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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진우의 세상읽기

안철수는 언제 대학문을 나서나

안철수는 언제 대학문을 나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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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한국 사회의 아이콘은 안철수다. 빨간 장미의 꽃말이 정열이듯이 안철수는 이제 ‘새것’을 의미하는 상징어가 되었다. 새것은 낡은 것을 거부한다. 기득권을 부정하고, 기존의 권위에 냉소한다. 불통(不通)의 권력을 조롱한다. 대의민주주의의 두 축인 정당과 언론을 불신한다. 언론이 신뢰를 잃으면 괴담(怪談)이 승하는 세상이 된다. 그렇게 앙시앵 레짐(구체제)의 모든 지배기제는 위기에 직면한다.

그러나 새것이 반드시 옳은 것인가? 현실에 대한 부정이 미래의 전망을 담보하는가? 의문은 심중(深重)하고 이념과 정파, 계급·세대 간 갈등의 골은 깊다. 따라서 ‘안철수 현상’은 전환기의 한국 사회가 겪는 진통(陣痛)으로 해석되어야 한다. 산모가 진통 끝에 아기를 낳듯이 새것 또한 진통을 수반할 수밖에 없다. 문제는 진통을 얼마만큼 건강하게 이겨낼 수 있느냐는 것이다.

‘새것’에 대한 시대적 요구는 명백하다. 안철수가 박원순의 손을 들어줬을 때 서울시장 보궐선거의 승패는 이미 결정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패배자는 나경원이 아니었다. 투표자(특히 20∼40대 유권자)에게 낡은 것으로 간주되는 모든 것이었다. 박원순이 사실상 입당을 거절했을 때 민주당 또한 낡은 것의 일원이었다. 야권단일후보란 ‘안철수의 승리’ 앞에서 초라한 명분이었을 뿐이다.

‘동아일보’의 최근 여론조사에 따르면 내년 12월 치러질 대선 가상대결에서 안철수가 47.7%의 지지를 얻어 38.3%의 박근혜를 크게 앞질렀다. ‘오마이뉴스’의 11월 정례 여론조사에서도 안철수 47.7%, 박근혜 42.8%였다. 특히 ‘동아일보’ 여론조사에서는 내년 4월 총선에서 ‘안철수 신당’이 36.2%로 한나라당(23.4%), 야권(16%)을 크게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생기지도 않은(만들 생각도 없다는) ‘안철수 신당’이 기존 정당을 압도하는 웃지 못할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이는 ‘안철수 현상’이 서울시장 보궐선거 이후에도 약화되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이것은 분명 시대의 흐름이며 새로운 시대정신에 대한 국민의 요구를 반영한다. 새로운 시대정신은 무엇인가? 그 답을 찾는 일은 쉽지 않다. 몇 마디 수사(修辭)로 둘러댈 수도 없는 일이다. 그러나 기존의 방식으로는 안 된다는 것이 명백한 전제라면 그 답은 어렵지 않게 유추할 수 있을 것이다.

첫째, 더 이상 성장 위주의 경제정책은 지속될 수 없다. ‘MB노믹스’의 핵심은 고환율 저금리로 대기업을 지원해 수출을 늘리고, 부자 감세로 내수를 살려 경기를 활성화해 경제를 살린다는 것. 2008년 미국의 금융위기 여파로 당초 공약인 747(7% 경제성장, 1인당 국민소득 4만달러, 7대 경제강국)은 일찌감치 물 건너갔으나, 성장 중심의 정책기조는 변하지 않았다. 그러나 대기업과 부자의 소득이 늘면 그 여유분이 자연스레 밑으로 내려간다는 낙수(落水)효과는 나타나지 않았다.

빈부 양극화가 심화됐다. 전세대란과 고물가 등으로 서민의 삶은 더욱 팍팍해졌다. 이렇다보니 가계부채는 눈덩이처럼 불어났다(2011년 3월 말 기준 전국가구 평균 부채는 지난해보다 12.7% 늘어난 5205만원). 특히 20∼40대의 부채증가율(15∼35%)이 높았다.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20∼40대의 박원순 후보 평균지지율이 70%를 웃돈 이유에 ‘MB노믹스’의 실패가 작용했으리란 점은 묻지 않아도 빤한 일이다. 한나라당의 쇄신파 의원들은 청와대에 보낸 서한에서 성장지표 중심의 정책기조를 성장·고용·복지의 선순환 국정기조로 전환할 것과 대기업의 무절제한 시장 확장과 불공정한 거래 엄단, 830만에 달하는 비정규직 문제에 대한 과감한 해결책 제시를 요구했다. 이를 단지 내년 총선에서 살아남으려는 몸부림으로 폄하할 수 있겠는가. ‘박근혜노믹스’가 경제성장률보다 고용률과 삶의 질에 중점을 두어 ‘MB노믹스’와 차별화를 꾀하는 것 또한 시대적 요구에 부응하는 선택이다.

둘째, 소통과 공감 없는 리더십으로는 성공하기 어렵다. 이 대통령은 얼마 전 현 정권은 “도덕적으로 완벽한 정권”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은 지난 대선에서 재벌에 손 벌리지 않았다는 것을 강조했다고는 하나 대통령 측근들의 비리가 터진 상황에서 국민 귀에는 엉뚱한 소리로 들리기 십상이었다. 이 대통령이 지난해 내놓은 ‘공정사회론’은 MB리더십이 주도권을 쥘 수 있는 좋은 계기였다. 그러나 회전문·보은(報恩) 인사 등이 거듭되면서 국민의 공감과는 멀어져버렸다. 하물며 내곡동 사저 파문이 일면서 이제 공정담론은 더는 말붙이기조차 어렵게 됐다.

이 대통령은 한나라당 쇄신파 의원들의 서한에 대해서도 “답변을 안 하는 것으로 답변을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대통령이 말보다는 변화의 요구에 어떻게 부응할지 깊이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 청와대 대변인의 설명이었지만, 쇄신파 의원들의 편지는 곧 국민의 관심사라는 점에서 답변 없는 대통령의 존재감은 약화될 수밖에 없다. 국민의 공감 없이는 진정한 소통이 이루어질 수 없으며, 소통 없는 리더십은 국민의 지지를 얻을 수 없다. ‘안철수 신드롬’의 기저에 그의 소통 및 공감 능력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는 점이 특히 주목되는 이유다.

‘안철수 현상’이 지속되면서 야권의 러브 콜이 이어지고 있다.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 원장이 야권의 대표선수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가 야권통합정당에 참여하고 현재의 지지도를 1년 후에도 보인다면 야권 대선후보로 밀 수도 있다는 얘기다. 이해찬 ‘혁신과 통합’ 공동대표도 “안철수 교수가 대선출마 요구에 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가 원했든 원하지 않았든 ‘박근혜 대세론’을 물리칠 수 있는 후보로 평가되고, 그에 대한 지지가 지속적이라면 그런 국민적, 역사적 요구에 응해야 한다는 것이다. 손학규 민주당 대표는 안 원장의 야권통합정당 참여는 환영하지만 무임승차는 곤란하며, 확실한 뜻부터 밝혀야 한다는 쪽이다. 서로 간에 미묘한 뉘앙스 차이는 있어도 안철수를 잠재적(또는 유력한) 대선 후보로 인정한다는 점은 동일하다. 선택과 결정은 안철수 자신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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