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신동아 로고

통합검색 전체메뉴열기

정여울의 책갈피 속 마음여행

여성들이여, 꿈을 결코포기하지 말아요

  • 정여울|문학평론가 suburbs@daum.net

여성들이여, 꿈을 결코포기하지 말아요

1/2
여성들이여, 꿈을 결코포기하지 말아요


루이저 메이 올컷, 유수아 옮김
‘작은 아씨들’, 펭귄클래식코리아, 2011



나는 ‘작은 아씨들’의 조와 나 자신을 동일시했다.
나는 그녀를 더욱 완벽하게 흉내 내기 위해서 단편을 쓰기 시작했다.
-시몬 드 보부아르



역사에 길이 남을 걸작이지만, 제발 제목 번역만은 어떻게든 바꿔보고 싶다. ‘아씨’란 웬 말인가. 누군가 모셔줘야 하는 존재, 혼자서는 독립할 수 없는 존재라는 느낌을 강하게 풍긴다. 그러나 이 소설 내용은 정반대이지 않은가. 주인공들은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씩씩하고 당당한 여성으로서, 더 나은 삶을 꿈꾸는 인간으로서, 그리고 ‘누군가의 아내’가 아닌 한 사회의 어엿한 구성원으로서 완전한 독립을 꿈꾸는 눈물겨운 투쟁을 펼치지 않는가. 원래의 제목은 아주 간결하게도 ‘리틀 우먼(Little women)’인데, 차라리 ‘어린 소녀들’이라는 식의 평범한 번역이 나을지도 모른다. ‘작은 아씨들’이라는 제목이 우리 머릿속에 너무 오래 굳어져버려 여간해서는 바꾸기 어렵겠지만 말이다. 1868~69년에 걸쳐 집필된 이 작품은 ‘여성의 자유와 인권’이라는 개념이 완전히 정착되기도 전에 여성의 진정한 행복을 찾아 내면의 모험을 떠나기 시작한 네 자매의 흥미진진한 이야기다. 

“선물도 없는 크리스마스가 무슨 크리스마스야.”

조가 양탄자 위에 드러누워서 투덜거렸다.

“가난한 건 너무 지긋지긋해.”

메그는 자신의 낡은 드레스를 내려다보며 한숨지었다.

“흥, 다른 소녀들은 예쁜 것들을 많이 가질 수 있는데 나처럼 가난한 애들에게는 아무것도 없다니 불공평해.”

어린 에이미가 상처받은 목소리로 거들었다.

“우리에게는 아버지와 어머니, 또 우리 자매들이 있잖아.”

구석진 곳에 앉아 있던 베스가 만족스럽다는 듯이 말했다.

벽난로 불빛에 반사되어 환하게 빛나던 네 자매의 얼굴이 베스의 말에 한층 더 밝아졌다.

-‘작은 아씨들’ 중에서

이 소설의 첫 장면이다. 네 자매의 성격이 단번에 드러나는 명장면이기도 하다. 조는 돌려 말할 줄 모른다. 화끈하고 솔직하다. ‘선물도 없는 크리스마스는 도저히 크리스마스처럼 느껴지지 않는다’는 둘째 딸 조의 고백은 이 집안의 가난함을 한눈에 보여준다.

걱정 많고 책임감도 강한 첫째 딸 메그는 가난에 이골이 난 듯이 중얼거린다. 메그는 한창 예쁘게 꾸미고 싶은 나이에 항상 낡은 옷을 입고 부모님을 돕고, 동생들도 챙겨야 하니, 가난은 이 속 깊은 첫째 딸에게 너무도 큰 슬픔으로 다가온다. 에이미는 한층 선명하고 구체적으로 자신의 감정을 드러낼 줄 안다. “흥, 다른 소녀들은 예쁜 것들을 많이 가질 수 있는데 나처럼 가난한 애들에게는 아무것도 없다니 불공평해.”



‘누군가의 아내’가 아닌 ‘독립된 인간’


넷째 딸 에이미는 남들과 자신을 비교하고 자주 상처받는다. 허영심도 많고 질투심도 많지만, 세련되게 자기 마음을 포장할 줄 모르는, 더없이 천진난만하고 사랑스러운 아이다. 셋째 딸 베스는 하늘의 천사가 땅 위에 실제로 강림한 듯 더없이 착하고 순수하다. 베스는 한 번도 투덜거린 적이 없다. 네 딸 중 가장 병약하지만, 역경을 이겨내는 마음의 전투력은 가장 강한 아이다. 베스는 모두가 ‘우울한 크리스마스’를 향해 한 마디씩 구슬프게 투덜거릴 때, 이렇게 말한다. “우리에게는 아버지와 어머니, 또 우리 자매들이 있잖아.” 이건 전혀 가식이 아니다. 베스에게는 한 톨의 티끌도 없다. ‘사람이 어쩌면 이토록 순수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티 없이 맑은 영혼을 지닌 소녀다.


1/2
정여울|문학평론가 suburbs@daum.net
목록 닫기

여성들이여, 꿈을 결코포기하지 말아요

댓글 창 닫기

2017/12Opinion Leader Magazine

오피니언 리더 매거진 표지

오피니언 리더를 위한
시사월간지. 분석, 정보,
교양, 재미의 보물창고

목차보기구독신청이번 호 구입하기

지면보기 서비스는 유료 서비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