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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가 불 지른 30대 사막 왕자들의 자존심 대결

카타르 봉쇄사태 왜 발생했나

  • 권재현 기자|confetti@donga.com|

트럼프가 불 지른 30대 사막 왕자들의 자존심 대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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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가 불 지른 30대 사막 왕자들의 자존심 대결

카타르 봉쇄 사태 양 진영을 대표하는 30대의 라이벌. 카타르 국왕인 타밈 빈 하마드 알 사니.[위키피디아]

전세계 200여 개 국가 중 왕국은 얼마나 될까. 30개국 안팎이다. 대륙별로 봤을 때 아시아가 13개국으로 가장 많은데 그중 부탄 일본 캄보디아 태국 4개국을 제외한 9개국이 이슬람 국가다. 이 중 말레이시아 브루나이를 뺀 바레인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오만 요르단 카타르 쿠웨이트 7개국이 수니파 아랍 왕국이다. 7개국 중 비산유국인 요르단을 제외한 6개국은 1981년 이후 걸프협력회의(GCC)라는 지역협력체로 한목소리를 내왔다.

이 GCC 소속 아랍 왕국들 소식이 최근 국제 뉴스에 부쩍 자주 등장하고 있다. 그 양 축은 ‘수니파의 맹주’ 사우디와 ‘아랍 왕국의 이단아’ 카타르다. 그 배후에는 30대 사막의 왕자들 간의 라이벌 의식이 숨어 있다. 카타르 국왕인 타밈 빈 하마드 알 사니(37)와 사우디의 왕세자인 무함마드 빈 살만 알 사우드(32)다.

사우디와 카타르는 덩치만 비교하면 상대가 되지 않는다. 사우디가 아라비아 반도의 대부분을 차지한 반면 카타르는 그 동쪽에 비쭉 솟은 작은 반도 국가다. 영토로 봤을 때 사우디(215만㎢)는 카타르(1만1586㎢·경상남도 크기)의 20배가 넘는다. 인구로 봤을 때도 사우디(2800만)가 카타르(225만)의 12배가 넘는다. 아랍국가 중에 카타르보다 작은 나라는 이웃 섬나라인 바레인이 유일하다.

이런 국력 차이에도 불구하고 사우디는 6월 5일(현지시간) 카타르에 대한 수니파 아랍국의 대대적 단교조치를 선도했다. GCC에 속한 UAE와 바레인이 가담했고 예멘 이집트 리비아 몰디브 모리타니 같은 이슬람공화국도 동참해 참여 국가는 20개국으로 늘어났다. 요르단 등 4개국은 카타르와 외교 단계를 격하했다. 석유부국인 사우디의 영향권 안에 있는 국가들이다.

카타르와 단교를 선언한 해당국들은 48시간 내 자국 내 카타르 외교관 철수를 명령했고 항공기와 선박 운항을 전면 중단했다. 이는 사실상의 봉쇄정책으로 이어졌다. 카타르는 육로로는 사우디, 해로로는 북쪽의 섬나라 바레인과 남쪽의 UAE로 둘러싸여 있다. 이번 단교 조치로 이들 통로가 다 막혀버렸다. 사우디는 카타르 식량 수입의 40%를 들여오는 남쪽 육로를 봉쇄했다. 바레인과 UAE는 카타르 국적 선박의 입항을 금지했다. 이에 카타르는 이란 영공을 통해 식량을 공수하고, UAE를 우회해 오만의 항구를 통해 액화천연가스(LNG)를 수출하는 것으로 맞서고 있다.



카타르는 왜 집단 따돌림 당할까

카타르와 단교 조치를 취한 국가들의 명분은 카타르가 테러리즘과 극단주의 조직을 지원해 주변국의 안보 불안을 조성한다는 데 있다. 구체적으로 카타르가 ‘시아파의 맹주’인 이란은 물론이고 하마스와 헤즈볼라 등 시아파 무장단체를 지원하고 있으며 2011년 아랍의 봄 때 이집트에서 집권에 성공했지만 2013년 쿠데타로 축출된 무슬림형제단을 보호해주고 있다는 것. 카타르 수도 도하에 본부를 둔 ‘알 자지라’ 방송을 통해 사우디를 비롯한 이웃 이슬람 국가에 대한 ‘내정간섭’을 펼치고 있다는 것에 대한 반발도 컸다.

직접적 계기가 된 사건은 5월 23일 카타르 국영방송사인 QNA 웹사이트에 실린 카타르 타밈 국왕의 연설이다. 이 영상에서 타밈 국왕은 “카타르는 미국과 긴장 관계이며 이란을 ‘이슬람 강대국’으로 인정한다. 이란에 대한 적대 정책을 정당화할 만한 핑계가 없다”고 말했다. 또 미국은 물론 수니파 국가들이 테러 집단으로 규정한 하마스가 “팔레스타인 국민의 적합한 대리인”이라고 밝혔다. QNA는 이를 바로 삭제하고 “해킹으로 인한 가짜뉴스”라고 해명했다. CNN은 미 연방수사국(FBI)도 러시아 해커의 소행으로 보고 있다고 7월 6일 보도했다.

하지만 이번 단교 사태의 핵심인 사우디 UAE 바레인 이집트 4개국의 반응은 ‘울고 싶은데 뺨 때려준 격’에 가깝다. 4개국 외교장관은 7월 5일 이집트 카이로에 모여 국교 회복의 전제조건으로 13개 항을 요구했다. 카타르의 이란과 단교, 헤즈볼라·무슬림형제단에 대한 지원 금지, 알 자지라 방송 폐쇄, 터키와 군사협력 중단 등이다. 카타르는 이를 모두 거부했다. 중립적 위치를 지켜온 쿠웨이트가 중재에 나섰지만 역시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사태가 한 달 넘게 지속되면서 사우디, 카타르와 모두 동맹 관계를 맺은 미국의 몸이 달았다.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이 7월 10일 걸프지역 아랍국 순방에 나서며 직접 조율에 나섰다. 하지만 사우디와 카타르의 불화가 워낙 만성적인 데다가 이번 사태를 초래한 주역 중 한 명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라는 점에서 미국의 중재가 쉽지만은 않을 것이란 관측이 흘러나온다. 틸러슨의 중동 방문 중에 전격 공개된 카타르와 다른 GCC회원국 간 비밀협약문서도 그런 걸림돌의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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