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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경제만 신바람?

[단독] 北아태평화위, 롯데그룹에 ‘원산 투자’ 제안했다

  • | 송홍근 기자 carrot@donga.com

[단독] 北아태평화위, 롯데그룹에 ‘원산 투자’ 제안했다

  • ● 北 ‘원산팀’ 단둥에서 투자 유치 중
    ● 北-롯데 베이징서 접촉
    ● 롯데, 북방TF 구성 대북사업 준비
    ● 롯데 “투자 제안 받은 건 사실”
    ● “中, 원산港 개발 계약 맺어”
원산갈마 해안관광지구 건설 현장.

원산갈마 해안관광지구 건설 현장.

북한이 강원도 원산을 1호 경제 개방 대상으로 삼고 투자 유치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중국 단둥에서는 조교(朝僑·북한에서 태어난 중국 화교)를 중심으로 ‘원산팀’이 별도로 꾸려져 중국 기업을 상대로 투자 유치 활동을 펼치고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원산 갈마반도의 백사장인 ‘명사십리’ 등의 관광자원을 활용하는 ‘원산갈마 해안관광지구’ 조성 계획을 밝혔다. 5월 26일 조선중앙통신은 김 위원장이 원산갈마 해안관광지구 건설장을 시찰하고 내년 4월까지 완공할 것을 지시했다고 보도했다. 

6월 27일 중국 관영 매체 글로벌타임스는 북한이 관광산업 발전을 위해 이 지역에 대규모 관광 리조트를 건설 중이라고 보도했다. 이 매체는 “원산갈마 지역에 수백㏊ 규모의 관광 리조트를 만들고 10여 개의 호텔, 해변, 공개무대, 국가문화체험구역 등을 조성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원산港 이용한 수출단지 조성 계획도 마련”

중국의 한 대북 소식통은 “최근 북한이 외국 기업을 상대로 투자 유치 활동을 펼칠 때 투자 대상으로 가장 먼저 내놓는 지역이 원산”이라고 말했다. 북한 경제계 인사가 “현재 최고의 투자처는 원산의 호텔이다. 원산 호텔에 투자한다고 하면 평양이 가장 큰 관심을 보이고 환영할 것”이라고 언급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원산은 북한에서 조교가 가장 많이 활동하는 곳이라고 한다. 최근 단둥에 나와 사업을 하는 조교 대부분도 원산 출신이다. 항구를 끼고 있는 원산은 기후가 좋고 경제가 발달해 자연스럽게 조교가 모여들었다. 최근 북한 경제 개방의 가능성이 커지자 단둥에서 활동하는 조교들은 ‘원산팀’을 구성해 중국 기업들의 투자 유치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원산은 천혜의 항구를 가진 게 강점이다. 원산항은 나진항과 비교했을 때도 우세한 점이 있다. 나진항은 동해안 북쪽 끝에 위치해 북한 내에서 물품을 이송하는 데 애로 사항이 많다. 북한 내 교통 사정이 워낙 좋지 않기 때문이다. 반면 원산항은 북한의 남쪽에 위치해 평양에서 상대적으로 가깝고 북한 내 이동도 용이하다. 원산항은 수심이 깊어 대형 선박이 들어오기에도 좋다. 

소식통은 북한이 원산항을 활용해 원산 일대에 대규모 수출단지를 조성하는 계획도 갖고 있다고 전했다. 신의주에서 만든 북한산 제품을 일본으로 보내려면 신의주 건너편인 중국 단둥의 항구를 거쳐 다롄으로 보낸 뒤 다롄에서 일본으로 수출해야 한다. 단둥에서 일본으로 가는 선박이 없기 때문이다. 원산에 수출단지를 조성하면 제품을 원산항에서 실어 곧바로 일본뿐 아니라 미국, 유럽 등으로 보낼 수 있다. 대형 선박의 접안도 가능해 많은 제품을 실을 수 있다. 원산항은 생산비의 중요 부분을 차지하는 물류비 절감에 유리한 조건을 갖췄다. 

