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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이 개까지 팔아야 하나?

‘경제민주화’ 斷想

  • 이강원 │동물 칼럼니스트, 동아닷컴 ‘저널로그’ kangsdogs 운영자

대기업이 개까지 팔아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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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견산업’ 일군 동네 펫숍 위협

애완동물 치료와 함께 애완동물 또는 용품, 사료 판매를 병행하는 동네 동물병원 2500여 곳의 영업에도 부정적 영향을 줄 것이다.

최근 이 문제 때문에 만난 애완동물 산업 종사자는 “동네 펫숍 운영자들은 대형마트의 애완동물 전문매장 개설을 심각한 생존 위협으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동네 펫숍은 규모가 매우 영세해 애당초 대형마트의 애완동물 전문매장과는 경쟁 자체가 되지 않는다. 만약 대형마트의 애완동물 전문매장이 전국 규모로 확대되면 대부분의 동네 펫숍은 문을 닫아야 할 것 같다”고 우려했다. “애완동물 판매업 같은 분야는 중소기업 적합 분야로 선정해 대기업 자본의 진출을 적정한 수준으로 규제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우리나라는 수천 년간 개를 먹는 문화를 갖고 있었다. 하루 세끼 때우기가 쉽지 않던 시절 우리 선조들에게 요긴하게 공급되던 동물성 단백질이 개고기였던 때가 있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우리나라에선 애견 혹은 반려견 문화가 정착하기 어려웠다. 지금 동네에서 작은 펫숍을 운영하는 상인들은 그런 식용견 문화가 뿌리 깊던 시절부터 정부의 어떠한 도움이나 지원 없이 척박한 자갈밭을 일궜다. ‘개장수’라고 무시받으면서도 애견산업을 성장시킨 개척자들이다. 그들의 노력으로 애견산업은 이제 연간 1조8000억 원 규모에 달하는 ‘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애견 판매업에 대기업이 등장한 것은 아이들이 놀고 있던 놀이터에 힘센 어른들이 등장해 아이들이 타던 시소와 그네를 점유하는 상황과 다를 바 없어 보인다. 따라서 대기업이 지금과 같은 추세로 애견산업 특히 애견 판매 사업에 진출한다면 기존 영세 펫숍의 붕괴는 시간문제일 뿐이다.

거창하게 사회적 이슈가 된 골목상권 보호나 경제민주화를 말하기에 앞서 대기업 스스로 해당 분야의 기존 영세 사업자를 배려하고 존중해주면 좋겠다. 건전한 자연 생태계처럼 거상(巨商)과 소상(小商)이 더불어 사는 것이 우리 사회가 건강하게 유지되기 위한 생존원칙이기 때문이다.

대기업의 사회적 책임

그렇다고 기존 영세 펫숍 사업자를 일방적으로 두둔하는 것은 아니다. 그들도 대기업의 펫숍 진출에 대해 불평만 하기보다 소비자의 신뢰를 회복하고 다양한 요구에 부응할 수 있는 경쟁력 강화 방안을 적극 모색해야 한다. 예방접종을 받지 않은 강아지를 판매하거나 위생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소비자에게 피해를 주는 업소가 적지 않았다.

대형마트의 펫숍 진출을 보며 동네 빵집과 커피숍 자리를 대체한 대기업 계열의 빵집과 커피숍의 이미지가 중첩된다. 물론 빵집, 커피숍과 펫숍이 다루는 대상 품목은 서로 다르다. 하지만 내 눈에 보이는 그 본질과 현상, 흐름은 같아 보인다. 대기업 펫숍 진출 현상은 우리 사회에서 대기업의 역할과 책임이 뭔지 다시 한 번 곱씹어보게 한다. 정말 대기업이 개까지 팔아야 하나.

이제 개를 키우는 분을 만나면 이렇게 물어봐야 할 것 같다. “당신의 개는 어느 마트에서 구입하셨나요?”자신이 키우는 개를 대형마트에서 공산품처럼 구입하는, 과거에는 상상하기 어려웠던 일이 아주 가까운 미래에 보편화할 것 같다.

신동아 2013년 6월 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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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원 │동물 칼럼니스트, 동아닷컴 ‘저널로그’ kangsdogs 운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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