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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참치·햄 등 캔 통조림은 전쟁의 산물

양철, 알루미늄, 레토르트…저장식품 용기 발전史

  • | 강양구 지식큐레이터 imtyio@gmail.com

참치·햄 등 캔 통조림은 전쟁의 산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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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미 군대가 주목한 ‘스팸’

가볍고 휴대가 간편하며 조리할 필요가 없는 통조림 음식은 세계대전 당시 전장에서 큰 환영을 받았다. [pixabay]

가볍고 휴대가 간편하며 조리할 필요가 없는 통조림 음식은 세계대전 당시 전장에서 큰 환영을 받았다. [pixabay]

사람들은 잘게 썬 고기보다 크고 넓적한 것을 좋아했다. 이 분홍색 반죽을 양철통에 넣고 통조림을 만들어 먹어봤더니 햄 비슷한 맛이 나고 조리할 때 크기도 컸다. 호멜은 고기 색깔이 까맣게 변하지 않도록 아질산나트륨을 첨가했다. 몇 년간 보관해도 썩지 않은 이 독특한 햄의 이름은 ‘스파이스드 햄(Spiced Ham)’이었다. 

처음에 이 새로운 햄은 인기가 없었다. 사람들은 양철통에서 꺼낸 ‘고기인 듯 고기 아닌 고기 같은’ 햄을 의심했다. 이름을 스파이스드 햄을 줄여서 ‘스팸’으로 바꾸고 이런저런 마케팅을 시도해도 반응은 뜨뜻미지근했다. 그러다 제2차 세계대전이 터졌다. 미국은 일본의 진주만 폭격(1941년 12월 7일)을 계기로 이 전쟁에 뛰어들었다.

제1차 세계대전 때 서부전선의 참상을 지켜봤던 호멜은 참전을 반대하는 반전주의자였다. 하지만 일개 정육업자가 전쟁을 막을 수는 없었다. 그리고 이 전쟁은 그의 회사와 스팸에 날개를 달아주었다. 호멜은 미국이 참전하기 전부터 영국군에 고기를 공급하기 시작했는데, 군대가 주목한 전투 식량용 고기가 바로 스팸이었다. 

스팸의 장점은 한둘이 아니었다. 가벼워서 휴대가 쉬웠다. 통조림이니 상할 염려가 없었다. 군인은 굳이 조리하지 않고도 단백질을 공급받을 수 있었다. 이 모든 장점을 압도하는 한 가지 장점이 또 있었다. 값이 쌌다! 언제나 군대는 싼 걸 좋아하고, 애초 안 팔리는 부위(돼지 어깨 살)가 원료인 스팸은 그 조건을 딱 만족시켰다. 

1939년부터 1944년까지 스팸 생산량의 90%가 군대로 향했다. 이 기간에 약 1억1300만 개의 스팸이 군인과 함께 전쟁터를 누볐다. 그럼 전쟁이 끝나고 나서는 어땠을까. 군대에서 스팸을 지겹도록 먹은 다수의 군인은 전쟁이 끝나고도 이 통조림 고기를 끊지 못했다. 하와이와 태평양의 섬 등 미군이 주둔하던 곳에서 스팸은 일반인도 찾는 통조림이 되었다. 

이제 스팸은 세계 100개국 이상에서 구할 수 있는 통조림 음식의 대명사다. ‘스팸 초밥(스팸을 얹고 김을 두른 초밥)’부터 부대찌개까지 스팸을 이용한 지역 맞춤 요리도 곳곳에서 등장했다. 한국에서도 스팸은 뒤늦게 등장한 참치와 함께 통조림의 대명사가 되었다. 명절 전날이면 버스나 지하철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스팸 선물 상자를 보라! 

사실 스팸은 건강에 좋지 않다. 스팸 작은 통에 성인 한 명이 하루에 섭취해야 할 지방과 나트륨 총 권장량의 3분의 1이 들어 있다. 스팸을 많이 먹으면 혈압이 높아지고 비만 위험도 커진다. 심지어 미군이 주둔했던 태평양 섬나라의 비만도가 세계 평균보다 높은 이유를 스팸에서 찾는 시각도 있다. 안타깝게도 군대는 열량만 신경을 썼지 건강은 안중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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