼프의 돌출적 외교가 의외로 극적 효과를 동반하는 셈이다. 조약 가입에 불응하면 국제사회의 비난과 미국과의 군비경쟁에 직면할지 모른다. 러시아, 중국, 북한은 지금처럼 공격적으로 군사력을 증강하기 힘들 것이다.


신동아 2018년 12월 호

신인균 자주국방네트워크 대표 kdn010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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