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신동아 로고

통합검색 전체메뉴열기

북한 경제만 신바람?

단독취재 | “단둥-평양-개성 中고속철 ‘가오톄’ 달린다”

  • | 송홍근 기자 carrot@donga.com

단독취재 | “단둥-평양-개성 中고속철 ‘가오톄’ 달린다”

  • ● “합의 맺은 게 사실이더라도 도로·항만보다 후순위”
    ● ‘장성택의 유산’ 황금평·위화도특구도 되살아날 듯
    ● 中 ‘고속철도 굴기’… 총연장 지구 둘레 4분의 3
단독취재 | “단둥-평양-개성 中고속철 ‘가오톄’ 달린다”
중국이 만주에서 철도 이권을 잃은 것은 중화 질서가 종지부를 찍었음을 만방에 알린 사건이다. 1894년 8월 1일 청·일 양국의 선전포고로 청일전쟁이 시작됐다. 청의 패색이 짙어지면서 종전 협상이 이뤄졌다. 일본에 랴오둥반도·펑후제도·대만을 할양하는 게 핵심이었다. 삼국(러시아·프랑스·독일) 간섭으로 일본은 랴오둥반도를 얻지 못했다. 만주에서 세력을 확대하던 러시아가 프랑스와 독일을 끌어들여 일본의 대륙 진출을 견제한 것이다.
 
1904년 발발한 러일전쟁은 광궤(러시아)-표준궤(일본)의 전쟁이다. 러시아가 1891년 착공한 시베리아 철도는 외(外)만주 영토를 일본·청·영국으로부터 방어하는 게 주목적이었다. 러시아는 자국이 부설한 동철철도·남만주철도를 보호하고자 1900년 만주를 점령했다. 

일본은 1902년 영국과 동맹을 맺고 2년 후 러일전쟁을 일으켰다. 전쟁에서 승리한 후 러시아로부터 만주의 철도 및 부속지를 양도받아 1906년 남만주철도주식회사(満鐵·만철)를 설립했다. 만주에서 철도 이권을 확보한 일본은 제국의 길로 나아갔다. 

송영길 북방경제협력위원장은 러일전쟁을 예로 들면서 “중국 고속철도 가오톄(高鐵)가 북한 영토로 들어오면 철도 주권을 중국에 뺏긴다. KTX가 신의주까지 올라가야 한다”고 했다.


중국몽 ‘액션 플랜’ 一帶一路

청이 몰락하면서 해체된 중화제국이 중국몽(中國夢)과 함께 부활한다. 중국은 지역 질서의 ‘주도자’를 넘어 세계 질서의 ‘변경자’가 되고자 한다. 서구가 창안한 글로벌 표준(Global Standard)이 아닌 중국적 표준(Chinese Standard)으로 중국몽을 이룬다는 것이다. 

일대일로(一帶一路)는 중국몽의 실현 수단이다. 일대(一帶)는 원 벨트(one belt)를 뜻한다. 중국-중앙아시아-유럽을 연결하는 신(新)실크로드다. 하나의 길을 뜻하는 일로(一路)는 동남아시아-서남아시아-유럽-아프리카로 이어지는 ‘해양 실크로드’다. 

중국의 고속철도 굴기(崛起·우뚝 일어섬)는 눈부실 정도다. 세계 고속철도 총연장 3만1574㎞ 중 중국 노선이 2만2000㎞로 70%에 육박한다. 2020년 3만㎞로 늘어난다. 3만㎞는 지구 둘레 4분의 3에 해당한다. 

중국철도건설총공사(CRCC)가 세계 철도차량 시장의 50%를 점유했다. 나이지리아, 인도네시아, 태국 등으로 고속철도를 수출했다. 일반 철도를 포함하면 22조 원 넘는 규모의 철도차량·철도 수출 계약을 맺었다. 

한국철도기술연구원 관계자는 “중국이 해외 철도 사업에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서방의 메이저 회사들이 큰 위기에 직면했다”면서 “북한 철도 사업에도 중국의 공격적 진출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중·러 고속철도 협력에 합의했다. 6월 푸틴 대통령의 중국 국빈방문 때 국가주석(시진핑) 전용 고속철도 차량을 두 정상이 함께 타고 톈진(天津)으로 이동한 것은 상징하는 바가 크다. 

태영호 전 영국 주재 북한공사 설명이다. 

“10년 전부터 중국은 단둥-개성-서울을 잇는 고속도로를 연결하자고 제안했다. 북한은 손 하나 까닥하지 않고 중국이 한국까지 길을 연결하는 것이었다. 북한에 통행료를 주겠다고도 했다. 한국의 가장 큰 수출 시장이 중국이다. 고속도로가 깔리면 TV든 휴대전화든 상품을 실은 차량으로 도로가 꽉 찰 것이다. 한국·중국 관광객이 고속도로로 지나는 것을 보는 북한 농민의 심정이 어떻겠나. 10억 달러를 준대도 고속도로를 건설할 수 있을까.”


