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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트럼프 ‘제2의 가쓰라-태프트 밀약’ 우려돼”

‘중국도 인정한 중국통’ 김흥규 아주대 교수

  • 이문기|미래전략연구원 원장, 송홍근 기자|carrot@donga.com

“시진핑-트럼프 ‘제2의 가쓰라-태프트 밀약’ 우려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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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905년 7월 일본 총리 가쓰라와 미국 육군장관 태프트가 “일본은 미국의 필리핀 지배를 확인한다. 한국은 일본이 지배할 것을 승인한다”고 합의한 게 ‘가쓰라-태프트 밀약’이다. 미국이 필리핀과 남중국해를 지키는 대신 한반도를 중국의 영향력 아래에 두는 게 ‘제2의 가쓰라-태프트 밀약’이다.
  • ● 북핵 해결할 어쩌면 마지막 기회… ‘對北압박 공조’에 편승해야
  • ● 평양發 남북관계 개선 신호 그대로 받으면 안 돼
  • ● 남북협상으로 공조 깨뜨리면 ‘코리아 패싱’… 美·中 간 밀약 맺을 수 있어
  • ● 美·中공조 성과 낸 후 남북관계 개선책 가동하자
“시진핑-트럼프  ‘제2의 가쓰라-태프트 밀약’ 우려돼”

[조영철기자]

김흥규(54) 아주대 교수는 ‘중국통(中國通)들이 인정하는 중국통’이다. 35년간 중국을 탐구해왔다. 서울대 외교학과를 졸업하고 미시간대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국립외교원에서 일했다. 19대 대통령선거 때는 안희정 충남지사 캠프에서 외교·안보 분야 좌장을 맡았다. 중국 정·관계와 군부·학계 인사들도 존중하는 대(對)중국 전략통을 5월 9일 서울 광화문 미래전략연구원에서 만났다.  

안희정 캠프 외교·안보 좌장役

“대학교 1학년 때인 1982년 에드거 스노가 쓴 ‘중국의 붉은 별(Red Star Over China)’을 읽으면서 ‘나는 중국이다’ 생각했어요. 중국이 삶의 주제로 자리 잡은 지 35년이 흘렀습니다. 당시만 해도 중국 연구자가 거의 없었습니다. 중국과 수교도 안 됐고요. 중국 연구로 밥을 번다고는 생각하지 못할 분위기였죠.”

중국에 대한 관심이 그를 미시간대로 이끌었다. 케네스 리버살, 미첼 옥센버그 등 중국 연구 거장이 그곳에 모여 있었다.

“미국에서 국제정치, 비교정치를 함께 전공했기에 한국에 돌아와 국립외교원에서 일하면서 외교·안보의 틀로 중국을 들여다볼 수 있었습니다. 중국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재원을 놓고 어떻게 타협하고 갈등하는지를 박사학위 논문으로 쓴 터라 중국 내부 시각에서 베이징이 내놓는 대외정책을 분석할 수 있었어요. 국립외교원 산하에 정책연구소가 하나밖에 없을 때인데, 그곳에서 중국을 연구하는 사람이 달랑 저 하나였습니다. 중국 연구가 그만큼 취약했어요. 그 덕분에 훈련을 잘 받았죠. 중국과 관련한 거의 모든 분야에 대해 정책보고서를 썼거든요.”

중국공산당과 인민해방군 인사들도 한국의 중국통인 그를 신뢰한다. 중국군사과학원과 중국국제전략학회가 함께 주최하는 향산논단(香山論壇)은 포럼 때마다 그를 초청한다. 향산논단은 서방 중심의 샹그릴라 대화(아시아안보회의)에 맞서 중국 군부가 2006년부터 2년마다 개최해온 포럼이다. 2013년 그가 내놓은 연미화중(聯美和中) 전략이 베이징에서 특히 주목받았다.

“중국 친구들이 저한테 내밀한 얘기를 했을 때, 그것을 한 번도 입 밖으로 내뱉지 않았기에 신뢰가 쌓였습니다. 그 덕분에 정부 간 공식 채널이 어려움을 겪을 때도 제 나름의 채널로 속 깊은 얘기를 나눕니다.”

