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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재현의 심心중中일一언言

AI를 두려워하는 지식인들에게 고함 “AI는 ‘마음이 뭐꼬’ 화두를 들 수 없다”

‘인공지능의 시대, 인간을 다시 묻다’ 저자 김재인 박사

  • 권재현 기자|confetti@donga.com

AI를 두려워하는 지식인들에게 고함 “AI는 ‘마음이 뭐꼬’ 화두를 들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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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알파고는 비인간형 AI일 뿐 인간의 마음과 달라
    ● 유발 하라리의 ‘호모데우스’는 과학적 무지의 산물
    ● 마음의 능력은 ‘자기 자신에 대한 내적 성찰 능력’
[지호영 기자]

[지호영 기자]

철학은 어떤 학문일까. 철학이라는 말 전에 먼저 철학자라는 단어가 있었다. 플라톤이 처음 사용한 ‘지혜의 친구’라는 뜻의 필로소포스(philosophos)에서 철학을 뜻하는 필로소피아(philosophia)가 파생했다. 이에 따르면 철학자가 하는 일이 곧 철학이 된다. 그럼 철학자는 무슨 일을 하는 사람일까.

‘인공지능의 시대, 인간을 다시 묻다’ 저자 김재인(48) 박사는 말한다. “본디 철학자란 세계의 구성 원리에 대한 자연과학적 이해를 바탕으로 자연과학이 미처 다 밝히지 못한 것에 대한 추론과 가설을 펼치는 사람이었습니다. 또한 자연과학에 위배되지 않는 한도에서 윤리와 미학 같은 가치를 탐구하는 사람을 뜻했습니다.”

서양철학사의 뚜렷한 전통이다. 철학을 학문으로 확립한 플라톤이 세운 아카데미아의 현관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한다. ‘기하학을 할 줄 모르는 자는 내 지붕 아래로 들어오게 하지 말라.’ 사실 플라톤의 이데아론은 당시 최고 수준의 자연과학인 기하학에 토대를 뒀다. 완벽한 원이란 이데아는 현실에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기하학을 연구하는 사람들의 머릿속에 존재한다는 것에서 착안했기 때문이다. 

플라톤의 제자였던 아리스토텔레스는 ‘만학의 아버지’라고 불릴 만큼 여러 학문의 기초를 마련했다. 그가 가장 심혈을 기울인 학문이 생물학이다. 그래서 아리스토텔레스의 에이도스(형상)와 힐레(질료), 디나미스(가능태)와 에네르게이아(현실태)는 플라톤이 구축한 이데아론의 생물학적 변용으로 해석한다. 에이도스와 힐레를 정자와 난자, 디나미스와 에네르게이아의 관계를 씨앗과 성체가 된 식물의 관계로 풀어낼 때 머리에 쏙 들어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만물의 근원은 물’이라 한 탈레스가 최초의 철학자라고 주장한 사람도 아리스토텔레스였다. 

근대철학의 시조로 불리는 데카르트도 다르지 않다. 데카르트는 17세기 최고 수준의 수학자이자 과학자였다. χ축과 y축으로 표시되는 직교좌표계를 발명했고 도형을 방정식으로 표현하는 해석기하학의 창시자였다. ‘생각하는 나’를 인식의 정초로 삼은 그의 철학은 17세기 과학혁명이 가져온 문제의식에 대한 응답으로 탄생했다. 우리가 보고 느끼고 체험하는 것이 자연의 실상과 다르며 신학적 가르침과도 다르다는 충격을 극복하기 위해 정밀한 가설을 제시한 것이다.


