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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드론으로 볍씨 ‘살포’ 모판, 모내기 필요 없어

‘철분코팅 볍씨’ 개발한 박광호 한국농수산대 교수

  • 이혜민 기자 | behappy@donga.com

드론으로 볍씨 ‘살포’ 모판, 모내기 필요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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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인건비 줄이고, 병충해 막고
  • ● ‘복토 멀티시더’ 北 보급, 생산성 높여
  • ● “차세대 농업은 ‘저생산비+유기농’ 투트랙”
드론으로 볍씨 ‘살포’ 모판, 모내기 필요 없어

[이상윤 기자]

올 가을이면 드론(무인항공기)으로 뿌린 ‘철분코팅 볍씨’가 알곡을 맺는다. 국내 최초다. 충남 아산시는 지난 5월 한국농수산대학(이하 한농대)과 아산시 배방읍 3ha(1만여 평) 논에 철분코팅 볍씨 120~150kg을 물에 담아 드론으로 뿌렸다. 볍씨는 물 없는 논바닥에 낚싯바늘처럼 콕콕 박혔다. 전문용어로는 ‘담수산파’. 씨앗을 못자리에 키우지 않고 직접 논밭에 심는 직파법(直播法)의 하나로, 생산비가 20% 절감되는 ‘스마트 농법’이다.

새카맣고 딱딱한 볍씨

철분코팅 볍씨의 정체가 궁금해 개발자 박광호(59) 한농대 식량작물학과 교수를 만나러 갔다. 전주역에서 차로 20, 30분을 달려 도착한 한농대는 너른 벌판 위에 덩그러니 솟은 건물 몇 동이 전부인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명실상부한 ‘농수산업 사관학교’다. 정부가 ‘전문 농수산업경영인 육성’을 위해 운영하는 3년제 국립전문대로 학비와 기숙사비를 전액 지원하는 데다 졸업 후 6년(재학기간 포함 총 9년) 동안 농업 분야에 근무하면 군복무 면제 혜택을 준다. 2016학년도 입학 경쟁률은 5.2대 1. 졸업생의 농어촌 정착률은 85%다.

교육관 A동 연구실에서 박 교수를 만났다. “개발 과정에 대해 듣고 싶다”고 하자 박 교수가 “실물부터 보자”며 앞장선다. 5분 남짓 걸었을까. 들판 같은 ‘실습교육장’(0.3ha, 1000여 평)에 도착했다. 두 가지 방법으로 심어진 철분코팅 볍씨의 성과가 눈앞에 보인다. “규격화해서 심은 것(일정한 간격으로 볍씨를 직접 심은 무논점파)보다 씨를 막 뿌린 경우(드론이나 미스트기로 씨를 뿌리는 담수산파)가 수확량이 11.6% 많다”고 한다. 알곡의 크기 등 외양은 양쪽 다 비슷하다.

‘실습동’에서 코팅볍씨 실물을 봤다. 새카맣고 딱딱했다. 볍씨, 철가루, 소석고를 코팅기(음식점의 대형 찜통만한 크기)에 넣어 5분여 동안 돌린 뒤 꺼내 3일간 건조하면 소석고에서 나온 열로 철과 볍씨가 붙는다.

“일반 볍씨는 가볍기 때문에 공중에서 드론으로 뿌리면 다 날아갑니다. 새가 잘 먹기도 하고요. 그래서 농가에서는 볍씨를 바로 논에 심지 않고 모판에서 키운 뒤 기계로 옮겨 심죠(이앙법). 하지만 철분코팅 볍씨는 무거워요. 드론으로 뿌려도 논바닥에 자리를 잘 잡습니다. 새가 먹지도 못하고요.

게다가 철은 금속 이온으로 항균·소독 기능이 있어 키다리병, 유묘병, 종자썩음병 같은 병충해도 막습니다. 철은 제철소 부산물을 이용하는데, 300평(991㎡)에 심을 철분코팅 볍씨를 만들려면 철분, 소석고 재료비가 2200원 듭니다. 철분코팅 볍씨 덕분에 드론 농법이 가능해진 겁니다. 혁신적이죠.”

연구실로 돌아와 문답을 이어갔다. 박 교수의 책상에 만화책들이 놓여 있었다.

▼ 쌀과 관련된 만화책들 같습니다만….

“이 책은 박사 55명이 함께 쓴 ‘우리 몸을 지켜주는 식량작물 이야기 50’입니다. 벼를 ‘쌀나무’라고 할 만큼 쌀에 대해 모르는 아이가 많잖아요. 자연과학의 원리를 쉽게 알려주려고 썼습니다. 그리고 이 책은 교육만화를 많이 만든 이범기 화백이 그림을 그리고 제가 글을 더한 ‘재미있는 쌀의 신비’입니다.”

농민 발걸음 소리 88번

▼ ‘쌀 제대로 알리기’에 관심이 많은가 봅니다.

“우리가 밥 세끼를 먹으면서도 쌀을 누가 어디에서 키우는지, 어떻게 유통되는지 몰라요. 쌀이 얼마나 좋은 것인지도 잘 모르죠. 밀가루엔 글루텐과 콜레스테롤이 들어 있어요. 하지만 쌀은 글루텐, 지방, 콜레스테롤, 나트륨, GMO(유전자 변형 농산물) 5가지가 없는 완전식품입니다. 며칠 전 일본에 다녀왔는데 ‘쌀로 만든 파스타’는 잘 안 팔리는데, 표현만 바꿔 ‘글루텐 프리(free) 파스타’라고 하니까 엄청 잘 팔린다는군요.”

▼ 쌀과의 인연은 언제부터 시작됐습니까.  

“대구 팔공산 기슭(경북 군위군 우보면 선곡리)에서 7남매 중 다섯째로 자라나 어릴 때부터 농사일을 거들었습니다. 방과 후, 주말, 방학이면 잡초도 뽑고, 벼도 베고, 탈곡도 하고, 보리 타작하고…. 하도 힘들어서 하루빨리 그곳을 탈출하고 싶었습니다. 쌀은 농민의 발걸음 소리를 88번 들어야 내 입에 들어온다는 말이 있죠. 농민들이 그만큼 힘들다는 겁니다.”

▼ 논농사를 직접 지어보지 않아서….

“어이구, 그걸 말로 다 어떻게 해요. 봄부터 논 갈고. 써레질(모내기 전 갈아놓은 논에 물을 대고 흙덩어리를 부수며 논바닥을 편평하게 고르는 작업)하고, 물에 볍씨 담가 불리고. 못자리(볍씨를 뿌려 모를 기르는 곳) 만들어 한 달 키우고…. 친인척들이 그걸 한 줌씩 가지고 논에 한 줄로 쭉 서서 모내기를 했어요. 그때는 농약이 없어서 잡초도 손으로 다 뽑았죠. 모내기 한 번 하고 나면 몸살이 납니다. 새벽 5시에 일어나 자정이 되도록 일했죠.

쌀농사가 얼마나 힘든지 아는 터라, 쉬운 방법을 찾고 싶어 필리핀 마닐라 국제미작연구소(IRRI)에 갔습니다. 쌀과 관련된 지식을 쌓고 기술을 개발해 보급하기 위해 1960년 설립된 곳입니다. 1970년대 우리나라의 ‘통일벼’를 육성, 개발해 종자 증식을 한 연구소로 유명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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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민 기자 | behapp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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