-19대 대통령선거를 치르는 사이 한반도 정세가 긴박했습니다. 4월 6, 7일 미중 정상회담 이후 북핵 문제와 관련해 전례 없이 강도 높은 미중 공조가 진행 중입니다.
“2000년 빌 클린턴 당시 미국 대통령이 페리 프로세스에 따라 평양 방문을 검토한 후 17년 만에 북핵 문제를 풀어낼 분위기가 조성됐습니다. 한국에도 기회가 온 것입니다.”

1999년 10월 작성된 페리 프로세스는 윌리엄 페리 대북조정관이 내놓은 클린턴 행정부의 포괄적 북핵 문제 해결 방안이다. 대량살상무기 개발·배치 종식 대가로 경제 원조와 외교관계 정상화를 실현한다는 내용이다.

“미중이 전례 없는 공조 체제에 들어가는 형국입니다. 정상회담에서 큰 틀의 해법에 합의한 것으로 보입니다. 첫째, 북핵 문제는 긴급하고 반드시 해결해야 할 중요한 사안이다. 둘째, 미중이 각자의 방법으로 압박을 통해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한다. 셋째, 핵과 미사일을 일단 동결시키고, 그것을 기반으로 삼아 비핵화로 나아간다. 넷째, 북한 정권 생존을 보장하면서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추진한다.”  

“中, 적극적 한반도 관리 나서”

그는 “미중이 현실적으로 설정할 수 있는 목표는 핵과 미사일의 동결이라고 봐야 한다”고 부연했다. 핵 동결 방안을 바탕으로 북한·미국·중국이 합의할 공간이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중국 경제력이 급상승한 후 미국의 아시아 재균형 전략과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 구상이 대결하는 국면이 펼쳐졌다. 통상 분야에선 미국의 TPP(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와 중국의 RCEP(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가 맞섰으나 트럼프 행정부가 TPP 탈퇴를 선언했다. 현재는 미국의 아시아 재균형 정책이 약화하고 대륙에 대한 중국의 주도권을 인정하는 쪽으로 나아가는 흐름이다. 중국은 미국과 대등한 ‘신형대국관계’를 상정하고 독자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그는 “중국의 전략 행보가 미국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모습”이라면서 “2016년 말 이후 중국은 적극적이면서도 주도적으로 한반도 문제 해법을 추구해왔으며 한반도를 자국의 영향권으로 관리하겠다는 의지가 커졌다”고 말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 외주’ 방식으로 북한을 비핵화 대화 테이블로 끌어내려는 것 같습니다. 트럼프 행정부가 내놓은 ‘최대 압박과 관여’ 정책에 중국이 어느 수준까지 행동을 함께할까요.
“미중 합의가 즉흥적 조치가 아니라 국내 정치적 이해, 장기 전략을 반영한 것이기에 일반적 생각보다 지속적으로 강력하게 전개될 소지가 큽니다. 러시아 스캔들로 휘청거리는 트럼프의 대외정책 가운데 성과를 낼 만한 게 북한 문제 외엔 없습니다. 트럼프는 2018년 11월 중간선거 이전까지 대외정책에서 성과물을 내놓으려 할 거예요.”

-미중관계가 복잡하게 전개될 듯합니다.  

“미국과 중국 사이에 묵계가 있었습니다. 대륙과 해양이 만나는 한반도에서 대결하기보다는 관리·합의를 통해 문제를 푼다는 거였죠. 오바마 행정부 말기에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를 배치하기로 결정하면서 갈등이 생겼는데, 베이징은 사드가 재균형 전략의 일부로 작동하리라고 봤으며 워싱턴이 그간의 묵계를 깼다고 여겼습니다. 트럼프가 정상회담을 통해 묵계를 복원했습니다. 워싱턴이 중국의 남중국해 진출을 우려해왔는데, 베이징은 해양에서는 공세를 접고 신중한 모드를 취할 것으로 보입니다. 워싱턴이 한국을 베이징을 압박하는 거점으로 활용하지 않는 대신 중국 또한 해양에서 미국과 협력하는 그림이 그려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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