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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대표 감독은 ‘독이 든 성배’ 배구 발전 위해 기꺼이 마시겠다”

국가대표 감독으로 돌아온 ‘컴퓨터 세터’ 김호철

  • 이영미|스포츠 전문기자

“국가대표 감독은 ‘독이 든 성배’ 배구 발전 위해 기꺼이 마시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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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캐피탈과의 애증

배구를 떠나 있는 동안 아예 배구 경기를 보지 않았다던데 사실인가.
“현대 감독직에서 물러나며 몸도 마음도 다 떠나야겠다고 생각했다. 1년 반 넘게 배구장 근처엔 얼씬도 하지 않았다. 지난 시즌 현대 최태웅 감독의 요청으로 두 차례 배구장을 찾은 것 외엔 아예 배구와 연을 끊고 지냈다. 당시 이런저런 구설에 시달리면서 지치기도 했다. 건강이 급격히 나빠지는 것 같아서 ‘아, 이제 내가 손을 놔야겠구나’ 싶더라. 정규시즌 마친 후 구단이랑 얘기를 나눴고 계약기간 1년이 남아 있었지만 자진 사퇴하겠다고 말했다. 배구에 대한 회의가 심해지니까 더는 그 자리에 있을 수가 없었다.”

어떤 회의를 느낀 건가.
“성적이었다. 프로는 무조건 성적을 내야 하는 운명을 안고 산다. 성적을 내지 못하면 구단에서 자꾸 간섭한다. 그런 부분이 스트레스를 줬다. 성적은 내야 하고, 변화를 주려니 시간이 없고, 구단과 마찰을 빚으며 점점 배구에 회의를 느낀 것이다. 구단에선 총감독직을 제안했지만 미련 없이 팀을 떠났다.”



잘못 꿴 단추

2015년 3월 초, 현대캐피탈은 김 감독의 자진 사퇴를 공식 발표했다. 구단은 만류했지만 김 감독은 2005년 프로배구 출범 이후 처음으로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한 책임을 졌다.

현대캐피탈과는 오랜 인연을 맺었다. 2004년 감독으로 부임한 후 2005~2006, 2006~2007시즌 팀을 정상에 올려놨다가 2010~2011시즌 도중 경질됐다. 이후 2012~2013시즌 드림식스 사령탑으로 코트에 복귀했고, 2013~2014시즌에는 현대캐피탈로 돌아왔다. 그때 현대로 돌아온 가장 큰 이유가 뭔가.
“구단의 의지가 강했다. 두 번이나 고사했지만 안남수 전 단장이 간곡히 부탁했다. 당시 여러 팀에서 감독직을 제안했기 때문에 나로선 선택받는 게 아닌 선택하는 입장이었다. 결국 8년간 정들었던 현대로 돌아갔다. 그때 그 선택만큼은 지금 후회한다.”



2011년 5월 3일 현대캐피탈 총감독으로 추대되는 동시에 하종화가 후임 감독으로 내정됐다. 사실상 감독 경질이었는데.
“당시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 내 배구 인생이 이렇게 흘러갈 수도 있구나 싶었다. 내가 잘하고 못하고를 떠나 그런 방식에 섭섭한 마음이 컸다. 회사에선 날 총감독으로 추대한다고 발표했지만 난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때는 나를 그렇게 내보낸 현대에 오기가 생기더라. 다른 팀에 가서 현대캐피탈만큼은 꼭 이길 것이라는 오기가. 그때 정말 내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계기가 됐다. 돌이켜보면 그때 내가 품은 오기가 잘못됐다는 생각이 든다. 한번 단추를 잘못 꿰다 보니 그 이후 계속 일이 꼬이기만 했다.”

결국 2012년 10월 한국배구연맹(KOVO) 관리구단인 드림식스 감독으로 현장에 복귀했다. 드림식스는 모기업을 구하지 못해 대부업체인 러시앤캐시의 ‘네이밍스폰서’ 방식으로 운영 자금을 충당했다. 당시 여러 팀에서 김 감독 영입 작전에 나선 걸로 아는데 왜 드림식스였는지 궁금하다.
“복잡한 사정이 있었다. 원래 드림식스는 우리캐피탈 드림식스로 팀 창단이 예정돼 있었다. 그러나 2011년 우리금융그룹이 민영화 추진 과정에서 배구단 운영에 난색을 표하는 바람에 KOVO가 위탁받게 된 것이다. 그러다 2012~2013시즌엔 대부업체인 아프로서비스그룹(러시앤캐시)이 명칭 후원을 약속하며 러시앤캐시 드림식스라는 이름의 팀이 창단됐다. 그때 그 팀을 맡았는데, 이후 드림식스는 우리카드가 다시 배구단 운영에 나서면서 ‘우리카드 위비’란 이름으로, 드림식스를 후원했던 아프로서비스그룹은 새로운 브랜드인 ‘OK저축은행 러시앤캐시 배구단’을 창단해 운영 중이다. 드림식스와 한 시즌을 보낸 후 현대캐피탈로 다시 옮겨간 셈이다. 그때 다시 돌아가지 않았어야 했는데.”

처음 현대를 나올 때 ‘타도 현대’를 목표로 했다는데, 드림식스를 이끌며 어느 정도 성공한 부분도 있었다.
“참 인생이 재미있다. 그땐 내가 다시 현대로 돌아갈 거라고 누가 생각했겠나. 다른 팀은 몰라도 현대를 만나면 죽기살기로 달려들었다. 덕분에 팀 분위기가 엉망이던 드림식스를 시즌 막판까지 플레이오프 진출 경쟁을 벌일 수 있을 만큼 강팀으로 만들었다. 그 후 친정팀의 부름을 받게 됐지만 말이다.”

개인적으로 다시 현대로 돌아간 게 의외였다.
“현대로 돌아간 상황은 스스로 어쩔 수 없다고 위안 삼았지만 너무 내 마음만 앞섰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 다시 성적 문제로 구단과 마찰이 빚어졌고, 날 데려간 안남수 단장이 먼저 경질되면서 나 또한 고민이 많아질 수밖에 없었다. 내겐 그만두는 것 외엔 다른 방법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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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미|스포츠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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