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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어떻게 사람답게 되었는가?

DNA로 살펴본 생물의 진화’

  • 김상욱 | 포스텍 생명과학과 시스템생명공학부 교수

사람이 어떻게 사람답게 되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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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자형과 표현형

사람이 어떻게 사람답게 되었는가?

사람과 유인원은 털의 양과 뇌의 크기에서 큰 차이가 있다. [위키피디아 홈페이지 캡처]

그래서 분자진화학은 실제로 생물 종들의 형태학(morphology)에 초점을 두는 것이 아니라 그 생명체를 만드는 정보 즉 유전정보(genetic information)에 초점을 두는 것입니다. 이 유전 정보가 다음 세대로 전달되고 복제되는 것이 그 생물 종의 특징을 만드는 데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분자진화학을 통해 DNA 수준의 증거를 어떻게 비교하고, 그 증거들의 차이점을 어떻게 분석하고, 실제 DNA 수준에서 생긴 변화가 개체의 표현형(phenotype)에 어떠한 영향을 주었는지를 이해할 수 있습니다.

사람들은 다양한 특징을 갖고 있습니다. 사람만이 가진 특징을 이해하기 위해 사람과 영장류를 자주 비교합니다. 현재는 사람의 게놈 프로젝트뿐만 아니라 침팬지 게놈 프로젝트, 오랑우탄 게놈 프로젝트도 완료됐습니다. 분석 결과 사람과 영장류는 DNA에서 상당히 가까운 거리에 있습니다.

DNA를 비교하면 어떤 유전자가 변화를 겪었는지 이해할 수 있겠죠. 그래서 앞서 했던 질문인 ‘사람이 어떻게 해서 사람답게 됐는가’ ‘어떤 특징이 사람을 사람으로 만드는가’에 대한 연구가 요즘 많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것은 굉장히 오랜 기간   이뤄진 일이기도 합니다.

사람과 영장류를 구분 짓는 특징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일단 눈에 보이는 가장 큰 특징은 피부에 털이 없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우리가 사람을 ‘털 없는 원숭이’라고 부르죠. 그 외에도 굉장히 많은 특징을 갖고 있죠. 일단 영장류에 비하면 사람의 뇌가 더 커졌다는 사실도 알 수 있습니다. 즉, 사람은 영장류와 뇌의 크기가 달라졌고, 그리고 몸에 있는 털 수가 줄어들었습니다. 분자진화학을 통해 어떤 유전자가 이런 특징에 기여했는지를 알 수 있겠죠



어떤 것이 삶에 유리할까

먼저 질문을 하겠습니다. ‘털이 없어졌다’ ‘털이 많이 있다’ 중 어느 쪽이 삶에 유리할까요. 우리는 단순히 ‘털이 없으면 춥잖아’라고 해서 털이 있는 것이 추운 지방에서 유리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사람들은 털이 없어도 동물을 사냥해 그들의 털을 뺏어 코트를 만들어 입고 다니죠. ‘털이 없어져서 불리할 수도 있겠지만 털이 없어 생긴 이득도 있었구나’라고 생각할 수 있겠죠.

‘털이 없어졌다’는 특징을 통해 첫 번째로 유추할 수 있는 점은 바로 ‘다양한 환경에 적응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는 것입니다. 이를 쉽게 말해 체온조절(thermoregulation)이라고 합니다. 털이 없으면 땀을 흘리는데 훨씬 유리합니다. 그리고 땀을 흘리면 기화열을 뺏기기 때문에 체온 조절을 하게 되죠.

아프리카 사자는 가젤을 잡을 때 바로 달려들어 잡을 수 있을 것 같지만 재빨리 뛰다가도 어느 거리 이상 뛰면 멈춥니다. 왜 그럴까요. 이유는 무엇일까요. 체온이 계속 올라가서 결국 죽을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털이 있는 짐승들은 사냥을 할 때 쫓아가는 거리가 일정한 수준에 머물러 있습니다.