알파고가 제기하는 철학적 질문

사진에 등장하는 뇌파측정은 뇌에서 일어나는 반응을 재빨리 추적할 수 있지만 신호가 미약하고 뇌의 입체적 구조를 정확히 반영하지 못한다. 그 대신 개발된 기능자기공명영상(fMRI)은 3차원 스캔이 가능하지만 반응속도가 느리다. ‘인공지능의 시대, 인간을 다시 묻다’에는 철학뿐 아니라 이런 과학적 지식이 함께 담겼다.[동아시아 제공]

사진에 등장하는 뇌파측정은 뇌에서 일어나는 반응을 재빨리 추적할 수 있지만 신호가 미약하고 뇌의 입체적 구조를 정확히 반영하지 못한다. 그 대신 개발된 기능자기공명영상(fMRI)은 3차원 스캔이 가능하지만 반응속도가 느리다. ‘인공지능의 시대, 인간을 다시 묻다’에는 철학뿐 아니라 이런 과학적 지식이 함께 담겼다.[동아시아 제공]

그렇다면 21세기 철학은 어떠한가. 20세기 과학혁명이 가져온 충격을 극복하기 위해 과연 어떠한 지적 노력을 기울이고 있을까. 일곱 학기 동안 서울대 철학과 교양강좌로 진행된 내용을 정리한 ‘인공지능의 시대, 인간을 다시 묻다’는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도출된 연구 결과다. 김 박사는 서울대 동물자원학과를 중퇴한 뒤 서울대 미학과를 졸업했으며 서울대 철학과에서 각각 니체와 들뢰즈 연구로 석·박사 학위를 받은 독특한 이력을 지녔다. 

게다가 철학 공부를 마음껏 하기 위해서 강남 유명 논술학원 원장으로 돈을 모은 뒤 2013년 박사학위를 받자 학원을 접고 철학 연구와 저술 활동에만 전념하고 있다. 이공계 학부 출신의 철학자라는 점에서 강신주·고병권을 떠올리게 하는 소장 철학자이기도 하다. 

그가 21세기 자연과학이 제기한 양대 철학적 문제로 꼽는 것이 인공지능(AI)과 생명공학(BT)이다. 철학을 현실과 동떨어진 공리공론으로 바라보는 대중의 시각과 고도의 추상화로만 인식하는 학계의 풍토에 대한 도전인 셈이다. 이번 책은 그 첫 번째로 알파고와 같은 AI가 제기하는 철학적 질문에 대한 성찰을 담았다. 핵심은 ‘마음은 무엇이고 어떻게 작동하느냐’다.

책을 보면 그가 이 분야의 자연과학적 성과에 대해 얼마나 열심히 공부했는지 역력히 드러난다. 자연과학과 철학 이론서뿐 아니라 양자를 결합한 인지과학, 뇌과학, 생물과 기계를 결합한 제어 시스템을 연구하는 사이버네틱스까지 방대한 영역의 원서를 대부분 독파했다. 김 박사는 이를 토대로 “기계가 생각할 수 있을까”라는 앨런 튜링의 질문에서 시작해 그레고리 베이트슨의 ‘정신과 자연’을 거쳐 현재의 AI 기술로는 결코 인간의 마음을 구현할 수 없다는 결론을 도출한다. 

앨런 튜링(1912~1954)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군의 암호 ‘에니그마’를 푼 수학 천재이자 컴퓨터의 이론적 토대를 마련한 영국의 과학자다. 그가 1936년 발표한 ‘계산 가능한 수와 그것의 결정 문제에 대한 적용’이란 논문에서 ‘a-기계’(a는 automatic의 앞 글자)라 이름 붙인 기계는 이후 ‘튜링기계’로 불리는데 오늘날 컴퓨터의 원형이다. 또 그가 1950년 발표한 ‘계산기계와 지능(Computing Machinery and Intelligence)’이란 논문은 오늘날 우리가 생각하는 컴퓨터의 가능성을 타진한 최초의 논문이다. 

튜링은 여기서 생각하는 기계와 인간을 구별하는 기준으로 ‘이미테이션 게임’을 제안했다. 인간 심문자가 격리된 상태에서 인간 및 인간 흉내를 내는 기계와 5분간 질의응답을 펼친 뒤 기계를 인간으로 판정하는 비율이 30%를 넘기면 ‘생각하는 기계’라 할 수 있다는 거다. 이후 이에 대한 여러 반론이 제기됐지만 김 박사는 튜링의 이미테이션 게임이 인간과 기계, 심지어 좀비에게까지 공통으로 적용할 수 있는 가장 객관적 기준임을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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