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5월호

韓中 젊은 기사들 결승 향해 ‘속사포 大戰’

2016 편강- 신동아 盃 월드바둑 챔피언십

  • 배수강 기자 | bsk@donga.com

    입력2016-04-21 10:0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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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수 1000여 명 참가…‘알파고’ 꺾을 기세
    • 안성준, 커제 키워낸 ‘신예 대박 등용문’
    • 중반 초읽기 승패 분수령…4월 말 결승
    바둑 신예들의 ‘대박 등용문(登龍門)’인 ‘편강-신동아배 월드바둑 챔피언십’이 본선 16강전 막을 올리며 불꽃 튀는 승부를 펼치고 있다. 대회가 종반으로 치달으면서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대결만큼 사이버 관객들의 관심도 최고조로 달아오르고 있다.

    1월 1일 개막한 이번 대회는 2월 말까지 참가자를 모집한 뒤 ‘컷오프 예선’과 한국· 중국·일본 서바이벌 통합예선을 통해 32강에 오를 12명의 본선 진출자를 가렸다. 이들은 전년도 우승자 등 본선 시드를 배정받은 각국 최강자(한국 9명, 중국 6명, 일본 2명), 3명의 와일드카드 출전자와 32강전에서 맞붙어 상금 1억200만 원(우승 3000만 원, 준우승 1000만 원, 4강 500만 원, 월간 ‘톱10’ 600만 원 등)의 주인공을 가린다.

    이번 대회는 1000여 명의 프로·아마추어 기사가 출전해 ‘사이버오로’ 대국실에서 치열한 반상(盤上)의 무예극을 연출했다. 승부는 초읽기에서 갈렸다. 속기전(제한시간 20분, 30초 초읽기 3회)에 약한 기사들은 대국 중반 수읽기에 실패하며 무너진 반면, 안정적인 포석 이후 중원(中原) 싸움에 능한 ‘온라인 고수’들의 빠른 선착(先着)은 빛을 발했다. 초읽기에 몰려 던진 승부수가 패착으로 드러날 때는 대국실 곳곳에서 ‘아~’ 하는 탄식이 터져 나왔다.

    ‘28713k’라는 ID로 3회 대회 우승 트로피를 거머쥔 중국의 커제(柯潔) 9단이 빠른 대국으로 자신의 페이스를 이끌었던 것처럼, 이번 대회에도 혜성처럼 등장해 ‘용문(龍門)’에 뛰어오르려는 참가자가 많았다. 3회 대회 당시 무명에 가깝던 커제 9단은 편강-신동아배 대회 우승 이후 파죽의 연승가도를 달리며 2014년 바이링배, 2015년 삼성화재배, 2016년 몽백합배 우승을 석권했고, 2회 대회 우승자 안성준 6단 역시 이후 승승장구하면서 ‘편강-신동아배’는 행운의 대회로 인식됐다.


    한중 전통 고수들 강세

    컷오프를 통과해 통합예선에 오른 116명의 인터넷 고수 중에는 ‘CHAOS’ ‘불족발’ ‘Shay’ 등 전통의 토종 강자들과 ‘sundayf’ ‘10scking’ ‘daxing1’ ‘black2012’ 등 중국의 전통 강호들이 눈에 띄었다. 한국과 중국의 강호들은 본선 32강에서 시드 배정자들과 격돌, 한국은 ‘초코소라빵’ ‘gunners’ 등 6명, 중국은 ‘black2012’ ‘shunliguog’ 등 9명, 일본은 ‘charosuke’ 1명이 16강에 똬리를 틀었다. 이들 중 2명은 최종 결승 3번기(4월 27~29일)를 거쳐 우승 트로피의 주인공이 된다.



    손종수 세계사이버기원 상무는 “올해에도 중국의 강세가 계속됐다. 아무래도 속기전에 익숙지 않은 일본 선수들은 대국 중반 힘 싸움 과정에서 초읽기에 흔들리는 양상이었다”고 평가했다.

