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신동아 로고

통합검색 전체메뉴열기

그뤠잇! 평창올림픽

〈르포〉 경강선 KTX 222.7㎞를 달리다

상전벽해라! 평화 평창! 강원도의 힘!

  • 정윤수 성공회대 문화대학원 교수·문화평론가 prague@naver.com

〈르포〉 경강선 KTX 222.7㎞를 달리다

1/4
  • 예전에 강원도를, 평창이나 묵호를, 강릉이나 속초를, 어떻게 갔더라. 늦은 오후에 출발하는 강릉행 KTX의 창가 좌석에 앉아 잠시 생각해본다. 아직은 서울역. 뜻밖에도 승객이 많다.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 평창 일대 스키장으로 가는 젊은이들과 ‘KTX 타면 2시간이라는데 어디 한번’ 하고 자리 잡은 사람들로 빈 좌석이 없다. 만석! 반갑다! 실은 점심 무렵 출발하려 했으나 이른 시간대부터 매진이라 늦은 오후의 구석 자리 하나를 차지하고서, 평창과 강릉, 그 강원도를 생각해본다.
[박해윤 기자]

[박해윤 기자]

열차를 이용해 동해 바다를 한번 보려면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해야 했다. 우선 청량리까지 가야 하고, 거기서 출발하는 무궁화호 열차는 원주에서 경북 영주 쪽으로 내려간 다음 심호흡 여러 번 하면서 영주와 강릉 사이 193.6㎞의 영동선을 달려야 했다. 태백산맥을 횡단해 동해안을 따라 강릉에 이르는 산업철도 노선이다. 일제에 의해 1940년에 부설된 철암선(철암~묵호·60.5㎞), 1955년 12월 완공된 영암선(영주~철암·86.4㎞), 1962년 10월 개통된 동해북부선(묵호~강릉·44.6㎞)을 통합한 명칭이 영동선이다. 일제강점기의 군수물자 수송과 1960년대 초반 막 시동을 건 산업화의 동맥이었다.


강릉행 KTX

이 철로 위를 무궁화호가 한참을 달렸다. 지금도 달리고 있다. 청량리에서 강릉까지 시각표로는 5시간 56분 걸린다. 그러나 험준한 산악 선로를 달리는 무궁화호의 특성상 6시간을 넘기기도 한다. 그래도 이 열차를 타고 강원도로 훌쩍 떠난 사람이 적지 않다. 깊은 밤에 타면 새벽에 도착한다. 운 좋으면 묵호에서 강릉까지 가는 동안 장엄하게 떠오르는 태양을 볼 수도 있고, 드라마 ‘모래시계’ 열풍 이후에는 강릉 직전의 정동진에 내리는 승객이 많았다. 미리 신청하면 자가용을 기차로 실어주는 서비스도 있었다. 그렇게 밤차를 타고 강릉으로 훌쩍 떠난 연인이 적지 않았다. 밤새 험준한 산맥을 관통해도 몸도 마음도 피곤을 모르던 젊은 연인들 말이다. 이제는 그 연인들도 KTX로 한달음에 강릉으로 달려가 안목 해변 커피 하우스의 널찍한 창가에 앉아 짙푸른 바다를 바라볼 것이다. 

자동차로도 많이 갔다. 명절이나 휴가철이라도 되면 출발하기 전에 여러 정보를 종합해야만 했다. 고속도로 위에서 맹진을 할 것인가, 일단 출발했다가 적당한 지점에서 국도로 갈아탈 것인가. 여주휴게소는 쉬어가기에 너무 이르고 강릉휴게소는 너무 늦다. 문막, 횡성, 평창? 어디에 잠깐 들러야 하나. 1993년 여름에 나는 좀처럼 뚫리지 않는 영동고속도로 횡계 부근에서 차를 세우고 나와 스트레칭을 한 적도 있다. 그때는 대관령을 넘어야만 했다. 

그랬는데, 상전벽해라! KTX로, 서울역에서 강릉까지 2시간도 걸리지 않는다 하니 서둘러 타고 볼 일 아닌가. 그 2시간도 세분하면 30분 남짓이다. 2017년 12월 22일 개통했다. 신형 KTX-산천(3세대) 열차다. 전체 15편성으로 올림픽 기간 중에는 4량을 더해 19편성이 된다. 열차의 앞과 뒤, 그 동력차에는 올림픽 오륜기와 평창 동계올림픽 마스코트로 래핑 디자인을 했다. 부모들은, 오가는 사람들 때문에 어색해하는 아이들 손을 잡아끌어 사진을 찍는다. 강릉을 향하는 발걸음은 이렇게 가족의 소풍이고 연인들의 데이트처럼 시작된다. 

자리를 잡고 보니 아주 널찍하지는 않아도 기존의 KTX보다 앞뒤 좌석 간격이 약간 여유가 있고 무엇보다 앞 좌석 밑으로 전원 콘센트가 마련돼 있다. 기존의 KTX를 이용할 때는 휴대전화나 노트북 배터리 때문에 항상 전전긍긍해야 했는데, 강릉 쪽으로 갈 때는 그럴 필요가 없다. 열차 전체에 무선 인터넷과 공기청정 기능도 작동한다. 

이렇게 스탠바이한 KTX는 서울역에서 강릉역까지 222.7㎞를 정확히 1시간 54분 만에 주파한다. 2012년 7월, 기존 노선에 고속화 작업을 더 했다. 서울역에서 청량리역을 거쳐 만종까지는 평속 150~230㎞ 내외로 운행하고 만종부터 강릉역까지 신설 구간은 평속 250㎞로 달린다.


1/4
정윤수 성공회대 문화대학원 교수·문화평론가 prague@naver.com
목록 닫기

〈르포〉 경강선 KTX 222.7㎞를 달리다

댓글 창 닫기

2018/07Opinion Leader Magazine

오피니언 리더 매거진 표지

오피니언 리더를 위한
시사월간지. 분석, 정보,
교양, 재미의 보물창고

목차보기구독신청이번 호 구입하기

지면보기 서비스는 유료 서비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