중국이 천혜의 조건을 갖고 있는 원산항을 그냥 내버려둘 리 없다. 소식통은 중국이 이미 북한과 원산항 개발과 관련해 계약 2건을 체결했고, 현재 부두 공사가 진행 중이라고 전했다. 구체적 계약 조건은 알 수 없지만 나진항에 부두를 건설해주고 이를 장기 임차해 사용하는 조건과 유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관광객 100만 명 유치 목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5월 26일 원산갈마 해안관광지구 건설현장을 시찰했다. [조선중앙TV 캡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5월 26일 원산갈마 해안관광지구 건설현장을 시찰했다. [조선중앙TV 캡처]

북한이 현대그룹이 사업권을 가진 금강산을 포함한 원산-금강산 일대 독자 개발에 나선 것은 2015년부터다. ‘신동아’는 2015년 5월호에서 ‘원산-금강산 개발 총계획’ 등 북한 내부 문건 6개를 단독 입수해 보도한 바 있다.(‘현대그룹 뒤통수친 ‘김정은 비즈니스’ 원산-금강산 80억 달러 개발 총계획 전모’ 제하 기사 참조) 

‘원산-금강산 개발 총계획’ 문건에 따르면 외자 유치를 통해 국제관광지대를 조성해 관광객 100만 명을 유치하는 게 평양의 목표다. 2015년 3월 20일 중국에서 ‘원산-금강산 개발 계획 투자 설명회’를 열었으며 그해 5월에는 투자자를 상대로 금강산에서 팸 투어(Familiarization Tour)도 진행했다. 투자 설명회는 중국 북사달그룹이 주최했다. 북사달은 ‘북방사통팔달’을 뜻한다. 

원산-금강산 개발은 북한이 총력을 기울이는 ‘김정은 비즈니스’다. 원산·통천·금강산 일대 관광벨트를 구축하는 게 ‘개발 총계획’의 골자다. 금강산 일대는 2052년까지 현대그룹이 관광 사업 독점권을 가진 곳이나 평양은 2011년 현대와의 계약을 일방적으로 파기했다. 

북측은 원산-금강산 일대 개발과 관련해 중국 경제계 인사들에게 “공화국 정부의 확고한 의지” “대외경제 분야에서의 중요한 임무” “국가 단위에서 밀어붙이는 사업”이라고 표현했다 2015년 3월 20일 투자 설명회에 참석한 한 인사가 전한 일문일답이다. 

관광객 수는 얼마나 예상하나. 

“단기적으로 30만~40만 명을 유치하는 게 목표다.” 

타깃은? 

“금강산까지 비행거리 3시간 이내에 인구 100만 명 넘는 도시가 중국, 일본 등을 합쳐 40개가 넘는다.” 

비자 문제는? 

“무비자 지역으로 하는 것을 검토한다.” 

시급한 것은 뭔가. 

“오·폐수 처리시설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일부 참석자가 이 대목에서 실소(失笑)했다. 철도, 도로 등 관광 인프라를 언급하리라고 예상했는데, 관광객 똥·오줌 처리가 시급하다고 답해서다. 원산에 오·폐수를 정화하는 신정처리장이 있는데, 처리 능력을 늘려야 관광객 수용이 가능하다는 얘기였다.


80억 달러 규모 ‘김정은 비즈니스’

신동아가 입수한 ‘금강산 1단계 개발 총계획’ 문건은 “강원 통천군에 하루 3000~4000명을 수용하는 국제공항을 짓는다” “원산-금강산을 잇는 90㎞를 74개의 교량과 도로 및 9개 기차 터널로 직선화한다”고 밝힌다. 북한은 원산 및 금강산 개발에 78억 달러(8조8000억 원)가 필요할 것으로 추산했다. 

‘원산-금강산 국제관광지대 개발 계획’ 문건에 따르면 △각종 휴양 문화 시설과 생태 환경이 조화된 세계적 관광지구 △생태 환경이 절대적으로 보존된 역사 유적 관광지구 △국제적 휴양 및 치료 관광지구로 개발한다. 공항, 항만, 철도, 도로, 전력 등 기반시설과 골프장, 카지노 등 위락시설을 짓는 데 필요한 비용은 외자 유치를 통해 충당하는 것으로 돼 있다. 

김영철 북한 통일전선부장은 6월 1일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만났을 때 원산, 마식령 일대에 카지노 등 관광 상품을 개발할 수 있도록 투자 지원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동아일보 6월 5일자 ‘김정은, 원산 카지노에 美 투자해달라’ 제하 기사 참조) 

북측이 중국을 비롯한 외국 기업과 계약을 맺고 원산-금강산 개발을 진행하면 현대그룹은 남측 지역을 통한 관광만 맡아 수행하게 될 수도 있다. 독점권의 일부를 빼앗기는 것이다. 북한이 올해 초 원산-금강산 국제관광특구에서 원산을 따로 떼어 ‘원산갈마지구’로 지정한 것은 현대와의 독점 계약은 유지하겠다는 뜻으로도 해석된다. 

