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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의 최적점을 겨낭하라

손에 잡히는 창의성

  • 박영택 | 성균관대 시스템경영공학과 교수

혁신의 최적점을 겨낭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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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판 연결 바리케이드

혁신의 최적점을 겨낭하라

바리케이드 문제의 해결책

다음으로 ‘질적 변화의 조건’에 대해 설명하겠습니다. 앞서 설명한 기술적 모순으로 설명해보죠. 기술적 모순은 어느 하나의 특성을 좋게 하면 다른 특성이 나빠지는 거죠. 그래서 우리가 전통적으로 최적 절충점, 최적 타협점을 찾았는데, 질적 변화의 조건이란 어느 하나가 좋아지면 다른 하나가 나빠진다는 그런 상황을 완전히 깨뜨릴 때입니다. 그 해결책이 질적으로 한 단계 변화한 조건이라는 겁니다.  

SIT(Systematic Inventive Thinking)를 창안한 로니 호로위츠 박사는 저서에서 질적 변화의 조건을 설명하기 위해 바리케이드를 예로 들었어요. 자, 시위 하러 나온 군중이 허용된 구역 안에서 질서 있게 자기 의견을 표명할 수 있도록 바리케이드를 설치하면 문제가 생겨요. 시위 군중이 바리케이드를 밀면 미는 힘에 의해 바리케이드가 무너지죠. 그래서 ‘시위 군중이 늘어나도 바리케이드가 무너지지 않도록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하는 문제가 발생합니다.

이 문제를 기술적인 모순으로 설명하면, 문제를 악화시키는 요인은 ‘시위 군중의 수’입니다. 시위하러 나온 사람이 몇 명 안 될 때는 바리케이드를 밀어도 문제가 없는데, 시위 군중이 많아지면 바리케이드가 넘어지죠. 근원적인 해결 방법이 있을까요? 바리케이드를 2중으로 친다? 땅속 깊이 박는다? 그러면 비용, 시간, 노력이 많이 들어가죠. 그런 방법 말고는 군중의 수가 늘더라도 바리케이드가 쓰러지지 않게 할 방법이 없을까요? 굉장히 어려운 문제죠.

호로위츠 박사는 어떤 아이디어를 내놓았을까요. 간단하게 그림으로 그려봤는데, 바리케이드가 발판에 연결되도록 만드는 겁니다. 시위 군중의 수가 늘면 바리케이드의 발판을 밟고 있는 사람도 늘게 됩니다. 시위 군중의 수가 늘어나면 미는 힘도 늘어나지만, 발판을 지지하는 힘도 따라서 늘어날 테니 바리케이드가 넘어질 가능성은 더 커지지 않고 일정한 상태를 유지하죠. 모순을 근원적으로 해결했죠.



눈 쌓이는 안테나

혁신의 최적점을 겨낭하라

안테나 문제의 해결책

이런 상황, 즉 우리가 골치 아프게 여기던 기술적인 문제를 근원적으로 해결했을 때 ‘질적 변화가 충족됐다’라고 말합니다. 이렇게도 못하고 저렇게도 못하는 딜레마가 근원적으로 해결된다면 Innovation Sweet Spot의 관점에서 그러한 해결책은 현실 문제에서 너무 멀어지게 할까요, 너무 가까워지게 할까요. 현실 문제에서 너무 가까운 사소한 해결책은 아니죠. 모순을 근원적으로 해결했으니 해결책이 현실 문제에 너무 가까워지는 걸 방지하죠. 밀어내는 거죠, 바깥으로.

다시 말해 ‘닫힌 세계의 조건(CW Condition)’은 해결책이 현실 문제와 너무 멀어지는 것을 억제하고, ‘질적 변화의 조건(QC Condition)’은 해결책이 현실 문제와 너무 가까워지는 걸 방지하고 바깥으로 밀어내는 역할을 하죠. 그래서 이 두 가지 조건이 충족되면 해결책이 혁신의 적당한 위치(Innovation Sweet Spot)에 오는 겁니다.

두 가지 조건이 모두 충족된 예를 하나 소개하겠습니다. 유럽의 어느 나라에서 군용 안테나를 납품하라는 입찰 공고를 냈는데, 조건이 뭐냐면 소수 인원이 이 안테나를 들고 적진에 잠입할 수 있어야 한다는 거예요. 그런데 한두 사람이 들고 갈 만큼 가벼워야지, 여러 사람이 들고 들어가면 발각될 가능성이 높잖아요. 또한 적진에 들어가 꽂아놓고 나오면 유지·보수할 필요가 없어야 돼요. 사람이 그거 고치러 들어갔다가 발각될 수 있으니까. 그리고 대량으로 납품받아야 되니까 가격이 싸야 해요. 이런 조건으로 군용 안테나를 납품할 업체를 모집했습니다.  

