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주에선 전기차도 다른 지역보다 일찍 ‘개화’했다. 전기차 등록대수가 서울(1316대)보다 많은 2368대에 달하고, 급속 충전 시설도 49곳으로 전국에서 가장 많다. GS리테일이 자사의 편의점과 슈퍼마켓에도 충전시설을 갖추겠다고 밝힌 마당이라 여건은 더 좋아질 듯하다.
국제 전기차 박람회에선 현대차 아이오닉 일렉트릭(IONIQ electric), BMW i3, 기아차 쏘울, 닛산 리프, 르노삼성 SM3, 파워프라자 라보피스 등이 출품돼 전시와 시승행사를 함께 진행했다. 제주도는 올해 국내 전기차 보급물량 8000대의 절반인 3986대를 보급할 계획인데, 4월 초까지 1527건의 공모를 받았다.
“시동 걸린 게 맞나요?”

전면 그릴이 막혀 있어 우주선 앞머리 같다. 전면부 좌우측에 와류현상을 없애기 위해 구멍이 뚫려 있다.
중문관광단지 국제컨벤션센터에서 아이오닉 일렉트릭을 시승하기로 했다. 이성호 현대차 과장의 안내를 받아 예약 시승차의 스마트키를 받아들자 복잡한 감정이 밀려들었다. 평소 ‘친환경주의자’를 자처하면서도 일상생활은 친환경과 거리가 있었다. 1995년 지인에게서 중고차를 물려받은 이후 ‘건강한 BMW(자전거·지하철·걷기, Bicycle·Metro·Walk)’ 대신 안락한 자가 운전을 선호했으니 스스로 내세운 철학을 정면으로 거스른 셈이다. 지구의 미래를 위협하는 기후변화의 주범 중 하나가 인간이 배출한 온실가스임을 알면서도 온실가스를 펑펑 내뿜는 자가용을 버리지 못했다. 그러니 ‘배기가스 제로’ 자동차에 잠깐이나마 몸을 맡기는 건 개인적으로 꽤나 인상적인 설렘의 순간이었다.
아이오닉 일렉트릭의 외양은 자그마하니 귀엽다고 할까. 준중형 아반떼 크기 정도의 콤팩트카 느낌이었다. 전기차는 전면 그릴이 독특하다. 그곳이 깔끔하게 막혀 있다. 우주선 앞쪽 같기도 하다. 내연기관 자동차는 공기를 받아들여 공랭식으로 엔진을 식히기 위해 그릴이 뚫려 있다. 전기차는 그럴 필요가 없는 데다 공기저항도 줄일 수 있어 앞부분을 막았다.
그 아래쪽으로 모터가 열을 받는 정도에 따라 자동 조절되는 액티브 에어플랩이 장착돼 있다. 차체 바닥이 균일하지 않으면 공기 흐름이 큰 저항을 갖게 되는데, 아이오닉 일렉트릭은 언더커버를 씌워 이를 최소화했다. 또한 달리는 차와 부딪친 공기가 꼬이면서 발생하는 와류현상을 막기 위해 에어커튼을 정면 양쪽 가장자리에 달았다. 막혀 있는 듯하지만 자세히 보면 작은 구멍들이 송송 뚫려 있다.
이성호 과장은 “아이오닉 일렉트릭의 외관 디자인은 공기역학 성능에 최적화한 실루엣, 공기 흐름을 형상화한 콘셉트를 바탕으로 디자인됐다”며 “그 결과 공기저항계수가 세계 최고 수준인 0.24CD(Co-efficient Drag)를 실현해 주행거리를 늘릴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시승 구간은 왕복 4km. 시승 신청자가 워낙 많아 당일 신청한 경우 4시간 이상 기다려야 했다. 스타트 버튼을 누르자 엔진 소리는 들리지 않고 ‘띵띵…’ 하는 소리만 난다. 어이쿠, 안전벨트 경고음이었다.
“그런데 이거, 지금 시동이 걸린 건가요?”
계기판에 불이 다 들어왔고 액셀러레이터도 밟았는데 소음이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차가 너무 조용하다 보니 주변 보행자가 이를 의식하지 못할 수 있어 녹음된 엔진음 재생장치를 차량 외부에 장착하도록 규정할 정도다. 그래도 내부는 정말 조용해 음악을 감상하기에 더 없이 좋은 환경이다.
‘꿈의 연비’

후방 유리를 상하로 분리한 것은 공기역학을 고려한 것으로, 익숙해지면 큰 문제는 없을 듯하다. 시트의 퀼트 장식이 인상적이다.

계기판엔 주행 상황에 따라 파워, 에코, 차지 등이 표시된다. 현재 남은 배터리 용량으로 140km를 갈 수 있다고 표시돼 있다.

‘드라이버 온리’ 버튼을 누르면 운전석만 부분적으로 냉난방을 할 수 있어 에너지 소모를 줄일 수 있다.

내비게이션 디스플레이에 나타난 전기충전소 위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