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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진우의 세상읽기

누가 안철수를 두려워하는가

누가 안철수를 두려워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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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에 비한다면 차라리 이명박 대통령의 평가가 객관적으로 들린다. 이 대통령은 KBS 좌담회에서 안철수 교수의 모습을 보고 “아! 우리 정치권에 올 것이 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정치에 대한 국민의 변화 욕구가 안 교수를 통해 나온 것이 아니겠느냐. 이것을 우리 정치가 발전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문제는 과연 이 대통령이 안철수 신드롬을 객관적 관전자의 입장에서 바라볼 수 있느냐는 점이다. 이와 관련해 김민전 경희대 교수의 말은 인용할 만하다. “이명박 정부 들어 공직은 고소영·강부자로 희화화(戱畵化)됐다. 그 반대편에 전문성과 도덕성, 공적 마인드를 가진 안철수 원장이 등장한 것이다. 이명박 정부가 안 원장을 초대한 셈이다.” 그렇다면 이 대통령은 객관적 관전자가 될 수 없다.

이명박 정부는 집권 초기, 공직을 고소영·강부자로 상징되는 사익추구 집단에 배분함으로써 공공성(公共性)의 위기를 자초했다. 더 심각한 것은 연고(緣故) 및 보은(報恩) 인사가 임기 후반기까지 끊이지 않으면서 공공성의 악화가 심화되었다는 점이다. 대통령 임기 끝나기 전에 어떡하든 한 자리 차지하려는 자들이 여전히 줄을 서 있다는 세간의 풍문이 사실이라면 대통령이 내세운 공정(公正) 공생(共生)의 의제는 오히려 불신과 냉소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국민이 이 정권의 권력 엘리트들에게서 찾아보기 힘든 도덕성과 진정성, 공익을 위한 헌신과 실천의 모습을 안철수라는 인물을 통해 찾은 것이 안철수 신드롬의 본질이라면 대통령은 정치권을 객관적으로 평가할 처지가 못된다. “안철수 태풍에 정당정치의 뚜껑이 날아간”(원희룡 한나라당 최고위원) 데는 대통령의 책임이 누구 못지않게 크기 때문이다.

야권 또한 전혀 대안의 모습을 보이지 못했다. 민주당은 당내 분란으로 내부 리더십마저 흔들리는 처지이고, 진보정당들은 작은 차이를 극복하지 못하고 분열을 계속해 국민 눈 밖에 난 지 오래다. 안철수는 결국 보수의 위기와 진보의 공백이 부른 이상적 대안일 수 있다. 그랬던 안철수는 “누구도 민심을 쉽게 얻는 것은 당연하지 않다. 저에게 보여주신 (국민의) 기대 역시 우리 사회 리더십에 대한 변화의 열망이 저를 통해 표현된 것이라 생각한다”는 말을 남기고 대학으로 돌아갔다. 거듭 말하지만 나는 그의 선택이 옳았다고 믿는다. 아직 그의 이상이 뿌리내리기에는 현실의 우리 정치 풍토가 너무 척박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자칫하면 한국사회의 소중한 자산이 공격받고 상처 받아 망실(亡失)될까 하는 우려에서다.

안철수는 어떤 일을 선택할 때 세 가지의 판단 기준이 있다고 했다. 첫째, 내가 정말로 의미를 느낄 수 있는 일인지. 둘째,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열정을 갖고 할 수 있는 일인지. 셋째, 실제로 내가 일을 잘해서 다른 사람에게 혜택을 줄 수 있는 일인지.

그는 첫째 기준인 서울시장직에 의미를 느꼈다고 했다. “또다시 이상한 사람이 서울시를 망치면 분통 터질 것이며, 정말로 자격 없는, 정치적 목적으로 시장 일을 하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들어” 출마 고민을 시작했다고 했다. 셋째 기준인 일을 잘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도 풀렸다고 했다. 행정능력도 자신 있고 서울시의 무엇을 바꿔야 하는지에 대한 생각도 정리되었다고 했다. 다만 둘째 기준인 지속적으로 열정을 갖고 (서울시장직을) 할 수 있는 일인지는 여전히 의문이라고 했다. 행정·정치를 하게 되면 최소한 10년은 해야 된다고 생각하는데 이번만이 아니고 그 이후로도 정치인으로 살아갈 자신이 없다는 점이 고민이라고 했다(이상 오마이뉴스 인터뷰).

의문이 남은 상태라면 하지 않는 편이 낫다. 그의 판단 기준 또한 주관적인 것이다. 검증대에 오르면 그의 기준과는 다른 여러 잣대가 동원될 것이다. 더구나 무소속으로 야당 후보와 경쟁하다가 여당 후보가 어부지리로 자리를 차지하기라도 하는 날에는 하루아침에 ‘공공의 적’으로 몰락할 수도 있었다. 안철수와 박원순의 입지는 다르다. 박원순의 경우 어떤 형식이든 야권 단일후보가 되는 것이 당위다. 민주당의 1순위 서울시장 후보였던 한명숙 전 총리가 일찌감치 불출마를 선언함으로써 민주당의 자체 경선은 맥이 빠졌다. ‘범(汎)야권후보 박원순’으로의 단일화가 요식행위에 그친다면 흥행도 기대하기 어렵다. 안철수 효과가 선거가 있을 한 달여 뒤까지 위력을 보인다는 보장은 없다. 여론과 실제 투표 행위는 다르다. 그 결과에 따라 ‘안철수 주가’도 등락할 것이지만 어차피 그의 손을 떠난 장세(場勢)다.

안철수는 “대통령은 아무나 하나요?”라고 했다. 대권에 도전할 생각은 전혀 없다는 것이다. 부동의 1위였던 박근혜를 위협하는 여론조사 결과에 대해서도 “일시적인 거겠죠”라고 답했다. 그러나 그의 의지와는 다른 선택을 강요받을 수 있다. 안철수는 그가 의도했든 안 했든 이미 한국 정치의 중심에 진입했으니까.

누가 안철수를 두려워하는가
全津雨

1949년 서울 출생

동아방송 기자

월간 신동아 편집장

동아일보 논설실장·대기자

저서 : 작품집 ‘하얀 행렬’ ‘서울의 땀’, 칼럼집 ‘역사에 대한 예의’


안철수는 젊다. 이제 마흔아홉이다. 공적 헌신을 통해 한국 정치를 바꿀 수 있는 기회는 아직 많이 남아 있다. 그가 자신의 고민을 정리하고 새롭게 준비하기에 충분히 긴 시간이다. 그것이 아니더라도 안철수는 그를 두려워하는 인물, 정치세력이 생겼다는 사실만으로도 큰몫을 했다. 안철수가 상징하는 공공성과 진정성, 헌신성 및 공감(共感)의 소통 노력을 외면하는 정치인, 정치세력은 다수를 차지하는 20∼40대의 유권자에게서 외면당할 것이다. 누가 안철수를 두려워하는가? 안철수가 두려운 이들은 과연 변화할 수 있을 것인가? 이 물음은 이제 한국 정치의 새로운 키워드로 떠올랐다.

신동아 2011년 10월 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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