그런데 유럽 산악지역의 일교차가 심하잖아요. 추운 날 밤 눈보라가 치면 눈이 안테나의 수신부에 쌓여 얼음이 되고 그 위에 눈이 오면 얼음이 점점 커집니다. 그렇게 수신부가 무거워지면 안테나가 부러집니다. 자, 이게 기술적인 모순이에요. 안테나 기둥이 안 부러지려면 굵게 만들거나 여러 개로 만들어야 하는데, 그러면 기둥이 무거워져서 한두 사람이 들고 갈 수가 없잖아요. 그렇다고 강도가 뛰어난 신소재를 쓰면 가격이 높아져 현실적으로 수용하기 힘들게 됩니다.

공모에 낙찰된 업체의 아이디어는 이랬습니다. 안테나 기둥에 요철을 만들어 눈이 오면 안테나 수신부에만 눈이 쌓이는 게 아니라 기둥에도 눈이 잘 달라붙도록 만들었어요. 수신부에 눈이 쌓여 얼음이 맺히면 안테나 기둥에도 눈이 쌓여 얼음이 맺혀요. 안테나 위가 무거워지면 기둥도 얼음에 둘러싸여 굵어지니까 튼튼해지죠.

재미있는 건, 수신부의 얼음이 녹으면 기둥에 있는 얼음도 녹는다는 거예요. 문제점을 유발하는 게 수신부에 생성되는 얼음인데, 해결책은 기둥에도 얼음이 생기도록 하는 것이죠. 문제가 발생하면, 즉 수신부에 얼음이 생기면 해결책이 작동해요. 기둥에도 얼음이 생기는 거죠. 날씨가 따뜻해 얼음이 쌓이지 않으면 기둥에도 얼음이 필요 없죠. 문제점을 해결책으로 이용할 뿐만 아니라, 필요할 때만 해결책이 나타나고 필요하지 않을 때는 없어지는 아주 이상적인 해결책입니다.



이렇게 쉬운 걸 왜 몰랐지?

이 해결책을 듣고 나면 많은 사람이 “어! 이렇게 쉬운 거를 나는 왜 생각 못했지?”라는 반응을 보입니다. 알고 보면 너무 쉬운데 생각해내려니까 너무 어려운 거예요. 그런데 혁신적인 해결책이 되기 위한 두 가지 조건, ‘닫힌 세계의 조건’과 ‘질적 변화의 조건’이 충족되는지를 보세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외부에서 어떤 새로운 자원을 가져오지 않았죠? 있는 상황을 그대로 이용했을 뿐 뭔가 새로운 것을 집어넣은 게 없으니 ‘닫힌 세계의 조건’이 충족되죠. 또한 안테나 수신부에 얼음이 많이 생겨도 안테나 기둥이 부러질 가능성이 더 커지지 않죠. 기둥을 둘러싼 얼음 기둥도 커지니까요. 질적 변화가 일어난 겁니다.

자, 이 두 가지 조건이 적용된다면 얼마나 효과적인 해결책입니까. 그야말로 혁신적인 해결책, Innovation Sweet Spot 안에 들어 있는 해결책이죠. 이런 이야기를 듣고 보면 그런 해결책을 찾을 수 있는 능력을 기르는 방법이 없을까 하는 궁금증이 생기죠? 그래서 Systematic Inventive Thinking에서는 이러한 발명적인 해결책을 내는 데 도움이 되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했어요. 이를 ‘SIT의 5가지 사고도구’라고 합니다.

첫째, 뭔가를 더해서 해결하지 말고 가능하다면 있는 것 중에서 뭔가를 빼내서 해결하라는 겁니다. 그야말로 ‘닫힌 세계의 조건’을 강력하게 적용하는 거죠. 둘째, 하나의 요소가 2개 이상의 기능을 감당하도록 Task Unification(용도 통합)을 해보라는 겁니다. 셋째는 복제를 이용하라, 넷째는 분할을 이용하라, 다섯째는 속성 의존성을 이용하라는 겁니다.

박 영 택


혁신의 최적점을 겨낭하라
● 1956년 대구 출생
● KAIST 박사(산업공학)
● 現 성균관대 시스템경영공 학과·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 한국품질경영학회 회장, 중국 칭화대 경제관리대학 객원교수
● 저서 : ‘박영택 창의발상론’ ‘박영택 품질경영론’





신동아 2016년 9월 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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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택 | 성균관대 시스템경영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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