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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행 대통령제 문제를 풀기 위한 제언

예비 대통령 3인 뽑아 순번제로 대통령직 수행하자

  • 신동련 | 前 파라과이 대사 shindongryun@gmail.com

예비 대통령 3인 뽑아 순번제로 대통령직 수행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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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의 대통령선거는 매번 진흙탕 싸움이 된다. 후보에 대한 검증 시간도 부족하고, 후보들의 대통령직 수행 훈련도 매우 부족하다. 국정의 연속성이 없는 한국 대통령제의 문제점을 해결하고 싶다면 트로이카 시스템을 검토해보자.
예비 대통령 3인 뽑아 순번제로 대통령직 수행하자

2012년 8월 21일 방한한 친치야 코스타리카 대통령과 만난 이명박 당시 대통령. 코스타리카는 현역 대통령 임기 절반이 지난 시점에서 각 당의 차기 대통령 후보를 선출한다.

자유민주주의 체제는 기본적으로 3권 분립을 택한다. 행정부를 누가 책임지는지에 따라 대통령중심제, 의원내각제, 이원집정제로 구분한다. 모든 제도는 단점을 가진다. 그중 정권 교체에 따른 연속성의 단절이 큰 문제가 된다.

우리나라는 5년마다 ‘진흙탕 싸움’을 거쳐 대통령 당선인을 만든다. 새로 취임한 대통령은 전 정부와 다르다는 것을 강하게 어필하며 국정을 장악해간다. 문민정부, 국민의정부, 참여정부 같은 구호가 이를 웅변한다. “우리는 이전 정권과 확실히 다릅니다”라고.

권력욕과 국가와 민족을 위하겠다는 의욕이 강한 대통령일수록 이전 정부와 단절하려는 욕구도 강하다. 그렇기 때문에 국가의 가치관까지 바꾸려는 시도를 한다. 분단된 한반도 상황에서는 대북정책의 일관성 유지가 기본인데, 어떤 지도자는 남북 문제를 풀어가는 능력을 발휘해보겠다는 유혹에 빠져 실수를 저지르기도 했다.

대통령은 그야말로 대업을 하는 자리다. 경험한 다음에는 오를 수 없기에, 노련한 정치인이라는 평가를 받는 사람도 그 자리에 가면 아마추어가 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새롭고 신선하다’는 이미지를 심어줘야 한다는 강박 때문에 과거 정권과는 ‘다르다’는 점을 강조하게 된다.

그로 인한 충격이 만만치 않기에, 새 인물을 선발해 안정적으로 국정을 펼치기까지는 보통 1년, 길면 2년여가 걸린다. 충격이 강한 만큼 새 정부에 대한 저항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청문회는 조각 멤버들의 능력을 검증하는 게 아니라, 비리를 들춰 새 정부의 안정된 출범을 늦춘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표현했듯이 ‘대못’이 초장부터 굳게 박혀버리는 것이다.

대통령과 국회의원의 임기가 다르다는 것도 문제다. 국회에 안착한 일부 정치인들은 정국의 주도권을 잡으려 신임 대통령과 심하게 불화한다. 대통령선거에서 패한 정당은 지속적으로 신임 대통령을 비판해, 새 정부의 안정된 출범을 방해한다.

의사유고(擬似有故) 대비책

이러한 저항을 뚫고 대통령직 수행에 익숙해지면 레임덕이 찾아온다. 대통령 임기와 국회의원 임기가 다르게 돌아가니, 다음 총선에서 대통령 덕을 볼 수 없다고 판단되면, 여당 의원들도 대통령을 도와주지 않는다. 이 악순환이 5년마다 반복된다. 이러한 체제에서는 어떤 이가 대통령이 돼도 그 능력의 10분의 1도 발휘하지 못한다.

이 문제는 대통령제를 채택한 국가들이 공통으로 당면하는 것이다. 그런 까닭에 나름의 보강 기재를 작동한다. 미국은 4년 연임의 대통령제를 채택해 국정 단절을 피해간다. 대통령선거인단을 통한 간접선거를 채택함으로써 단순한 선량(選良)이 아닌, 선량(善良)을 대통령으로 뽑는다. 대통령제를 택한 민주주의의 본산인 미국이 간선으로 대통령을 뽑는다는 것은 주목할 만한 대목이다.

양원제를 채택한 미국은 임기 6년의 상원의원을 2년마다 3분의 1씩 교체한다. 상원의장은 부통령이 겸하게 함으로써 의회와 대통령이 하나가 돼 국정의 안정과 연속성을 꾀한다. 미국이 직면할 수 있는 최고의 위기는 핵무기 사용을 결정할 때다. 이 중요한 문제를 결정하는 데 신중에 신중을 기하기 위해, 미국은 대통령을 포함하는 몇 명이 비밀코드를 나누어 갖게 했다.

그럼에도 워터게이트 사건은 대통령 연임제가 야기한 맹점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레이건 대통령이 집권 후반기 총격(銃擊)을 받아 ‘의사유고(疑似有故)’에 빠졌던 것도 1인 대통령제의 취약성을 일깨워준다. 그때 레이건 대통령이 사망했다면 미국은 부통령으로 하여금 바로 대통령직을 수행케 했을 것이다. 그런데 레이건은 죽지 않았다.

하지만 총격 피습의 후유증 때문에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살아 있지만 유고를 당한 것과 같은 상황이 된 것인데, 이러한 ‘의사유고(擬似有故)’ 때 미국의 대권은 누가 행사해야 하는지에 대한 대비가 없었다.

어느 나라 헌법에도 대통령이 ‘의사유고’에 빠졌을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규정돼 있지 않은데, 이는 현행 민주주의의 큰 허점이 아닐 수 없다.

옐친 러시아 대통령은 술을 좋아해 알코올 중독자란 소리를 들었다. 1994년 그는 아일랜드 총리와 정상회담을 하기 위해 아일랜드 공항에 도착했으나, 정신적인 문제가 발생해 전용기에서 내리지 못하고 1시간 뒤 러시아로 돌아갔다. 이처럼 최고 지도자가 의사유고에 빠지는 것은 있을 수 있는 일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회고록에서 재임 중 폐결핵이 재발해 남모르게 치료했다고 밝혀놓았다. 이는 대한민국도 ‘의사유고’에 빠질 수 있음을 얘기한다. 현대사회에서 정신질환이 늘고 있다는 점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대통령이 정신질환에 걸리면 그야말로 의사유고가 된다. 우리 헌법은 그런 상황에 대한 대비가 전혀 없다.

남미의 코스타리카는 4년 단임의 대통령제를 시행하는데, 세계에서 가장 민주적인 국가라고 평가받는다. 정권교체로 인한 국정의 연속성 단절을 잘 막아내고 있기 때문이다. 코스타리카의 공식적인 대통령선거 운동기간은 4개월이다. 하지만 정당들은 대통령선거 2년 전에 대통령후보를 선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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