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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진우의 세상읽기

재벌개혁 의지 있긴 한 건가

재벌개혁 의지 있긴 한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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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과정에서 터져 나온 한나라당 몇몇 의원의 재벌 비판 발언을 정리해보자. 야당의 비판이야 그러려니 한다 해도 보수우파의 정치적 대변자인 한나라당 내 목소리는 향후 한국사회의 변화와 관련해 주목할 필요가 있을 터이다.

“우리나라 대기업의 성장은 기업들의 부단한 노력의 결과임을 부정하지 않지만, 관세 및 수입제한 조치, 고환율·저금리 정책 등 시장원리에 반한다고 볼 수 있는 각종 특혜와 정부의 보호정책에도 의존했던 것이 사실이다. 최근 비정규직 차별해소나 중·대기업 동반성장, 추가감세 철회 등 자신들에게 불리하다고 생각되는 정책엔 모든 것을 시장원리에 맡겨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대기업의 이런 행태는 자신들은 올라섰으니 뒷사람들은 따라오지 말라는 전형적인 ‘사다리 걷어차기’이다. 지나친 대기업 독식과 양극화는 자본주의 성장의 걸림돌이며, 대기업들은 사회적 책무에 대한 깊은 성찰을 해야 한다.”(이주영 정책위의장)

“이 정부 들어와 대기업이 얼마나 잘나가고 있는지는 온 국민이 다 안다. 그런데도 나라와 공동체를 위해, 어려운 중소기업·자영업자·서민을 위해 고민하지 않고 자기 기업과 가족만 위한 (대기업 총수의) 이기적 태도가 보수 전체를 위기로 몰고 있다.” (남경필 최고위원)

“지금 우리나라에서 재벌은 무소불위의 절대 권력을 행사한다. 북한의 세습체제를 능가하는 세습지배구조, 조카며느리까지 기업을 확장하는 문어발식 족벌경영, 족벌기업 일감 몰아주기 및 주가 띄우기, 비정규직 양산의 주범인 중소기업 쥐어짜기, 영세자영업자의 영역까지 파고드는 소위 ‘통 큰’ 사업 등의 절대 권력을 행사하는 재벌은 서민경제를 파탄내면서 양극화를 심화시키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민주화 시기에는 재벌에 대한 각종 규제와 견제가 이루어졌다. 그 후부터 우리는 재벌을 대기업이라 부르고 있다. 그런데 외환위기 사태 후 신자유주의의 무분별한 도입에 따라 대기업은 몸집을 키우며 어느 새인가 다시 과거의 재벌 이상이 되어 또다시 국가 발전의 발목을 잡고 있다. 이 정부 들어와서 대기업에 대한 법인세율은 25%에서 22%로 떨어졌고, 또 투자세액공제 등 각종 세제혜택으로 인해 실제 내는 실효세율은 17.0%로 낮은 수준이다. 이와 같은 법인세율은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국가 중에서 거의 최저수준이다. 경실련 자료에 의하면 이 정부 3년간 15대 대기업의 사내 유보금은 32조2000억원에서 56조9000억원으로 76.4% 증가했다. 지난 10년간 대기업의 고용은 늘기는커녕 오히려 줄었다. 이런데도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부자는 미워하되 기업은 미워하지 말자’며 진실을 호도하고 있다. 장관이 무지한 건지 아니면 친(親)재벌인 건지 알 수가 없다. 재벌을 이대로 두고서 선진국 진입을 얘기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재벌개혁 없는 선진화란 불가능한데, 정부는 지금 그런 재벌에 휘둘리고 있다. 정치권이 재벌개혁에 나서야 할 이유다.”(정두언 전 최고위원)

“감세 철회와 등록금 완화를 부자와 기업을 미워하는 것으로 보는 (박재완 기재부 장관의) 시각 자체가 천박하다. 문구·떡볶이 시장까지 독식하는 대기업의 이익 ·성과 지상주의 행태를 미워하는 것이다.”(정태근 의원)

물론 모두가 이런 의견에 동조하는 것은 아니다. 김무성 전 원내대표는 “비굴하고 기회주의적인 정치를 해서는 안 된다. 포퓰리즘을 막아내지 못하면 한나라당 간판을 내려야 한다”고 말했다. 부적절한 비판(예컨대 북한 세습체제에 빗대는 표현)이나 부정확한 사실관계(전경련 측은 30대 대기업의 고용이 100만명을 넘어섰고, 지난해부터 지금까지 10만명이나 늘었다고 주장한다)를 근거로 한 일방적 비판은 오히려 설득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

“미국의 워런 버핏이 재산의 반을 사회에 주자고 했다. 자기들이 돈을 벌게 해준 제도가 안정돼야 돈을 더 벌 수 있다는 생각에서 나온 것이다. 미국은 부자들이 각성을 하고 나선 것인데 우리도 대기업과 부자들이 각성했으면 좋겠다.”

재벌개혁 의지 있긴 한 건가
全津雨

1949년 서울 출생

동아방송 기자

월간 신동아 편집장

동아일보 논설실장·대기자

現 경원대 초빙교수

저서 : 작품집 ‘하얀 행렬’ ‘서울의 땀’, 칼럼집 ‘역사에 대한 예의’


정운찬 동반성장위원회 위원장의 말이다. 총수 일가가 회사를 만들면 계열사가 일감을 몰아줘 단박에 천문학적인 수익을 올리게 하는, 그렇게 부(富)를 대물림하는 우리의 천민자본주의 풍토에서 각성이 쉽겠는가. 하지만 ‘재벌 만능주의’는 머잖아 종언을 고할 것이다. 재벌의 불공정한, 부정의한 행태를 이대로 둘 수 없다는 게 다수 국민의 생각이라면 그것은 포퓰리즘이 아니다. 시대정신이다. 남은 의문은 과연 이 정권에 진정 재벌을 개혁할 의지가 있느냐는 점이다. 당과 정부, 청와대가 서로 엇박자를 낸대서야 재벌개혁이 제대로 이뤄질 수 있겠는가. 지켜볼 일이다.

신동아 2011년 8월 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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