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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개청 70주년 정무경 조달청장

“혁신조달 체계 완성한 청장으로 기억되고 싶다”

  • 김진수 기자 jockey@donga.com

개청 70주년 정무경 조달청장

  • ● 혁신·일자리 등 5대 역할 및 시스템 구축에 박차
    ● 올해 ‘혁신시제품 시범구매사업’ 최초 실시
    ● 해외조달시장 진출 위해 유엔조달시장 적극 공략
    ●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일본인 명의 재산 연내 조사 완료
정무경 조달청장은 조달청이 국가 정책 전반에 기여할 수 있도록 전략적 기능과 역할을 강화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김성남 기자]

정무경 조달청장은 조달청이 국가 정책 전반에 기여할 수 있도록 전략적 기능과 역할을 강화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김성남 기자]

조달청이 올해 개청(開廳) 70주년을 맞았다. 정부 수립 직후인 1949년 원조물자를 관리하는 국무총리 소속 임시외자총국으로 출발해 1961년 10월 조달청으로 확대 개편된 이래, 1월 17일로 어느덧 70 성상(星霜)을 맞이한 것. 출범 이후 정부물품 총괄관리, 시설공사 관리, 전자입찰, 대형 국책사업 총사업비 검토, 국유재산 관리 등 업무 범위를 줄곧 확대해온 조달청의 계약 실적은 1962년 116억 원에서 지난해 80조 원으로 약 7000배 급증했다. 수요기관(조달청 이용 기관)도 1980년의 4400개에서 지난해 5만5000개로, 조달기업은 1990년의 3800개에서 40만 개로 늘었다. 

그래서일까. 개청 70주년이 임박한 지난해 12월 제35대 조달청장으로 취임한 정무경(55) 청장의 포부는 남다르다. 행정고시(31회) 출신인 정 청장은 국무조정실 재정금융기후정책관, 기획재정부(기재부) 민생경제정책관·관세국제조세정책관·기획조정실장 등 예산·세제·정책 업무를 두루 거친 정통 경제관료. 2015년 10월부터 2년간은 기재부 대변인을 맡아 최장수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전략적 조달자’ 역할에 방점

그런 그가 조달청 개청 70주년을 맞아 방점을 찍은 건 연간 120조 원에 달하는 공공구매력을 활용해 공공조달이 정부 정책 구현, 사회적 문제 해결, 사회적 요구 실현 등을 위한 ‘전략적 조달자’ 역할을 하는 것. 이를 위해 5대 키워드를 제시했다. ▲혁신 ▲일자리 ▲사회적 가치 ▲투명·공정 ▲찾아가는 조달이다. 이는 조달청이 단순히 정부에 필요한 물품을 구매·계약해 제공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창업·벤처기업 지원, 고용·노동, 보건·안전, 환경 등의 분야에서 새로운 역할을 찾아나서는 한편, 관련 시스템 등 기반 마련에도 혁신을 추구하겠다는 취지에서 비롯됐다. 

정 청장은 “청장 부임 전엔 조달 행정을 좋은 품질과 적정한 가격이라는 기능적 계약자로서의 역할로만 인식했다. 지금은 그런 전통적이고 절차 중심적인 데서 한발 나아가 조달청이 국가 정책 전반에 기여할 수 있도록 전략적 기능과 역할을 강화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밝혔다. 

이 같은 ‘혁신조달’ 체계 구현을 위해 정 청장이 특히 역점을 둔 부분은 ‘혁신시제품 시범구매사업.’ 조달청이 혁신시제품을 직접 구매하고 공공기관 테스트를 거쳐 상용화로 연결하는 사업으로, 연내 완료를 목표로 차질 없이 진행하고 있다. 혁신성장 8대 핵심 선도 사업(드론, 미래자동차, 스마트시티, 바이오헬스, 에너지신산업, 스마트공장, 핀테크, 스마트팜) 및 미세먼지 등 국민생활문제 해결 분야가 그 대상으로, 올해 최초로 시도하는 사업인 만큼 많은 기업이 참여할 수 있도록 ‘공고 및 제안서 접수’ 기간을 당초의 5월 말에서 6월 말까지로 연장했다. 접수한 제안서는 평가 절차를 통해 시범구매 대상 제품 풀(pool)을 구성하고 수요기관의 테스트 신청을 받아 실시하게 된다. 테스트 성공 제품과 해당 기업은 우수조달물품 및 해외조달시장 수출유망기업으로 지정해 전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이용을 확산하고 국내외 판로를 지원한다. 



조달청은 또 혁신제품에 대한 수요와 공급을 연결해 구매 활성화를 지원하는 혁신조달 플랫폼도 올해 안에 구축할 예정이다. 

