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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진우의 세상읽기

서울시장 선거는 시작일 뿐이다

서울시장 선거는 시작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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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후보는) 학생 기간에 등기소장을 하고 연수원을 다녔다. 악취 나는 학력, 경력의 의혹투성이 후보가 표를 외치고 있다.”(안형환 의원)

도대체 총리가 답할 수 있는 발언이 아니니 애초 대정부질문을 빙자해 박 후보를 공격하자는 속셈이었다고 볼 수밖에 없다. 내가 박 후보를 대변할 이유는 없다. 또한 이미 언론에 보도된 박 후보 측의 항변 또는 해명을 일일이 기술할 만큼 지면이 넉넉한 것도 아니다. 다만 박원순이 이끌었던 ‘아름다운재단’과 ‘희망제작소’가 “저잣거리 양아치의 사업방식”이었다면 감사원이든 검찰이든 당장 나서서 그 실체를 밝혀야 한다. 참여연대에서 재벌을 비판했던 박원순이 ‘아름다운재단’을 차려 재벌기업으로부터 ‘삥’을 뜯었다면 ‘삥’을 뜯긴 재벌기업은 당연히 박원순을 고발해야 한다. 더구나 박원순이 기부금을 만원 한 장이라도 착복했다면 당장 구속해야 마땅하다는 얘기는 해야겠다. 그게 아니라면 검증을 빙자해 무책임한 정치공세를 퍼붓는 구태(舊態)는 이제 그만 보였으면 한다. ‘안철수 현상’이야말로 바로 그런 지긋지긋한 삼류 정치를 그만 보고 싶다는 다수 국민의 갈망을 투영하고 있지 않은가. 오늘날 한국의 정당정치가 ‘대표성의 위기’와 ‘인정의 위기’를 맞게 된 근원을 들여다보지 못한다면 설령 서울시장 선거에서 한나라당 후보가 승리한다 해도, 머지않아 더욱 강력한 역풍에 직면할 수 있음을 인식해야 한다.

“박 후보가 서울시장이 되면 (서울시가) 반미·반국가투쟁의 전장이 될 것이고, 좌파의 체제전복을 위한 투쟁 기지가 될 것”이라는 식의 ‘좌파 타령’은 식상하다 못해 역겨울 정도다.

박 후보를 지지하는 서울시민은 종북 좌파에 이용당하는 인물을 지지할 만큼 어리석다는 것인가? 서울시가 체제전복의 전진기지가 되도록 서울시민이 두고 본다는 말인가? 이는 한국 사회의 뿌리 깊은 레드 콤플렉스를 이용해 표를 얻자는 낡은 방식에 지나지 않는다. 20∼30대 젊은이들의 한나라당에 대한 소감은 대체로 ‘후지다’는 것이다. ‘후진 정당’에 투표할 리는 없지 않은가. 그러니 만날 젊은 층의 투표율이 낮아야 선거에서 이긴다는 소리나 되풀이하는 것이다.

박원순 후보는 천안함 폭침은 북한 소행으로 믿는다고 했다. 하지만 “정부 발표에 의문을 갖는 사람들을 정부가 탓하기보다는 왜 그런 사람이 많은지 성찰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제가 된 발언은 “이 정부 들어 북한을 자극해 억울한 천안함 장병들이 수장됐다”는 대목이다. 보수우파 진영에서는 예의 ‘종북 좌파’ 비난을 쏟아냈다. 그러나 박 후보는 “나로서는 이해가 안 된다. 천안함 장병들의 죽음에는 북한을 관리하지 못한 정부의 책임이 간접적으로 있다는 내 주장이 이상하냐?”고 반박했다.(10월13일자 ‘동아일보’ 인터뷰)

여기서 한국 사회 좌·우파 논쟁(논쟁이라기에는 배타적이고 적대적인 싸움에 가깝지만)의 양식을 엿볼 수 있다. 한나라당을 위시한 우파보수 세력은 북한이 한 짓을 믿는다면 그걸로 그만이지 왜 토를 다느냐? 북한 편을 드는 게 아니냐? 그러니 종북 세력이다, 라고 공격한다. 진보좌파 세력(과연 한국 사회에서 진보좌파란 개념이 적확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은 북한 소행이라고 생각하기는 하지만 남북관계를 악화시킨 이명박 정부의 책임도 적지 않다고 주장하거나, 정부 발표를 무조건 믿으라고 강요하는 것에는 동의할 수 없다고 한다. “천안함 사건에 대한 정부 발표를 받아들이지만 직접 보지 않아 확신이란 표현은 적절치 않다”는 조용환 헌법재판관 후보(민주당 추천)가 그 예다. 한발 더 나가 ‘남한 정부의 자작극’을 입에 올리는 극소수도 존재한다. 나 역시 그들은 종북 좌파라고 생각한다.

서울시장 선거는 시작일 뿐이다
全津雨

1949년 서울 출생

동아방송 기자

월간 신동아 편집장

동아일보 논설실장·대기자

저서 : 작품집 ‘하얀 행렬’ ‘서울의 땀’, 칼럼집 ‘역사에 대한 예의’


그러나 북한 소행에 대한 직접 책임과 현 정부의 평화관리 실패에 대한 간접 책임을 함께 묻는 정도까지 종북 좌파라 몰아붙이는 것은 지나치다고 본다. 이명박 정부의 강경한(또는 원칙적인) 대북정책이 옳은 것인지, 옳지 않은 것인지를 두고는 관점에 따라 다른 의견이 존재할 수 있고, 또 그럴 수 있어야 한다. 나와 다른 생각은 무조건 좌파로(또는 우파로) 배척한대서야 진정한 자유민주사회라고 할 수 있겠는가. 거듭 얘기하지만 ‘안철수 현상’은 그와 같은 획일적이고 이분법적인 잣대에 대한 거부를 내포하고 있다. 그 잣대에 의해 유지되는 현 정치질서에 대한 실망과 혐오를 함축하고 있다. 안철수 교수는 “예전 선거와 똑같은 양태로 가는 걸 시민들이 바랄까. 정치하는 분들이 아직도 잘 모르시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박원순 후보에 대한 한나라당의 집요한 네거티브 공세를 에둘러 비판한 것이다.

서울시장 선거의 승패가 갈린다고 한국 정치의 숙제가 풀리는 것은 아니다. 숙제에 대한 국민의 총체적인 평가는 결국 내년 총선과 대선으로 이어질 것이다. 서울시장 선거는 시작일 뿐이다.

신동아 2011년 11월 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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