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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 ‘핵 공유’ 받아내야

트럼프 시대와 위기의 한반도

  • 구해우 | 미래전략연구원 이사장

미국에 ‘핵 공유’ 받아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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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세계 질서 변동 불가피…칼날 위에 선 대한민국
  • ● 新민족주의 무장한 ‘센 놈들의 전쟁’ 시작
  • ● 자강적 경제전략 세워 중국 의존도 낮추자
  • ● 북한-북핵 문제 분리한 新안보전략 수립해야
미국에 ‘핵 공유’ 받아내야

1월 20일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 임기를 시작한다. 트럼프의 미국은 ‘경제민족주의’ 시대가 왔음을 알리면서 세계 질서의 근본적 변동을 일으키고, 한반도 정세에 거대한 위기의 쓰나미를 몰고 올 것이다.

국정농단 사건이 민주화의 성과를 유린한 역대급 내환(內患)이라면, 트럼프 시대의 등장은 역대급 외우(外憂)다. 한반도 근·현대사에서 첫 번째 위기인 19세기 말의 강요된 개항에 이은 20세기 초의 식민지 시기, 두 번째 위기인 1945~53년 광복, 분단, 전쟁으로 치닫던 시기에 이어 한반도의 향후 운명을 좌우할 세 번째 위기의 시기로 진입했음을 의미한다.

근대화에 실패해 영화(榮華)를 잃은 중국은 1978년 개혁·개방 이후 기록적 경제성장을 기반으로 세계 제2의 경제대국으로 부활했다. 2008년 세계금융위기 이후 G2 체제를 형성하면서 중화민족주의를 단계적으로 확대·발전시켰다. 동북아시아에서 그 출발점은 2000년대 초반 고구려 역사 등을 중국사로 편입·왜곡하는 동북공정이다.

유럽에서는 푸틴의 러시아 민족주의 고양과 크림반도 합병, 에도르안의 터키 민족주의 성장 등이 중동의 난민 위기와 결합해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를 촉발했다. 이 같은 민족주의가 테러 및 경제 문제 등과 결합해 프랑스와 독일을 포함한 유럽 전체를 뒤흔든다. 결정적으로 2016년 11월 트럼프가 당선되면서 이러한 흐름이 증폭·발전돼 세계 질서가 근본적으로 바뀌어가고 있다.  

경제민족주의 각축장 한반도

트럼프의 수석 전략가인 스티브배넌은 “나는 경제민족주의자면서 미국 우선주의자(I′m an economic nationalist. I′m an America first guy)”라고 밝힌 바 있다. 경제민족주의와 미국 우선주의는 트럼프 선거운동의 핵심이요, 트럼프 시대를 이해하는 키워드다. 미국의 경제민족주의, 미국 우선주의는 세계 질서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키고 한반도 주변 정세에도 심각한 변동을 촉발할 것이다.

21세기 신(新)민족주의는 20세기의 패권적 민족주의 또는 저항적 민족주의와 구별된다. 스티브 배넌도 종족적 민족주의를 부정한다. 시진핑(習近平)의 중화민족주의도 ‘통일적 다민족국가’를 내세운다. 21세기에 등장한 신민족주의의 특징은 경제적 민족주의, 국익 우선주의, 문화적 정체성 등이며 시민 민족주의, 포용적 민족주의 개념과 결합돼 이해되기도 한다.

그러나 냉엄한 국제정치 현실에선 경제적 민족주의가 국가 간의 이해충돌, 패권 다툼 등의 문제와 결합할 수밖에 없다. 당장 트럼프 당선인의 공약대로 중국을 환율 조작국으로 지정하는 문제는 필연적으로 미중 간에 다양한 충돌을 야기할 것이다. 특히 트럼프 주변 인사들은 전임 오바마 행정부의 외교정책을 “이가 빠진 대외 정책”이라고 비판하면서 공격적 외교정책을 예고했다.

일본은 확고한 미일동맹을 기반으로 중국 견제의 선봉 역할을 하는 것을 신국가 전략의 핵심으로 삼은 듯하다. 러시아 역시 동아시아에서 자신들의 존재감을 과시하고자 ‘동방경제 포럼’을 개최하는 등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인다.

친중정책이 남긴 內傷

이렇듯 한반도 주변에선 새로운 무한 국익경쟁의 전투가 시작됐다. 중국의 시진핑은 마오쩌둥(毛澤東) 이후 가장 강력한 지도자를 꿈꾸고, 일본의 아베 신조는 제2차 세계대전 패배 이후 가장 강력한 리더십을 구축하며,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은 스탈린 이후 가장 강력한 지도자 역할을 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은 냉혹한 승부사 트럼프를 위기의 해결사로 선택한 것이다. 한반도는 세계사적인 경제민족주의 흐름을 배경으로 역대급 4대 마초형 지도자가 벌일 각축장의 한복판에 섰다.

트럼프 시대의 한미관계에서 가장 심각한 문제는 박근혜 정부 친중정책의 후과(後果)다. 박근혜 정부가 국내적으로 역대급 국정농단이라는 과오를 저질렀다면 대외정책에서는 원칙도 없고 소득도 없던 친중외교라는 심각한 과오를 남긴 것이다.

박근혜 정부는 중국의 지원을 통해 북한을 변화시켜 ‘통일 대박’을 이루겠다는 주관적 바람(wishful thinking)에 기초해 한미동맹의 기초를 흔들면서 2016년 1월 4차 북핵 실험 이전까지 일관되게 친중정책을 폈다. 사드(THAAD,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논의 억제 및 반대, 중국 주도의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참여와 미국 주도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협상 불참, 2015년 9월 중국 전승절 70주년 기념식 참석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 같은 친중정책의 영향으로 2015년 6월 타결된 한미 원자력협정은 베트남과 미국 간의 원자력협정보다 못한 수준의 결과를 낳았다. 한국의 친중정책에 대한 워싱턴의 불만은 2013년 말 방한한 조 바이든 미국 부통령의 “한국은 미국의 편에 설 것인지, 중국의 편에 설 것인지 분명히 해야 한다”라는 말에 응축돼 있다.

박근혜 정부의 친중정책은 노무현 정부의 동북아 균형자론을 훨씬 뛰어넘는 친중외교였다. 친중정책은 2016년 1월 북한의 4차 핵실험으로 파탄 난다. 점증하는 안보 위기 속에서 사드 배치, 한미동맹 강화로 정책 전환에 나서면서 한중관계가 악화 국면으로 접어든 것. 이 같은 과정을 통해 현상적으로는 한미동맹이 복원됐다 해도 친중정책이 남긴 내상(內傷)은 상당히 심각할 수 있다. 트럼프는, 한국에 대해 따뜻한 감정을 지녔고 신사적인 오바마와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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