정 청장은 기술력 있는 우수 조달기업의 해외조달시장 진출 지원에도 각별한 신경을 쏟고 있다. 해외조달시장은 9조5000억 달러 규모(전 세계 국내총생산의 12%)의 거대한 시장이지만, 우리나라 기업의 점유율이 매우 낮다. 더욱이 국내 조달시장의 중소기업 실적이 80%에 달하는 등 포화 상태임을 감안할 때 우리 중소·벤처기업의 해외조달시장 진출은 필수적이다. 이 때문에 조달청은 2013년부터 해외조달시장 진출 유망(G-PASS)기업을 지정해 수출전략기업 육성사업, 해외 바이어 상담회 및 해외 전시회 참가 등 전략적 마케팅과 세계조달시장 입찰정보 실시간 제공 등 다양한 지원 활동을 펼쳐왔다. 

그 결과 2013년 95개이던 G-PASS기업 수는 2018년 기준 538개로, 이들 기업의 수출실적은 2013년 1억3000만 달러에서 2018년엔 7억3000만 달러로 크게 늘었다. G-PASS기업은 국내 조달시장에서 기술력, 품질 등이 검증돼 해외조달시장 진출 가능성이 높다고 인정된 중소·중견업체를 일컫는다. 

올해 G-PASS기업 수출실적 목표는 8억 달러 이상으로, 특히 유엔조달시장을 적극 공략할 계획이다. 유엔조달시장은 약 20조 원 규모로, 해외정부조달시장에 비해 진입 장벽이 낮고 제도와 절차의 공정성과 투명성이 특징. 하지만 우리 기업의 점유율은 1.1%에 불과하다. 우리나라의 유엔분담금 기여 수준(약 2%)에도 미치지 못하는 상황이다. 조달청이 외교부와 협업해 5월 7~11일 미국 뉴욕 유엔조달본부(UNPD)에 국내 9개 기업을 ‘유엔조달시장개척단’으로 파견해 유엔조달담당자에게 직접 자사 제품에 대한 홍보 기회를 부여한 것도 이러한 사정을 감안해서다. ‘개척단’을 이끌고 유엔을 방문한 정 청장은 유엔 고위급 면담 진행을 통해 우리 기업의 유엔조달 확대 방안과 혁신물품 조달에 대한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도 했다.


“나라장터는 코스피, 벤처나라는 코스닥”

정 청장이 심혈을 기울이는 또 다른 조달행정 분야는 ‘벤처나라’ 활성화다. 2016년 10월 개통한 벤처나라는 기술이 있어도 공공 판로에 어려움을 겪는 초기 창업·벤처기업의 조달시장 진입을 돕기 위해 제품을 홍보·거래할 수 있도록 한 전용 쇼핑몰. 벤처나라 판매실적(누적)은 2017년 54억 원에서 올해 5월말 현재 274억 원으로 대폭 증가했으며, 4450여 상품이 등록돼 있다. 

정 청장은 “기존 국가종합전자조달시스템인 ‘나라장터’ 종합쇼핑몰이 국내 증시의 코스피시장 같은 존재라면, 벤처나라는 코스닥시장에 비유할 수 있을 것”이라며 “조달청은 4월 벤처나라 활성화 방안을 마련해 등록상품 다양화와 구매 편의성 제고, 홍보·마케팅 강화 등을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정 청장의 명함에 ‘벤처나라-창업·벤처기업 성장 사다리’라는 홍보 문구가 유독 선명한 이유를 알 것 같다. 

2002년 9월 개통 이후 17년째 사용돼 노후화가 심각하고 복잡도도 높아진 나라장터 시스템의 개편도 정 청장이 이뤄내야 할 과제 중 하나다. 새롭게 변화된 정보기술(IT) 환경에 걸맞게 대대적인 개편이 필수적인 것. 정 청장은 “2018년 나라장터 전면 개편 정보화 전략계획 수립(ISP) 사업을 통해 시스템 개선 방안을 마련했다”며 “노후한 나라장터 서비스 전면 개편, 23개 자체조달기관 흡수·통합, 신기술 기반의 서비스 제공 등을 통해 조달업체는 편리하고 신속한 업무를 수행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수요기관 관점에서 보면 전자조달 업무의 공정성 및 효율성이 더 강화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나라장터 전면 개편은 현재 예비타당성 본심사가 진행 중이며, 심사 완료 후 3년에 걸쳐 진행된다. 

올해는 3·1운동 및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이다. 그래서 정 청장에겐 뜻깊은 과제가 하나 더 있다. 일본인 명의 재산(귀속·은닉재산) 정리다. 조달청은 일본인 명의 토지의 국유화 업무를 시작한 2012년 6월부터 현재까지 공시지가 기준 893억 원에 이르는 3646필지 246만㎡(여의도 면적의 85%)를 국유화하는 성과를 거뒀다. 

“올해가 광복 74주년임에도 과거의 정치적 혼란기, 6·25전쟁 격동기 등이 원인이 돼 아직껏 국유화하지 못한 일본인 명의 토지가 존재하는 실정입니다. 역사 바로 세우기 차원에서 해당 토지 1만4000여 필지 전체에 대한 조사를 연내 완료해 일제 잔재 청산에 앞장서겠습니다.” 

여러모로 정 청장에겐 어깨가 무거운 한 해인 듯하다. 그는 어떤 리더로 남고 싶을까. “혁신조달 체계를 완성한 조달청장으로 기억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신동아 2019년 7월호

김진수 기자 jock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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