“관광객 똥·오줌 처리가 시급하다”던 원산 일대는 개발에 나선 지 3년 만에 상전벽해(桑田碧海)가 됐다. 마천루가 들어섰으며 밤마다 고층 건물이 불빛을 내뿜는다. 원산의 변화는 개혁·개방 시 북한 경제가 빠른 속도로 도약할 수도 있음을 엿보게 한다.


남측 대기업에도 투자 요청

현대그룹은 대북사업 재개를 물밑에서 준비 중이다. 남북경협 재개에 대비해 5월부터 현정은 회장을 위원장으로 한 ‘현대그룹 남북경협사업 태스크포스팀’을 가동했다. 현대그룹은 2000년 체결한 ‘경제협력사업권에 관한 합의서’에 따라 전력, 통신, 철도, 통천비행장, 댐, 금강산 수자원 이용, 명승지(백두산·묘향산·칠보산) 관광 등 북한 내 사회간접자본(SOC) 사업권을 갖고 있다. 이른바 ‘7대 대북사업 독점권’이다. 

롯데그룹도 대북사업을 추진할 TF를 꾸렸다. 주요기업으로 대북사업 재개 준비에 나선 것은 현대그룹 이후 두 번째다. 롯데그룹은 “그룹 안에 ‘북방 TF’를 구성하고 북한에서 러시아 연해주, 중국 동북3성까지 아우르는 북방 지역에 대한 연구와 협력 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롯데그룹은 1997년 조선봉화사와 함께 북한에 초코파이 공장 설립을 추진한 적이 있다. 2002~2014년에는 개성공단에 칠성사이다와 초코파이를 공급했다. 2015년에는 16개 계열사 신사업 담당자들이 모인 ‘북한연구회’를 운영했으며 최근 북한연구회 2기를 가동하기 시작했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준비한다고 당장 대북사업을 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지 않나. 환경이 조성돼야 시작할 수 있다. 사전 준비 차원에서 북방 TF를 만든 것이다.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 호텔과 영농법인을 운영 중이며 중국 선양에 롯데월드를 짓고 있다. 철도 연결 얘기가 나오는데 신의주를 거쳐 선양까지 연결될 수 있다. 러시아, 중국과의 연계를 염두에 두고 아이디어를 찾는 차원이다”라고 설명했다. 

롯데그룹이 대북사업 참여를 선언한 가운데 취재 결과, 북한 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이하 아태평화위)와 롯데그룹이 최근 중국 베이징에서 접촉한 것으로 드러났다. 아태평화위 고문 명함을 들고 나온 A씨는 권한을 갖고 있다며 롯데 측에 원산 개발 등에 대한 투자를 제안했다. 롯데 측은 “검토하겠다”고 답하고 헤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국적의 A씨는 1990년대부터 유엔 대북제재 이전까지 굵직한 경협 및 교류 사업을 성사시킨 인물이다. 아태평화위는 노동당 통일전선부 외곽 기구다. 맹경일 통일전선부 부부장이 실무자 시절 A씨 평양 체류 시 수행원 역할을 했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투자 제안을 받은 것은 사실”이라면서 “중국 현지법인에서 제안만 받은 정도로 이해해달라”고 말했다. 북한이 “완전한 비핵화를 위해 노력한다”고 약속한 후 남측 대기업에 투자를 제안한 게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롯데그룹은 건설, 유통, 관광, 제조업, 호텔, 레저 등 다방면에서 대북사업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TF 명칭을 ‘북한’이 아닌 ‘북방’이라고 지은 데서 알 수 있듯 러시아 극동지역, 중국 동북부로 사업 확장도 꾀한다. 사드 사태로 인해 선양 롯데월드 공사가 일시 중단됐으나 조만간 재개될 것으로 보인다. 남북 간 철도가 대륙으로 연결되면 러시아 극동지역의 호텔과 농장, 중국의 선양 롯데월드를 통해 북한 관광사업을 활성화하고 영농사업을 지원할 수 있다. 원산에서 펼쳐지는 ‘김정은 비즈니스’가 성공할 수 있을까. ‘원산 롯데월드’가 세워지는 날도 올까.


신동아 2018년 8월 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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