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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컨더리 보이콧’ 칼갈이 미·중 치킨게임 시작됐다

‘이단아 트럼프’의 도발적 행보

  • 황일도 | 화정평화재단 연구위원, 국제정치학 박사 shamora@donga.com

‘세컨더리 보이콧’ 칼갈이 미·중 치킨게임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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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국 대통령선거 후 곳곳에서 울리는 시그널이 심상치 않다.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 2321호 채택과 함께, 오바마 행정부가 공들여 만들고도 휘둘러보지 못한 대중(對中) 간접제재를 본격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워싱턴 조야에 들끓는다. 갈등을 불사해서라도, 혹은 갈등을 유발해서라도 미중 관계의 주도권을 차지하겠다는 새 백악관 주인의 히든카드가 대북 압박일지 모른다는 우려도 쏟아진다.
‘세컨더리 보이콧’ 칼갈이 미·중 치킨게임 시작됐다
중국은행(Bank of China). 지금은 중국인민은행에 자리를 내줬지만, 한때 중화민국의 국책은행이던 중국 역사상 최초의 은행이다. 이용자 수 3억9000만 명, 자산 규모 세계 10위권으로, 이 은행 홍콩지점은 홍콩과 마카오의 발권은행 기능도 담당한다. 공상은행, 교통은행 등과 함께 흔히 중국 5대 국유은행으로 통칭되는, 명실 공히 중화권을 대표하는 금융회사 중 하나다.

못 꺼내 든 날카로운 칼

2013년 7월 북한 선박 청천강호는 쿠바에서 파나마 운하를 통과해 북한으로 가던 중 설탕포대 밑에 미그기 동체와 미사일 부품 등을 숨긴 것이 적발돼 파나마 당국에 7개월간 억류됐다. 이후 진행된 유엔 안보리 차원의 조사는 싱가포르 해운업체가 이에 연루됐다는 사실을 밝혀냈고, 싱가포르 정부는 2014년 6월 연루된 자국업체 관계자를 기소했다.

문제는 이 해운업체와 북한의 자금 거래를 처리해준 은행이 바로 중국은행이라는 사실. 유엔 대북제재의 기본 골격에 따르면 중국은행 역시 사법 책임을 피해가기 어렵지만, 중국 정부는 현재까지 이와 관련해 조치를 취한 적이 없다.

2016년 2월 10일 미국 연방 상원은 ‘북한 제재와 정책 강화 법안(North Korea Sanctions and Policy Enhancement Act)’을 통과시켰다.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및 사치품 관련 거래에 연루된 제3국 기업이나 개인 금융기관을 제재 대상으로 지목해 미국 기업이나 은행이 아예 거래를 하지 못하도록 막는다는 이른바 ‘세컨더리 보이콧(secondary boycott)’ 개념이 그 핵심이다.

그러나 법안 통과 후 1년 가까운 시간이 지나도록 오바마 행정부는 이 정책을 제대로 활용한 적이 없다. 가장 날카로운 칼을 손에 쥐고도 휘둘러본 적이 없다는 얘기다. 이를 본격 가동할 경우 자국 경제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가늠하기 어렵다는 우려가 재무부 등 미국 정부 내에서 거듭 제기돼왔기 때문. 적잖은 전문가가 ‘말로만 을러댔을 뿐 실제 적용은 어려울 것’이라는 견해를 내놓은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2016년 9월 무렵 대북 핵 물자 수출에 관여한 것으로 확인된 중국 기업 랴오닝훙샹그룹에 대해 미국 정부가 제재를 선언한 것을 두고 ‘세컨더리 보이콧 본격화’라는 보도가 나왔지만, 수출 당사자인 훙샹에 대한 제재는 직접 제재일 뿐 세컨더리 보이콧과는 거리가 멀다.

만약 미국이 중국은행에 이 칼을 들이민다면 어떻게 될까. 2005년 마카오 소재 소규모 은행이던 방코델타아시아(BDA)에 대한 미국 재무부의 자금세탁 관련 제재가 이후 어떤 파장을 남겼는지 돌이켜볼 때, 자산 규모가 173조 원(2013년 기준)에 달하는 중국은행을 상대로 비슷한 제재가 이뤄질 경우 그 후폭풍은 가늠하기조차 쉽지 않다. 이 은행이 달러화 결제를 못한다면 중화권 경제 전체가 직격탄을 맞을 수밖에 없고, 2014년 기준으로 5550억 달러(약 670조4000억 원)를 넘어선 미중 교역도 심대한 타격을 피하기 어려워진다. 겉으로는 서슬 퍼래 보이던 오바마 행정부가 칼을 꺼내 들지 못한 이유다.

“판이 바뀌었다”

관점을 바꿔보자. 만일 백악관이 중국에 대한 고강도 압박을 계획한다면, 미중 교역의 중심축을 흔드는 시나리오를 원한다면, 이를 통해 중국과의 갈등을 본격화하기로 마음먹는다면 세컨더리 보이콧은 가장 훌륭한 카드 중 하나라는 결론이 가능해진다. 단서는 나왔지만 후폭풍을 우려해 꺼내놓지 않은 모든 중국 주요 기업의 대북제재 위반 사례를 단죄하겠다고 나설 경우 두 나라 사이의 긴장은 순식간에 극대화할 수밖에 없다.

눈 밝은 독자라면 이쯤에서 눈치 챘겠지만, 백악관의 새 주인이 된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은 전임자와 달리 이러한 상황 전개를 전혀 두려워하지 않는 듯 보인다. 어쩌면 미중 간의 갈등 고조를 내심 강력히 원하고 있다는 징후마저 속속 감지된다. 한마디로 ‘판이 바뀌었다’는 얘기다.

트럼프 당선인이 그간 중국의 무역이나 환율정책과 관련해 쏟아놓은 비판은 일일이 열거하기가 버거울 정도다. 대선 과정에서는 중국의 환율 조작, 불법 수출보조금 지급, 대미 무역 흑자 등을 문제 삼으며 중국산 제품에 45%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예고한 바 있고, 당선된 이후에도 외교·안보 라인 주요 직위 하마평에 반중(反中) 성향을 노골적으로 드러내온 인사들이 줄줄이 거론됐다. 심지어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우정을 과시한 것조차 중국을 외톨이로 만들겠다는 계산에 따른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올 정도. 그간에도 남중국해, 통상, 사드(THAAD,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한반도 배치 등을 놓고 충돌한 두 나라 사이의 대립이 완전히 다른 차원으로 격화할 개연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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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일도 | 화정평화재단 연구위원, 국제정치학 박사 shamor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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