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2월호

시마당

환상의 빛

  • 강성은

    입력2016-12-15 13:2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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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환상의 빛



    옛날 영화를 보다가
    옛날 음악을 듣다가
    나는 옛날 사람이 되어버렸구나 생각했다

    지금의 나보다 젊은 나이에 죽은 아버지를 떠올리고는
    너무 멀리 와버렸구나 생각했다

    명백한 것은 너무나 명백해서
    비현실적으로 느껴진다

    몇 세기 전의 사람을 사랑하고
    몇 세기 전의 장면을 그리워하며
    단 한 번의 여름을 보냈다 보냈을 뿐인데



    내게서 일어난 적 없는 일들이
    조용히 우거지고 있는 것을
    보지 못한다

    눈 속에 빛이 가득해서
    다른 것을 보지 못했다







    강성은

    ● 1973년 경북 의성 출생
    ● 2005년 문학동네 신인상으로 등단
    ● 시집 ‘구두를 신고 잠이 들었다’ ‘단지 조금 이상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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