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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그곳에 가고 싶다

칼바람 맞으며 첫사랑의 설렘 느껴

한 해의 시작 알리는 선댄스 영화제

  • 오동진|영화평론가

칼바람 맞으며 첫사랑의 설렘 느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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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바람 맞으며 첫사랑의 설렘 느껴

파크시티에 걸려 있는 선댄스영화제 플래카드

선댄스영화제에 대해 한국 사람들의 반응은 두 가지 중 하나다. 전혀 모르거나, 잘 모르거나. “이름은 들어봤다”가 열 명 중 한 명 정도나 될까. 설상가상 국내 영화계도 선댄스영화제를 ‘버린 지’ 오래다. 국내 영화인들은 1월 말, 전 세계에서 가장 먼저 시작하는 이 국제영화제 대신 그다음 차수인 2월에 열리는 독일의 베를린국제영화제에 몰린다. 선댄스에서 한국 사람, 한국 영화인을 만나기란 가뭄에 콩 나듯 하다.

그럴 만한 일이다. 선댄스는 사실 미국 영화제에 가깝다. 애초에 미국의 독립영화를 대상으로 만들어진 행사다. 그러다가 북미 대륙으로 그 대상이 넓혀졌고 다시 유럽과 아시아권 영화까지 포괄하게 되면서 세계적 영화제가 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도 중심은 미국 영화, 특히 독립영화다. 선댄스에 가면 그래서, 지금 미국과 영어권에 속하는 영국, 캐나다, 호주 영화인들이 무엇을 고민하는지, 또 그래서 어떤 영화들을 만드는지, 그리고 그걸 어떤 방식으로 만드는지, 바야흐로 그 흐름을 읽을 수 있다. 그럼으로써 궁극적으로는 세계 영화계의 한쪽 축이 현재 어떻게 변화하는지 그 조류의 일단을 확인할 수 있게 된다.

선댄스의 아버지 레드퍼드

칼바람 맞으며 첫사랑의 설렘 느껴

▲선댄스영화제 전자 티켓 발매 시스템인 ewaitlist  ▶선댄스영화제 개막식에 등장한 로버트 레드퍼드.

선댄스영화제가 유명해진 것은 거의 초창기부터인데 그건 순전히 할리우드 스타 로버트 레드퍼드 때문이다. 레드퍼드는 1978년 유타유에스필름페스티벌(Uta/U.S. Film Fetival)을 인수해서 영화제 주요 공간을 파크시티로 옮긴 후 이름을 선댄스영화제로 바꿨다.

그 이름 자체가 의미심장하다. 레드퍼드의 출세작인 ‘내일을 향해 쏴라’에서 자신의 배역 이름을 딴 것이다. 조지 로이 힐 감독의 1969년 작인 이 영화의 원제는 극 중 두 주인공의 이름을 딴 ‘부치 캐시디 앤드 선댄스 키드(Butch Cassidy and Sundance Kid)’다. 폴 뉴먼이 부치 캐시디, 레드퍼드가 선댄스 키드 역을 맡았다. 미국 영화의 새로운 예술적 부흥기를 알리는 ‘아메리칸 뉴시네마’의 기수라 평가받는 이 영화를 발판으로 로버트 레드퍼드는 세계적 스타로 급부상했다.

영화제의 이름을 ‘선댄스’로 정한 것은 레드퍼드가 이 영화에 바친 오마주(homage)인 동시에 자신을 스타로 만들어준 영화계와 관객에게 보답하고 헌신하겠다는 의지를 담은 것이다. 레드퍼드는 이 영화제에 막대한 돈을 쏟아 부었으며 이후 ‘선댄스 재단’을 설립하고 선댄스채널이라는 TV채널까지 만들며 영화인들의 조력자 노릇을 해오고 있다.

하지만 레드퍼드는 이 영화제에서 아무런 직함을 갖고 있지 않다. 영화제 운영은 물론 프로그램에 대해서도 일절 간섭하지 않은 채 상징적인 존재에 머무는 것에 만족한다. 실제로 그는 개막식에 참석해 자신의 위엄 있는 얼굴을 한 번 비추는 것 외에는 좀처럼 등장하지 않는다. 사람들은 그런 그를 존경하고 추앙한다. 개막식에 오는 그를 보기 위해 미국 전역의 영화인과 저널리스트, 비평가가 구름 처럼 몰려든다.

아무런 직함도 없지만 이 영화제가 레드퍼드의 것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1999년부터 집행위원장을 맡고 있는 존 쿠퍼는  말 그대로  영화제의 관리자일 뿐이다. 선댄스를 소유하지도, 운영하지도 않는 로버트 레드퍼드야말로 이 영화제의 진정한 주인이다. 혹은 모두가 선댄스의 소유자이게 만든다. 지도자는 바로 이런 사람을 가리켜 붙이는 말이다.

칼바람에도 꺾이지 않는 열기

레드퍼드만큼 특이한 것은 바로 영화제가 열리는 장소다. 선댄스영화제는 유타 주 솔트레이크시티에서 열린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그곳에서 열리는 게 아니다. 정확히는 솔트레이크에서만 열리는 게 아니다. 실제로 영화제의 주 공간은 솔트레이크에서 차로 약 30분 거리에 있는 파크시티에 있다. 파크시티를 중심으로 유타의 주도(州都)인 솔트레이크와 프로보라는 작은 도시에서 열리는 행사다.

파크시티는 주민 수가 7000명 안팎의 작은 마을이다. 주요 도로라고 해봐야 반경 2㎞가 채 안 될 정도다. 여기에는 대단히 잘 닦인 스키장이 있는데 활강 코스가 좋은 것으로 유명해서 2002년 동계올림픽 장소로도 쓰였다. 스키를 타는 데는 최적이다. 그건 거꾸로 말해서 영화제를 열기에는 최악일 수 있다는 얘기다.

실제 영화제 상영극장 중 하나인 ‘이집션 시어터’를 비롯해 브로드웨이, 예로(Yerrow) 극장 등을 포함해 영화제작자나 배우 등과의 오픈 토크가 열리는 ‘필름 메이커 로지(Film Maker Lodge)’ 혹은 ‘뉴 프런티어 섹션’을 볼 수 있는 행사장 등은 스키 활강장 바로 아래에 조성돼 있다. 그곳 한가운데에 서 있으면 계곡 맨 꼭대기에서 아래로 내리꽂히는 칼바람을 맞게 된다는 것이다.

파크시티는 영화제가 열리는 1월 말이면 기온이 급강하하고, 해가 떨어지는 저녁에는 체감 온도가 영하 20도 아래로 떨어진다. 낮에는 하루가 멀다 하고 눈이 펑펑 내린다. 그 정도가 발목은 충분히 빠지고도 남을 만큼이다. 그 눈은 밤이 되면 꽝꽝 얼어붙는다. 이런 상황에서는 사실 영화제가 진행될까 싶은데 영화제가 열리는 파크시티, 솔트레이크시티, 프로보에 산재하는 16개 상영관에는 세계 곳곳에서 몰려든 유명 스타(올해는 트와잇라이트 시리즈의 여주인공 크리스틴 스튜어트와 ‘인디펜던스 데이’의 주연인 빌 풀만이 주목받았다)와 영화인, 영화팬으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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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동진|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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