하지만 사람들이 사냥할 때에는 사정이 달라집니다. 사자보다 더 빨리 뛰지 못해도 끈질기게 쫓아가죠. 그리고 잠시 쉬었다가 체온을 식히고 다시 쫓아가는 과정을 반복해 결국은 사냥감을 잡습니다. 그래서 ‘체온조절을 쉽게 하는 면에서 털이 없는 것이 유리했기 때문에 그 형질이 우리한테 남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또 다른 예를 들어 봅시다. 동물원 원숭이들은 항상 서로의 털을 고르고 있습니다. 털 속에 기생충이나 벌레가 많이 살고 있어서 이것들을 서로 잡아주는 것이 친밀감의 표시가 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사람은 털이 없기 때문에 기생충이나 벌레가 우리 몸에 머물 시간이 적죠. 그렇기 때문에 ‘질병에 대한 노출이 원숭이에 비해 적어졌고 그래서 털이 없어지게 된 것이 사람에게 좀 더 유리했다’고 볼 수 있을 겁니다. 



인종 차이는 어디에서 오나

사람이 어떻게 사람답게 되었는가?

멜라토사인 유전자에 돌연변이가 생기면 피부색에도 차이가 생긴다.

이 밖에 사람이 갖는 특징 중 눈에 띄는 것이 하나 더 있죠. 바로 인종에 따라 피부색이 다른 점입니다. 아프리카 사람들은 피부색이 매우 검고 북유럽 사람들은 피부색이 매우 하얗죠. 

그런데 이런 차이가 어디서 나오는지 조사해 보니까 ‘멜라토사인이라 하는 MC1R이라는 유전자가 사람마다 다르다’ 그리고 ‘그 유전자에 있는 돌연변이가 다르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예를 들어 아프리카에 사는 사람들은 우리가 알고 있는 ‘MC1R 유전자’에 돌연변이가 거의 발견되지 않습니다. 정상 작동하는 멜라닌 색소들이 다양한 자외선 노출을 막아줌으로써 피부암의 발생 확률을 줄이고 또 이것에 적응했기 때문에 피부가 까만 사람들이 햇빛이 많은 적도 지방에 살고 있다고 이해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북유럽에서는 햇빛에 노출될 기회가 매우 적죠. 이런 경우에는 피부를 보호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멜라닌 색소에 어떤 돌연변이들이 생기더라도 그것들이 ‘relaxed selection’ 즉, 그냥 보존됩니다. 그럼으로써 ‘북유럽 사람들 가운데 돌연변이가 생긴 MC1R 유전자들이 많이 발견되고 그래서 피부색이 하얗다’라고 이해할 수 있습니다.

또 북유럽에서는 햇빛에 노출될 확률이나 시간이 매우 적죠. 하얀 피부는 햇빛이 피부에 닿으면 비타민 D를 합성하는 데 매우 좋은 역할을 하게 됩니다. 만약 피부가 까만 사람이 그 지방에 살면 햇빛에 노출되는 시간이 매우 적은 데다 멜라닌 색소들이 햇빛에 대한 노출을 막아 비타민을 생성하게 되는 확률이 낮아지겠죠.

반대로 MC1R 유전자에 돌연변이가 생겨서 피부가 하얗게 되고 색소가 햇빛을 막지 못하면 ‘우리 몸이 좀 더 많은 비타민을 생성할 수 있는 이득’을 줍니다. 이런 점 때문에 피부가 하얀 사람들이 북유럽에 살게 됐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사람과 영장류의 게놈 시퀀싱(Sequencing)을 하기 전에는 단순히 ‘사람이 좀 더 다양한 사고를 하고 다양한 기능을 갖기 때문에 유전자가 더 많을 것이다’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게놈 시퀀싱이 모두 된 다음 비교해보니까 오히려 사람이 다른 유인원에 비해 유전자가 비활성되거나 혹은 제거돼 더 적어진 경우도 발견됩니다.

털을 만드는 유전자의 경우에는 유전자의 비활성 혹은 제거 과정을 통해 어떤 이점을 갖기 때문에 사람이 유전자가 더 줄어들어도 새로운 형질을 만들어내고 그게 환경에 적응하는 데 유리했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이를 통해 단지 유전자의 숫자가 그 표현형이나 어떤 종의 특징을 결정짓는 것은 아니고 실제로 그 유전자들이 어떤 식으로 기능을 발휘하고 어떤 식으로 상호작용을 하는지가 훨씬 중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신동아 2017년 2월 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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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욱 | 포스텍 생명과학과 시스템생명공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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