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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드론으로 볍씨 ‘살포’ 모판, 모내기 필요 없어

‘철분코팅 볍씨’ 개발한 박광호 한국농수산대 교수

  • 이혜민 기자 | behappy@donga.com

드론으로 볍씨 ‘살포’ 모판, 모내기 필요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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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포를 살리자”  

드론으로 볍씨 ‘살포’ 모판, 모내기 필요 없어

▲ 철분코팅 볍씨 모형. ▼ 철분코팅 콩과 일반 콩.[이상윤 기자] 드론으로 뿌린 철분코팅 볍씨가 올가을 국내 최초로 알곡을 맺는다. [이상윤 기자] [이상윤 기자]

▼ 생생한 경험을 바탕으로 전공을 선택했군요.

“꼭 그렇지만은 않아요. 아버지가 ‘형편상 대학을 보낼 수 없으니 실업계 고등학교에 가라’며 대구농고로 보내셨습니다. 아들들 전공은 달라야 한다고 형님들은 상고, 공고를 보내셨고요. 농고에 가면 농협에 취직하기 수월하다기에 간 거죠. 근데 고등학교 담임선생님이 대학 진학을 권유해 충북대 농학과에 들어갔고, 교수님이 ‘취직하지 말고 저명한 지도교수가 있는 대학원에 가라’고 조언해 경북대 대학원 농학과에 진학했습니다. ‘농사는 풀과의 싸움’이라는 생각에 잡초 방제 전문가 김길웅 교수님 밑에서 석사를 마치곤 1988년 국제미작연구소 박사과정 장학생으로 갔죠. 그때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 어떤?

“표지판을 보니 이 연구소가 록펠러재단과 포드재단 지원으로 설립됐대요. ‘석유와 자동차로 부를 쌓은 사람들이 70만 평(231만㎡)에 달하는 농업계 실리콘밸리를 만들었는데, 나도 뭔가 한 우물을 파서 기아에 시달리는 아프리카 사람들을 도와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 벼 파종기 ‘복토 멀티시더’를 개발하고, 북한에 이를 보급한 공로로 2011년 대산농촌문화상을 받았으니 아프리카보다 북한을 먼저 도운 거네요.


“2005년 2월 한민족복지재단에서 찾아왔습니다. 10년간 한국의 의료기자재를 북에 보냈는데도 북한 주민들의 건강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면서 식량 문제 해결이 가장 시급하다더군요. 처음에는 거절했어요. 사회에 공헌하고 싶은 마음은 있었지만, 한국이 북한에 퍼주기를 한다는 인식이 퍼졌을 때인 데다 어린 시절 반공교육을 세게 받았던 터라 두려움에 거절했죠. 하지만 ‘동포를 살리자’는 말에 마음이 움직였습니다. 그분들께 자료를 드렸고, 2005년 8월 중국 베이징에서 북한 전문가를 만났습니다.”



8가지 일 동시 수행  

드론으로 볍씨 ‘살포’ 모판, 모내기 필요 없어

드론으로 뿌린 철분코팅 볍씨가 올가을 국내 최초로 알곡을 맺는다. [이상윤 기자]

▼ 식량 문제 해결을 위해 남과 북의 전문가가 만났군요.

“그렇죠. 젊은 분이었는데, 본인은 실력이 부족하다면서 북한에 돌아가 보고하겠다고 했습니다. 그다음 달에 베이징에서 또 다른 북한 대표자를 만났고, 12월 8일 개성공단에서 원사(과학 발전에 크게 기여한 학자들에게 주는 북한의 명예 칭호)를 만나 일이 성사됐습니다. 북측은 ‘육로로 인력, 물자가 오갈 수 있도록 조치하겠다’고 했죠.”

▼ 그때도 철분코팅 볍씨가 사용됐습니까.


“복토 멀티시더라는 초정밀 파종기계를 활용했습니다. 복토 멀티시더는 2005년, 철분코팅 볍씨는 2009년 개발했습니다. 연구실 벽에 걸린 저 사진은 분단 이후 북한이 가장 성공적으로 쌀농사를 짓는 장면입니다. 기계가 한 번 지나가면서 8가지 일을 합니다. 땅 고르기, 비료 골(홈) 파기, 비료 넣기, 흙 덮기, 종자 골 V자 파기, 종자 심기, 규산질비료 넣기, 흙 덮기…. 이 기계를 쓰면 못자리를 내고 모내기를 따로 할 필요가 없어 생산비가 25.8% 절감되고, 화학비료 사용량도 30% 이상 줍니다. 이 기술을 활용한 곳의 수확량이 북한 전체의 평균 수확량보다 1.8배 많았어요.



생산비 절감 + 유기농

2006년 2월 통일부 인가를 받고 평양 북서쪽 청천강 유역(평안남도 숙천군 약전리)에 갔습니다. 협동농장, 농업과학원, 농업기계화연구소 등의 농업정책 관계자들에게 기술을 설명했습니다. 대부분 동독 유학자인데, ‘이 기술이 생물학적으로 합당하다’는 결론을 내리더군요. 저는 ‘전체 부지 720만 평(2400여 ha) 중 0.1%인 1200평에서만 해보자’고 했는데 그쪽에선 ‘규모 있게 해봐야 성과를 파악할 수 있다’며 전체의 33%인 240만 평(800여 ha, 33%)에 짓기로 했습니다.”

▼ ‘굶주린 사람들을 돕겠다’는 꿈을 이뤘으니 뿌듯했겠습니다.


“보람되기보다 무서웠습니다. 북한에 있을 때 제 나름의 원칙을 정해놨습니다. 도와주되 생색내지 말자, 상처 주지 말자, 술 마시지 말자. 가무(歌舞)하지 말자….”

▼ 가무를 좋아하시나봐요.


“하하, 안 좋아하죠. 그 원칙을 지키니까 보위부 직원이 숙소(보통리여관)에 찾아와선 ‘진정성 갖고 순수하게 일하는 분을 처음 봤다. 보통강변 산책을 해도 좋다’고 하더군요. 아침,저녁으로 동료들과 산책을 다녔죠. 다만 주민들은 알은 척하지 말라고 해서 인사도 못했습니다. 결과적으로 그 농장이 북한에서 생산량 1위를 달성해 2006년 12월에 쌀 5t을 인천항으로 보내줬어요. 그 쌀로 서울에선 실향민에게 ‘평화의 쌀’을 나눠주고, 전주에서는 ‘평화의 비빔밥’, 부산에서는 ‘평화의 떡’을 만들어 나눠 먹었습니다.

이런 내용이 KBS 다큐멘터리로 나왔고, 이걸 본 영국 BBC가 ‘남북한이 공동으로 농업기술을 제공하고, 비용을 BBC가 보전해 아프리카를 돕자’고 제안했는데 북측의 반대로 무산됐습니다. 북한을 19차례 오가며 6곳(평안남도 숙천, 황해북도 봉산, 개성공단, 금강산 삼일포, 평양, 황해북도 사리원)에 기술을 보급했는데, 2008년 금강산 관광객 피격 사건으로 교류가 중단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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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민 기자 | behapp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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