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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리포트

인간 닮아가다 인간 밀어낼까

한·미·일 인공지능의 미래

  • 이한음 | 과학 칼럼니스트 lmglhu@hanmail.net

인간 닮아가다 인간 밀어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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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4차 산업혁명’의 핵심 키워드 중 하나인 인공지능(AI). 알파고, 딥젠고, 엑소브레인의 예에서 보듯 AI는 우리 곁에 성큼 다가와 있다. AI가 불러올 새로운 미래의 모습은?
인간 닮아가다 인간 밀어낼까

조치훈 9단(왼쪽)이 11월 23일 일본기원에서 열린 딥젠고와의 3국에서 167수 만에 불계승을 거뒀다. [News1]

최근 ‘미라이(Mirai)’라는 악성 코드가 공유기 같은 사물인터넷(IoT) 기기를 감염시켜 독일 인터넷망에 장애를 일으켰다는 뉴스가 전해졌다. 바이러스에 감염된 IoT 기기가 100만 대를 넘었다는 보도도 나왔다.

보안 설정이 안 된 어느 카페의 무선공유기를 누군가가 해킹해 개인정보를 빼낼 수 있다는 경고는 옛날이야기가 된 듯하다. 수백만 대 기기에 바이러스를 감염시켜 온갖 짓을 할 수 있는데, 굳이 수고스럽게 공유기 한 대를 공격하려 애쓸 필요가 있을까. 해킹도 대규모 자동화시대에 접어들었다. 바로 ‘4차 산업혁명’의 토대인 만물의 지능화에 힘입어서다.

이런 걱정스러운 뉴스가 하루가 멀다 하고 들려오지만, 미래 먹거리인 4차 산업혁명이라는 거침없는 물결에 비하면 사소한 일처럼 여겨진다. 레이 커즈와일이나 케빈 캘리 같은 기술혁명 전도사들은 어서 빨리 그 물결에 올라타라고 권한다. 어차피 올라탈 수밖에 없는데, 막차 타지 말라는 뜻이다.

거의 모든 사물은 영리하든 아둔하든 간에 지능을 갖추기 시작했다. 자동차, 에어컨, 건물 등 지능이 장착된 사물들은 유형물인 상품으로 남아 있지 않고 무형물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일을 하기 시작했다. 크고 작은 칩을 집어넣어 인터넷으로 연결한 덕분이다.

구글, 페이스북 같은 기업도 그런 기기들에서 나오는 엄청난 양의 자료를 분석해 금맥으로 바꾸는 새로운 인공지능(AI) 기술을 계속 내놓는다. 따라가기 벅찰 정도다. 아니, 구글조차 발전 속도를 못 따라가는 듯하다.

알파고 vs 딥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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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3월 알파고와의 바둑 대결에서 1승 4패로 패한 이세돌 9단(오른쪽). [사진제공·한국기원]

지난 10여 년 동안 구글은 수십조 원을 AI 기업을 인수하거나 거기에 투자하는 데 썼다. 알파고를 개발한 기업 딥마인드도 그중 하나다. 그런데 혹자는 그런 기업들이 개발한 AI 기술이란 게 수십 년 전 나온 원리를 토대로 한 것에 불과하며, 돈만 좀 투자하면 금방 따라잡을 것이라 보기도 한다. 물론 선두주자가 그대로 머물러 있다면야 얼마든지 가능하겠지만, 기술 발전엔 가속도가 붙는 법이다.

2016년 AI계의 스타는 누가 뭐라고 해도 알파고다. 딥마인드가 개발한 AI 알파고는 3월 이세돌 9단과 바둑을 둬 4승 1패로 이겼다. 알파고는 이길 가능성이 적은 수를 제외하는 방식을 씀으로써 계산 효율을 높였다고 한다. 하지만 어차피 엄청난 컴퓨터 성능과 데이터를 얼마든지 활용할 수 있으니, 굳이 그 점을 강조할 필요가 없었을지도 모른다. 바둑이 체스보다 경우의 수가 훨씬 많다고 해도, 지금의 컴퓨터 성능으로는 제한시간 내에 충분히 계산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니 그 말을 한 데에는 아마 ‘딥러닝(deep learning)’이라는 기술을 광고하려는 의도도 좀 있지 않았을까 추측해본다.

실제로는 많은 대국을 통해 학습을 했다는 점이 더 중요한 기여를 했을 것이다. 바둑 기사가 많은 대국으로 경험을 쌓듯, 알파고의 토대인 인공 신경망도 학습을 통해 개선된다(기술 분야는 늘 새로운 용어를 창안해 자신의 기술이 새롭다는 점을 강조하느라 안달하는 듯하지만, 그 점에 불만인 이들도 있다. 알파고가 자랑하는 딥러닝 기술이 수십 년 전 개발된 인공 신경망의 변형일 뿐이라고 지적하는 이들이 그렇다).

옛날 전자오락실 게임을 하는 AI가 한 예다. AI에게 게임을 잘하는 요령이 아니라, 게임을 하는 방법을 배우도록 가르친 사례가 있다. 처음엔 금방 죽더니, 게임을 하면 할수록 나아졌다. 나중엔 오락실에서 몇 년을 죽치고 있던 사람들조차 알아내지 못한 공략법까지 찾아냈다. AI에게 학습과 경험이 중요하다는 걸 말해주는 사례다.

지난 11월엔 일본에서 조치훈 9단과 ‘일본판 알파고’라고 할 만한 딥젠고의 대국이 벌어졌다. 조 9단이 2승 1패로 승리를 거뒀다. 결과만 보면, 딥젠고가 알파고보다 실력이 떨어진다는 인상을 준다.

그러나 알파고가 이세돌 9단과의 대국 때 약 2000개의 중앙처리장치(CPU)와 약 300개의 그래픽 처리장치(GPU, 주로 컴퓨터 게임에 쓰이는 그래픽을 처리하는 칩으로, AI의 급속한 발전은 GPU를 활용한 덕분이다)를 쓴 반면, 딥젠고는 컴퓨터 한 대에서 돌아가는 프로그램이다. 알파고는 수백 대의 컴퓨터를 돌렸고, 딥젠고는 한 대를 돌렸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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