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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뜨거운 계절에도 여전히 겨울을 살고 있는 사람이 있다”

5년 만에 신작 소설집 발표한 소설가 김애란

  • 글·조종엽 동아일보 기자 jjj@donga.com 사진제공·문학동네

“이 뜨거운 계절에도 여전히 겨울을 살고 있는 사람이 있다”

“이 뜨거운 계절에도 여전히 겨울을 살고 있는 사람이 있다”
“오래전 소설을 마쳤는데도 가끔은 이들이 여전히 갈 곳 모르는 얼굴로 어딘가를 돌아보고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이들은 모두 어디에서 온 걸까. 그리고 이제 어디로 가고 싶을까.”(‘바깥은 여름’ 작가의 말에서) 소설가 김애란(37)이 ‘비행운’ 이후 5년 만에 신작 소설집 ‘바깥은 여름’을 내놨다. 발칙한 상상력의 작가가 이번엔 묵직함으로 승부를 걸었다. 그는 소설집 제목을 그 안에 실린 소설의 제목 중 하나에서 따오지 않고 굳이 ‘바깥은 여름’이라고 따로 붙였다. 폭염이 대지를 달구는 이 계절에도 여전히 겨울을 사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들은 몰라.” 후진하는 어린이집 차에 치여 자식이 숨진 부부는 이런 말을 주고받는다. “많은 이들이 ‘내가 이만큼 울어줬으니 너는 이제 그만 울라’며 줄기 긴 꽃으로 아내를 채찍질하는 것처럼 보였다.”(‘입동’) 남겨진 이들을 구원하는 건 또 다른 남겨진 이의 공감이다. 물에 빠진 제자를 구하려다 목숨을 잃은 남편을 원망하던 아내는 제자의 누나가 보낸 감사 편지를 받는다(‘어디로 가고 싶으신가요’).

소설은 뭔가를 잃어버린 뒤의 풍경만큼 뭔가를 떠나보내는 이들의 내면도 파고든다. 오래된 남자친구에게 이별을 통고하려는 여성은 그가 큰 잘못을 저질러주기를 기다렸음을 깨닫는다(‘건너편’). 유기견을 거둬 동생처럼 키운 어린이는 노쇠해 병고에 시달리는 개를 ‘안락사’시킬 돈을 모으지만 좋아하는 만화 캐릭터 제품을 사는 데 헐어 쓴다(‘노찬성과 에반’).

책에 실린 7편의 소설 중 ‘사라지는 언어들의 영(靈)’이라는 독특한 화자를 내세운 ‘침묵의 미래’를 제외하면 나머지는 결국 용서에 대한 이야기다. “없던 일이 될 수도 없고, 잊을 수도 없는 일은 나중에 어떻게 되나. 그런 건 모두 어디로 가나.”(‘노찬성과 에반’) 인간의 기도는 ‘그저 한번 봐달라’는 것일 뿐이다.


입력 2017-07-20 21:41:30

글·조종엽 동아일보 기자 jjj@donga.com 사진제공·문학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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