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신동아 로고

통합검색 전체메뉴열기

이영미의 스포츠 ZOOM 人

‘남자사람친구’만 많고 애인은 아직…

교수가 된 力士 장·미·란

  • 이영미 | 스포츠 전문기자 riveroflym22@naver.com

‘남자사람친구’만 많고 애인은 아직…

1/3
  • ● “내가 배운다는 마음으로 강단 올라”
  • ● ‘장미란재단’ 통해 스포츠 꿈나무 지원
  • ● “은퇴 후 취미? 역도가 제일 재밌어요”
  • ● “팔씨름 하자며 덤비는 남자 제일 싫어”
‘남자사람친구’만 많고 애인은 아직…

[조영철 기자]

오랜만에 장미란(33) 선수를, 아니 장미란 교수를 만났다. 2013년 초, 더 이상의 부담과 고통은 안녕이라며 바벨과 작별 인사를 고한 그는 은퇴 후 활발한 활동을 펼치며 자신의 자리를 만들어갔다.

세계선수권대회 4연패, 2008년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 2005년부터 5년 연속 세계 제패. 이 같은 성취를 이룬 역도선수는 장미란이 유일하다. 놀라운 기록을 세운 그는 마지막 올림픽인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 바벨에 손 키스를 남기고 전국체전을 마친 뒤 은퇴 수순을 밟았다. 은퇴 후 자신이 이사장으로 있는 장미란재단과 학업에 푹 빠져 지냈다. 이젠 ‘교수님’으로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다.

혹시 사진도 찍나요?

인터뷰 전날인 8월 6일 이런 문자가 왔다. ‘혹시 내일 사진도 찍나요? 제가 어제 장염으로 응급실 다녀왔는데 구토를 심하게 해서 얼굴에 실핏줄이 다 터지고 말았어요. 어쩌죠?’ 난감했다. 주중엔 시간이 없다 해서 주말에 약속을 잡은 건데, 아프다는 사람 앉혀놓고 인터뷰를 강행하는 게 미안했다. 그러나 장미란은 사진 촬영만 거론했지 인터뷰를 못하겠다고 하진 않았다. 미안한 마음을 안고 다음 날 약속 장소에 나갔다.

얼굴을 직접 보니 그가 왜 그런 얘길 했는지 이해가 됐다. ‘얼굴이 많이 상했다’는 말이 절로 나올 정도로 아픈 기색이 역력했다. 안부를 묻자 “제가 은퇴하고 예뻐졌다는 얘기 많이 들었는데, 아프고 나니 이런 얼굴이 됐어요”라면서 웃는다.

3년 전, 자신의 분신과도 같던 바벨을 내려놓은 후 장미란이 가장 많이 받은 질문은 체중과 관련된 것이라고 한다.

“사람들이 제 체중에 관심이 많다는 걸 알게 됐어요. 사람들 대부분이, 심지어 기자들도 은퇴 후에 체중이 얼마나 빠졌냐고 물어봐요. 왜 그게 궁금해요?”

그래서 얼마나 빠졌냐고 묻자, 장미란은 호탕한 웃음을 터뜨리며 “얼마 안 빠졌어요. 많이 빠져야 하는데, 잘 안 빠지던데요”라고 답한다.

장미란은 은퇴 후 장미란재단 일에 몰두했다. 2012년 2월, 경기 고양시와 비자카드의 후원으로 발족한 장미란재단은 유소년 스포츠와 사회체육 교육 프로그램을 바탕으로 비인기 종목 선수와 스포츠 꿈나무 지원, 다문화 가정과 한부모 가정 자녀 대상의 스포츠 체험 프로그램 운영 등을 주요 사업으로 한다. 상임이사를 맡은 아버지 장호철 씨의 노력으로 재단의 기반이 잘 다져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장미란은 재단 관련 일 중 ‘찾아가는 스포츠 멘토링 교실’에 큰 애착을 가졌다. 전국의 중·고등학교 학생을 대상으로 ‘꿈과 비전’에 대한 특강을 열고, 특강 이후에는 그 학교의 운동선수들을 만나 현역 시절 자신의 운동 방법에 대한 노하우를 공유하고 학생들의 고민을 들어주는 시간을 갖는다.

4개 기록종목 실기 가르쳐

“처음엔 아이들이 쑥스러운지 쉽게 다가오지 못했어요. 제가 눈높이를 낮추고 아이들 속으로 들어가려고 노력하니까 조금씩 자연스러워지더라고요. 어떤 아이에게 꿈이 뭐냐고 묻자 IOC(국제올림픽위원회) 같은 국제 스포츠 기구에서 일하고 싶다고 했어요. 그래서 제가 KOC(한국올림픽위원회)는 뭔지 아느냐고 물었죠. 모른다고 했어요. 그래서 대한체육회 홈페이지를 알려주고 거기에서 체육회 조직도를 찾아보라고 얘기해줬어요.

또한 국제 스포츠 기구에서 일하려면 가장 중요한 게 영어가 돼야 한다는 거잖아요. 그 꿈을 이루려면 영어는 필수라고 말해주니까 눈빛이 달라지더라고요. 잠시 후 밖으로 나간 아이의 손에 음료수가 들려 있었어요. 고맙다면서 그걸 내미는 아이의 눈빛을 보며 저도 감동했습니다. 따뜻한 격려와 친절한 설명이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 같아요. 제게도 배움의 시간이었습니다.”

지난 6월 장미란은 재단 관계자들과 함께 강원도 태백의 철암중·고교를 찾아가 스포츠 멘토링 교실을 열었다. 장미란이 태백까지 방문한 데는 이유가 있었다.

“그 학교에서 신축 역도장을 개관한다는 거예요. 있던 역도부도 없애는 마당에 새 역도장을 개관한다니, 어떻게 안 가볼 수가 있나요. 팀을 창단하고, 새 역도장이 마련된다면 어느 곳이라도 찾아가 인사드려야죠. 이럴 땐 제가 은퇴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제가 필요한 곳이 있고, 제게 손을 내밀어주는 곳이 있다는 게 정말 감사하거든요. 태백을 찾았을 때도 그런 기분이 들었어요.”

장미란은 지난해부터 용인대 체육학과 교수로 강단에 선다. 육상, 역도 등 4개 기록종목 실기를 가르치며 새로운 인생을 만들어간다.

“누군가를 가르친다는 생각보다는 제가 배운다는 마음으로 강단에 올라요. 처음엔 학생들 앞에 서는 게 쉽지 않았어요. 매번 똑같은 얘기만 할 수 없으니 다양한 자료를 찾아가면서 수업을 준비합니다. 학생들이 저를 처음 봤을 때는 교수보다는 역도선수 장미란으로 인식했어요. 그래서 사인을 해달라, 같이 사진을 찍어달라고도 했죠. 재미있었어요. 항상 배우는 사람이었는데, 그 반대의 처지가 되니 다양한 느낌을 갖게 되더라고요.”

1/3
이영미 | 스포츠 전문기자 riveroflym22@naver.com
목록 닫기

‘남자사람친구’만 많고 애인은 아직…

댓글 창 닫기

2017/04Opinion Leader Magazine

오피니언 리더 매거진 표지

오피니언 리더를 위한
시사월간지. 분석, 정보,
교양, 재미의 보물창고

목차보기구독신청

지면보기 서비스는 유료 서비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