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신동아 로고

통합검색 전체메뉴열기

심층탐구

‘21세기 차르’ 푸틴

  • 윤성학 | 고려대 러시아CIS연구소 교수 dima7@naver.com

‘21세기 차르’ 푸틴

1/3
  • ● 2014년 발다이선언 이후 달라진 위상
  • ● ‘트럼푸틴(TRUMPUTIN)’이 만들 새로운 국제 질서
  • ● 남북 간 긴장 완화 위해 극동 개발에 적극 참여해야
‘21세기 차르’ 푸틴
한국은 ‘21세기 차르’로 불리는 푸틴을 너무 모른다. 알려고 하지도 않는다. 오바마의 비아냥거림처럼 석유와 가스나 팔아먹고 불량 가짜 보드카로 수십 명의 국민이 죽어가는 무지와 야만의 나라에서 활개 치는 독재자라고 생각한다. 세상을 주도하는 것은 4차 산업혁명과 같은 신기술이나 글로벌 자본이지 국가주의나 종교적 에너지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들은 지난해 벌어진 일련의 사태에 큰 충격을 받았다. 영국이 유럽연합(EU)을 탈퇴하고 문제아 트럼프가 미국의 대통령이 되는 것을 심정적으로 받아들이기 힘들었을 것이다.

푸틴이즘의 힘

1991년 소련이 붕괴되면서 미국의 정치학자 후쿠야마는 자유민주주의는 역사의 마지막 형태라고 선언했다. 후쿠야마에게 미안한 이야기지만 그가 생각한 자유민주주의는 겨우 20년 정도 존재했다. 미국 주도의 단극 체제, 글로벌스탠더드는 점차 붕괴돼가고 있다. 이것을 극적으로 주장한 사람이 바로 푸틴이다.

‘포브스’는 2013년부터 무려 4년 연속 푸틴을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지도자로 선정했다. 세계 경찰을 자임하는 미국이나 신흥부자인 중국의 정상들은 그동안 한 번도 1등을 차지하지 못했다. 군사력에서는 미국에 훨씬 못 미치고 GDP(국내총생산)는 한국보다도 낮은 러시아의 대통령이 어떻게 4년 연속 1등을 차지할 수 있었을까. 그것은 푸틴이 던지는 강력한 메시지 때문이다. 미국의 새로운 대통령 트럼프조차 푸틴에 동조하는 것은 푸틴이즘에 공감하기 때문이다.

트럼프에게 영감을 준 푸틴이즘은 2014년 10월 러시아 소치에서 열린 외교전문가 포럼인 ‘발다이 토론 클럽(Valdai Discussion Club)’에서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2012년 푸틴은 집권 3기를 시작하면서 세계를 보는 시각을 점차 수정한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하면서 유럽이 가진 한계가 노출됐고 미국은 중동에서 여전히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었다. 그렇지만 석유 가격의 폭락으로 경제위기 일보 직전까지 간 러시아에 대해 미국과 유럽은 나토를 통한 공격적인 외교정책을 멈추지 않았다.

2014년 우크라이나의 친러 야누코비치 정권이 불법적으로 붕괴되면서 푸틴은 서방과의 모호한 관계를 확실히 할 필요를 느꼈다. 우크라이나의 폭력 시위를 배후 조종한 서방과는 단호한 선을 긋고 그동안 암묵적으로 추구해온 ‘유럽 속의 러시아’가 되기를 포기하는 것이다. 마침내 2014년 4월 우크라이나의 크림반도는 서방의 비난에도 불구하고 러시아에 합병됐다. 발다이 연설은 러시아의 크림 합병 이후 유럽과 미국이 주도하는 러시아에 대한 경제 제재와 고립이라는 상황에서 푸틴이 자신의 정당성을 제시하고자 하는 배경에서 나왔다.

미국 중심 ‘신질서’는 실패했다

푸틴은 1991년 소련의 붕괴 이후 미국 중심의 신질서가 성공하지 못했다고 규정한다. 세계 유일 패권국가가 된 미국은 통제가능한 세계질서와 조화, 균형을 구축하는 데 실패했다는 것이다.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시리아에서의 전쟁은 계속되고 있고, 지정학적 충돌은 사라지지 않고 있다. 푸틴은 이론적으로도 영원한 패권국가는 없다고 주장한다. 미국이 냉전의 유일한 강대국으로 떠오르는 ‘단극의 순간(Unipolar Moment)’이란 개념을 제시한 찰스 크라우서머(Charles Krauthammer)조차 미국의 유일 패권은 길어야 25~30년에 불과하다고 했다.

푸틴은 미국의 패권이 실패한 이유로 모든 국가가 공감할 수 있는 ‘규칙’을 만들어내지 못했다는 점을 꼽는다. 세계는 갈수록 행위 주체(국가, 기업, NGO 등)가 더 많아지고 있는데도 미국이 제시하는 ‘글로벌스탠더드’는 모두가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푸틴은 미국 주도로 정해진 규칙에 따라 게임하는 것을 거부했다. 크림 합병과 관련한 단호한 행동은 다른 나라가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관계없이 러시아의 이익이라고 생각한다면 강대국과의 충돌도 마다하지 않겠다는 태도를 보여준다.

푸틴은 발다이 클럽 연설에서 서방은 지정학적 이해관계가 맞물리는 특정 국가들의 내부 불안정을 이유로 평화적 대화라는 방법 대신 폭력과 정부 전복 사태로 몰아갔다고 비난했다. 야누코비치 정권의 전복 이후 우크라이나는 경제와 사회 분야의 파국은 물론 내전으로 치닫고 있었다. 우크라이나의 비극은 러시아의 혼란으로 이어지고 지정학적 위기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상황에서 러시아는 손을 놓고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사태를 수습하는 행동에 나설 수밖에 없다. 특히 러시아의 안보가 위협에 처하면 앞으로도 절대 가만히 있지 않겠다고 푸틴은 밝혔다.

2014년 크림 합병 이전 러시아는 ‘유럽 속의 러시아’를 지향하면서 미국과 나토의 동진과 공격에도 인내심을 발휘하며 조심스럽게 대응해 왔지만 이후 전혀 다른 자세를 취한다. 냉전 이후 ‘유럽 속의 강대국’으로 축소됐던 러시아가 다시 국제무대에 복귀해 자기 목소리를 높이기 시작한 것이다.

1/3
윤성학 | 고려대 러시아CIS연구소 교수 dima7@naver.com
목록 닫기

‘21세기 차르’ 푸틴

댓글 창 닫기

2017/08Opinion Leader Magazine

오피니언 리더 매거진 표지

오피니언 리더를 위한
시사월간지. 분석, 정보,
교양, 재미의 보물창고

목차보기구독신청

지면보기 서비스는 유료 서비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