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신동아 로고

통합검색 전체메뉴열기

기자의 눈

최초 우주인 미션 완수 언제까지 ‘전도사’하라고…

‘먹튀’ 논란 우주인 이소연을 위한 변명

  • 강지남 기자 │layra@donga.com

최초 우주인 미션 완수 언제까지 ‘전도사’하라고…

1/2
  • ● 미국 유학, 결혼, 항우연 사표로 비난
  • ● 이소연 ‘덕분’에 쏘아 올린 국산 추적우주망원경
  • ● 제2의 한국 우주인 나오기 힘든 환경
  • ● 이소연 “우주 개척에 나선 사람들 응원하고 싶다”
최초 우주인 미션 완수 언제까지 ‘전도사’하라고…
“영국 기자가 ‘어떤 콘셉트의 우주인이 될 거냐’고 물은 적 있어요. 그때 ‘woman next door, 이웃집 여자’라고 대답했어요. 열심히 노력하면 꿈을 이룰 수 있다는 걸 가까이에서 보여주는 것. 그게 한국 우주인의 미션 아닐까요.”(‘주간동아’ 600호 커버스토리에서)

기자는 2007년 8월, 그러니까 한국 최초 우주인 후보가 이소연 씨와 고산 씨로 압축돼 다음달 프라이머리(正) 우주인 선정을 앞두고 있을 때 두 사람을 인터뷰한 적이 있다. 각종 훈련과 면밀한 평가, 대중의 관심까지 예민하게 느낄 상황에서도 이씨는 쾌활하고 당차 보였다. 그는 “지구로 귀환하지 못할 수 있다는 생각은 별로 안 해봤다. 새로운 일을 경험하고, 모르는 세계를 알게 되는 데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게 말했다.

7년이 지났다. 그 사이 이씨는 최초의 한국 우주인으로 선정돼 무사히 우주를 다녀왔고,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았으며, 각종 행사와 강연에 초청돼 전국을 돌아다니다 미국으로 유학을 떠나 거기서 평생의 반려자를 만나 결혼했다. 그리고 지난 7월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에 사표를 냈다. 2012년 여름 미국 UC버클리대 경영학석사(MBA) 과정을 밟으러 떠났을 때부터 일었던 ‘먹튀 논란’은 항우연에 낸 사표가 수리됐을 때 정점을 찍었다. ‘여자라고 특혜를 줬는데 결혼하더니 역시나 입을 씻었다’ ‘그의 항우연 퇴사로 260억 원짜리 프로젝트가 아무 소득 없이 막을 내리게 됐다’ 같은 말이 나왔다.

이씨는 나랏돈으로 ‘우주관광’이나 하고 온 걸까. 그가 항우연을 퇴사함으로써 한국인 최초의 우주 경험과 그 성과는 싹 사라져버리는 건가. 이씨가 지금도 항우연에 남았다면 어떤 일을 맡고 있을까.

“내가 점점 비어가는 느낌”

2005년 말부터 본격 시동이 걸린 한국 우주인 배출 사업의 목적은 크게 두 가지였다. 첫째, 한국 최초 우주인 배출을 통해 유인 우주기술을 습득한다. 둘째, 우주 개발에 대한 국민, 특히 청소년의 관심과 이해를 제고한다. 모두가 들떠 놓쳤지만, 우주에 다녀온 이후에 관한 계획은 애초부터 없었다.

2008년 4월 8일 지구를 떠나 19일 무사 귀환한 이씨는 5월 14일 청와대 방문을 시작으로 두 번째 사업 목적인 ‘우주개발에 대한 국민 관심 제고’를 위한 대외 활동을 시작했다. 그는 2012년 5월 말까지 4년 1개월 동안 강연 235회, 행사 90회, 언론 접촉 203회 등 총 528회의 대외활동을 했다. 일주일에 두세 건의 대외활동을 한 셈인데, 일정이 특정 기간에 몰려 있는 때가 많아 고충이 컸을 것으로 짐작된다.

항우연이 홍의락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에게 제출한 일별 활동 자료를 보면, 이씨는 2008년 6월 25일 하루 동안 KBS 도전골든벨 출연→SBS 직원 대상 강연→생명과학포럼 강연→과학영재 대상 강연→인천시 방문 순으로 5개 일정을 소화했다. 같은 해 7월 28일부터 8월 2일까지 6일 동안은 9개 일정이 잡혀 제주 충남 경기 광주 대전 등 전국을 돌았다. 우주에 다녀온 지 1년이 지난 2009년 하반기에도 이런 강행군이 여러 번 있었다. 이씨는 잦은 대외활동에 따른 어려움을 언론 인터뷰에서 솔직하게 털어놓기도 했다.

“요즘 다시 전공 공부나 우주 연구에 주력하고 있나요?”

“아뇨. 벌써 6개월째 강연과 행사에 참석하고 있어요. 내가 점점 비어가는 느낌이에요. 솔직히 내실 없는 허상으로 소모되는 게 안타까운 심정도 있죠. 경험을 공유하는 것까지는 좋은데 내년에 먹을 씨앗까지 먹어버리면 씨를 다시 뿌려야 할 때 종자가 없잖아요. 지금 나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은 내가 종자를 남기든 말든 관심이 없죠. 내 스스로 좋은 종자와 좋은 열매를 만들어야 하는 숙제가 있어요.”

-중앙일보 2009년 1월 9일자 ‘시골의사 박경철의 직격인터뷰, 한국 최초 우주인 이소연’ 중에서

우주인 실험의 성과들

이씨는 항우연 연구원으로 재직하며 30여 편의 우주 관련 논문을 발표했고, 몇 건의 우주실험 관련 항우연 연구과제에 참여했다. 우주 공간에서 각종 실험을 한 경험을 바탕으로 우주실험장비 개발을 도왔고, 공군과 협력해 520쪽 분량의 우주인 훈련 매뉴얼도 개발했다. 우주인으로서의 지식과 경험을 논문과 연구과제 등을 통해 정리한 것이다.

하지만 이씨는 여기서 더 나아갈 길을 찾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그도 그럴 것이 우주인 관련 프로젝트가 더는 없기 때문이다. 정부가 지난해 11월 발표한 ‘우주개발중장기계획’에 우주인 관련 언급은 딱 한 줄만 나올 뿐이다. 물론 구체적인 일정도, 내용도 없다.

1/2
이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목록 닫기

최초 우주인 미션 완수 언제까지 ‘전도사’하라고…

댓글 창 닫기

2017/06Opinion Leader Magazine

오피니언 리더 매거진 표지

오피니언 리더를 위한
시사월간지. 분석, 정보,
교양, 재미의 보물창고

목차보기구독신청

지면보기 서비스는 유료 서비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