    한편 ‘사이버오로(www.cyberoro.com)’를 운영하는 세계사이버기원(주)은 대회를 관전하며 베팅(최다 포인트, 최다 아이템 등)과 보너스 포인트를 지급하고 있으며, 아이패드 미니4(64G) 3대, GS상품권(100만 원) 등 푸짐한 상품을 준비해 ‘사이버 관객’들의 즐거움을 더했다. 


    인터뷰◈ 손종수 세계사이버기원 상무
    “젊은 ‘감각 바둑’ 향연에 절로 감탄”


    손종수 세계사이버기원 상무는 “‘편강-신동아배 월드바둑챔피언십’이 종반으로 치달으면서 매일 ‘감각적인 바둑전쟁’이 펼쳐지고 있다”며 “한국과 중국의 젊은 기사들이 벌이는 기싸움도 대단하다”고 말했다. 아마 5단인 손 상무는 ‘월간바둑’ 편집장 출신의 바둑 칼럼니스트이자 계간 ‘시와경계’를 통해 등단한 시인으로 이번 대회 기획부터 운영을 총괄한다. 다음은 일문일답.

    ▼ 4월 말 결승전이 치러지는데, 지금까지의 대회 관전평을 한다면.

    “알파고 대국으로 바둑 대회 열기가 높아진 것 같다. 1000여 명의 참가자가 몰렸다. 공식 오프라인 세계대회 출전자들이 300명 수준인 것을 감안하면 대회 위상을 짐작게 한다. 상위 랭커 중에는 대회 기간이 비슷한 LG배, 삼성화재배에 출전하는 기사들 빼고는 고수 대부분이 참여했다고 보면 된다. 본선에 오른 기사들은 100% 프로기사라 ‘감각적인 대국’이 이어지고 있다.”

    ▼ ‘감각적인 대국’?

    “대회는 제한시간 20분에 30초 초읽기 3회를 주는 속기전이다. 프로기사들은 머릿속에 바둑판 하나씩을 넣고 다닌다. 그 머릿속 바둑판으로 수읽기를 하고 바둑을 둔다. 그런데 ‘편강-신동아배’는 속기전이고, 기사들은 ‘알파고’가 아니어서 짧은 시간에 깊은 수읽기를 못하니까 오랫동안 체득한 감각적인 바둑을 둔다. 직관이라기보다는 훈련과 경험을 통해 얻은 일종의 패턴이다. ‘이런 복잡한 모양의 바둑에선 여기가 핵심이다’하고 감각적으로 두는 것이다.”



    長考파 vs 速棋파

    ▼ ‘장고(長考)파’에게는 불리하겠다.

    “지금까지는 중국의 강세 속에 일본은 맥을 못 췄다. 결승까지는 한중전이 될 것 같다. 일본의 주요 3대 기전은 이틀에 걸쳐 두는데 대국 시간이 어마어마하게 길다. 따라서 일본 기사들은 긴 시간 바둑에 맞춰져 있는 만큼 속기전엔 약하다. 일본 청소년들은 게임과 애니메이션 같은 놀 거리가 많아 바둑에 관심이 덜한 이유도 있다.”

    ▼ 커제, 안성준 같은 눈에 띄는 신예 기사는 없었나.

    “일부 날카로운 감각 바둑을 둔 신예들이 있었는데, 상위 랭커들의 안정적인 ‘속사포’ 공격에 무너졌다. 16강이 시작된 만큼 한중 기사들의 대전을 더 지켜봐야 한다. 그동안 중국 기사들과 우리의 젊은 기사들이 대국할 기회가 많지 않았는데, ‘편강-신동아배’가 한중 젊은 기사들에게 활발한 교류의 장이 되고 있다. 개인 기업인 편강한의원과 전통의 시사 매체가 손잡고 여는 유일한 대회이고, 우승자들이 대회 이후 승승장구한 행운의 대회여서 기사들의 관심도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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