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冊속으로 | 서가에 들어온 한권의 책 |

차이나 모델外

  • 송홍근 carrot@donga.com, 권재현 confetti@donga.com, 최호열 honeypapa@donga.com

차이나 모델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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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나 모델 | 민주주의 트럼프, 현능주의 시진핑 누가 더 유능하고 도덕적인가


다니엘 A. 벨 지음, 김기협 옮김, 서해문집, 431쪽, 1만9500원

다니엘 A. 벨 지음, 김기협 옮김, 서해문집, 431쪽, 1만9500원

이 책은 2015년 출간돼 서구에서 논란을 일으킨 문제작이다. 캐나다 출신 정치철학자인 저자는 ‘중국의 변호인’ ‘베이징의 나팔수’라는 비난을 들었다. “1인1표 민주주의가 옳다”는 상식에 어깃장을 놓았기 때문이다. 최근 한국어로 번역된 이 책의 원제는 ‘The China model : Political Meritocracy and the Limits of Democracy·중국 모델 : 정치적 현능주의와 민주주의 한계)다. 저자는 1인1표 원칙으로 구성된 민주주의의 미래를 낙관하지 않는다.
 
“현능주의 정치체제가 인민의 요구에 부응하는 데 민주주의 체제보다 나은 실적을 계속 보여준다면 이야기가 달라질 수 있다. 지금부터 100년 후라면 정치지도자를 시험으로 뽑은 다음 하위직에서의 실적에 따라 고위직으로 승진시키는 원리가 너무나도 당연한 것으로 여겨질지 모른다. 사람들은 도대체 사회를 이끌 지도자를 1인1표의 원칙에 따라 뽑는다는 얼토당토않은 생각을 옛사람들이 어떻게 했는지 궁금해할 것이다.”(386쪽) 

저자는 “민주주의는 결국 인민의 마음을 잃고 현능주의가 전 세계 정치체제의 지배적 원리가 될 것”이라고 도발한다. “민주주의란 가장 덜 나쁜 제도”라고 정의한 윈스턴 처칠의 말을 빌리지 않더라도 선거민주주의보다 시민에게 더 충실한 제도가 있을까 의문이 든다. 

저자가 말하는 현능주의(meritocracy·능력주의로도 번역된다) 체제는 싱가포르의 1당 우위 모델과 중국식 거버넌스에서 관찰된다. 선거민주주의에서는 △다수의 전횡 △소수의 전횡 △투표 집단의 전횡 △경쟁적 자유주의자의 전횡이 나타나는 반면 현능주의를 통해 △지적 능력 △사회적 기술 △도덕적 품성을 갖춘 지도자를 뽑을 수 있다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이 책을 한국어로 옮긴 역사학자 김기협은 역자 서문에서 이렇게 썼다. 

“기획력과 실행력이 변변치 않은 일개 집단이 인품도 능력도 변변찮은 한 사람을 앞세워 여러 해 동안 이 나라를 마음껏 주물러왔다는 사실은 아무리 상식 수준을 낮추더라도 받아들이기 어려운 것이었다.”(4쪽) 

‘변변찮은 한 사람’은 박근혜 전 대통령, ‘기획력과 실행력이 변변치 않은 일개 집단’은 친박(親朴)을 가리킨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어떤가. 영국의 브렉시트(Brexit·유럽연합 탈퇴) 국민투표 결과는 어땠나. 저자는 선거로 선출된 ‘나쁜 지도자’의 능력보다 지방 말단의 하급직에서 경력을 시작해 능력을 입증하며 성장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이력을 더 높게 평가한다. 

저자가 현재의 중국 체제가 민주주의의 대안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현능주의는 △부패 △정당성 부재 △경직성을 낳는다. 그가 강조하는 이상적 모델은 민주주의+현능주의다. 현능주의와 민주주의를 조합한 거버넌스가 중국에서 이뤄질 수 있다고 기대한다. 또한 ‘하층부의 민주주의’와 ‘상층부의 현능주의’가 결합한 ‘차이나 모델’이 구축되면 그것이 세계로 퍼질 수 있다고 본다. 

과연 그럴까. 상식으로 여겨온 민주주의의 상대적 우월성에 의문을 제기한 이 책을 읽으면서 중국의 인권 실태와 비(非)자유, 박정희 정권의 유신 독재와 권위주의적 발전이 떠올라 불편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이 저술을 ‘2015 올해의 책’으로 선정하면서 “민주주의 상식에 찌들어 있는 현대인을 위한 지극히 도발적이고 시의적절한 책”이라고 썼다.


송홍근 기자 | carrot@donga.com


상식으로 여겨온 민주주의의 상대적 우월성에 의문을 제기한 이 책을 읽으면서 중국의 인권 실태와 비(非)자유, 박정희 정권의 유신 독재와 권위주의적 발전이 떠올라 불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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