“단둥-서울 잇는 고속도로도 제안”

이랬던 북한이 변화의 조짐을 보인다. 진징이(金景一) 베이징대 교수는 “김정은이 김정일 시대를 사실상 부정하는 방식으로 본격적인 개혁·개방으로 나아가는 동력을 마련했다”면서 “김정은이 북한판 덩샤오핑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남북 정상회담에서 “남측 고속철도가 좋다”는 얘기를 꺼냈다. 평창올림픽 때 한국을 찾은 김여정 제1부부장 등을 통해 KTX 탑승 경험을 접한 것으로 보인다. 4·27 판문점선언에는 “끊어진 민족의 혈맥을 잇고” “1차적으로 동해선 및 경의선 철도와 도로들을 연결하고”라는 구절이 명시됐다. 

KTX가 북한에 진출한다면 유력 노선은 서울-신의주 420㎞ 구간이다. 서울-부산 KTX 건설에 20조 원가량 소요됐는데, 북한은 토지 보상비가 적어 10조 원 이하로도 420㎞ 구간 공사가 가능할 전망이지만 경쟁력에서 중국이 한국보다 앞섰다는 견해가 있다. 

중국은 북한 국경까지 고속철도를 연결해놓았다. 신의주와 맞닿은 단둥은 동북 최대의 항만도시 다롄과 고속철도로 이어진다. 단둥-다롄 노선은 단둥-선양·다롄-하얼빈 고속철도와 연결된다. 북한 나선특구와 연결되는 장춘, 훈춘으로도 고속철도가 들어가 있다. 훈춘은 나진항·청진항 부두 사용권을 확보한 중국이 ‘동해 출구 전략’을 펴는 데 핵심이 되는 국경도시다. 

김정은은 석 달간 3차례 중국을 방문했다(1차 3월 25~28일, 2차 5월 7~8일, 3차 6월 19∼20일). 북한은 중국에 밀착해 경제적 실리를 챙기는 모습을 보였다. 중국 개혁·개방 성과를 살피는 친선 참관단도 보냈다. 

3차 정상회담 방중단에는 북한 경제를 이끄는 박봉주 내각 총리와 참관단 단장을 맡은 박태성 노동당 부위원장이 포함됐다. 3차 방중 때 일대일로 구상의 연장선상에서 이뤄지는 도로 및 고속철도, 발전소 및 에너지 지원, 항만 개발, 농업·제조업 분야 협력이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고속철도는 단기간에 추진되기 어려운 사업”

3차 방중 이후 김정은이 첫 공개 활동을 한 곳은 평양북도 신도군과 신의주시다. 장성택(김정은 고모부)이 주도해 중국과 함께 추진하다 중단된 황금평·위화도특구가 신도군에 속해 있다. 신의주는 중국으로 가는 관문이면서 2002년 북한이 경제특구로 지정한 곳이다. 중국 학계 인사는 “김정은이 장성택을 죽인 후 장성택의 길(개혁·개방)을 걷는 형국”이라고 했다. 

1, 2차 방중과 달리 3차 방중은 북한 노동당-중국 공산당의 ‘공식’ 회담이다. 노동당-공산당이 합의한 사항은 무게감, 구속력을 가질 수밖에 없다. 

중국의 대북 소식통은 “북한 인사들에 따르면 중국 공산당과 북한 노동당이 북한 경제와 관련해 광범위한 논의 및 합의를 했다”면서 “북한 내 신의주-개성 고속철도를 포함해 철도·도로·항만에 중국이 투자하기로 합의했다고 북측 인사들이 전했다”고 말했다. 

20년 가까이 북한과 비즈니스를 해온 중국의 소식통은 “김정은이 평양으로 돌아간 후에도 랴오닝성 인사들과 북측 경제 관료들 간 경제 협력과 관련된 논의가 이어졌다”면서 “랴오닝성과 황금평·위화도특구, 신의주를 연계한 경제 협력 사업이 잇따를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황금평·위화도특구는 장성택 숙청 이후 중국의 투자가 중단된 곳이다. 

중국이 단둥-신의주-평양-개성을 잇는 376㎞ 구간에 고속철도를 놓으면 KTX가 아닌 가오톄(高鐵)가 북한을 달린다. 

익명을 원한 국책연구기관 관계자는 “막대한 비용이 드는 고속철도 건설은 고속도로, 항만, 공항보다 후순위가 될 수밖에 없다”면서 “북·중이 합의했더라도 단기간에 추진되기는 어려운 사업”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제국주의 시대도 아니고 철도 주권을 빼앗긴다고 보는 것은 어패가 있다”면서 “물론 KTX가 신의주까지 달리는 게 최선이지만 중국 고속철도가 개성까지 들어와 KTX에 연결되는 것도 북한이 개혁·개방을 한 것으로 한국에 나쁘지 않다”고 말했다.


신동아 2018년 8월 호

이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목록 닫기

단독취재 | “단둥-평양-개성 中고속철 ‘가오톄’ 달린다”

댓글 창 닫기

2018/12Opinion Leader Magazine

오피니언 리더 매거진 표지

오피니언 리더를 위한
시사월간지. 분석, 정보,
교양, 재미의 보물창고

목차보기구독신청이번 호 구입하기

지면보기 서비스는 유료 서비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