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3월호

직격 인터뷰

‘朴의 책임총리 & 盧의 정책통’ 김병준

“朴, 탈당 요구받자 ‘어디까지 밀려야 하나요?’ 한탄” “文 정부, 자기들끼리 똘똘 뭉쳐 노는 ‘패권주의’ ”

  • 입력2018-03-01 09: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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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朴, 기회 두 번 놓쳐”

    • “朴, 촛불집회 겁내고 부추김 당해서”

    • “文, 산업정책 부실”

    • “文, 노조에 회유되는 대중영합주의”

    • “희생되더라도 ‘폐기물’ 아닌 ‘거름’ 되고파”

    [지호영 기자]

    [지호영 기자]

    김병준 국민대 행정정책학부 교수는 노무현·박근혜 전 대통령과 인연이 있다. 그는 노무현 정부 시절 청와대 정책실장, 대통령자문 정책기획위원장으로 활동했다. 청와대에서 문재인 비서실장·민정수석비서관(현 대통령)과도 함께 근무했다. 

    노무현 정부 이후 9년여가 지난 2016년 11월 그는 정치의 전면에 홀연히 재등장한다. 박근혜 당시 대통령에 의해 국무총리 후보로 내정된 것이다. 박 대통령은 ‘최순실 게이트 돌파 카드’로 친노 인사인 그를 택했다. 그러나 정국은 박 대통령 뜻대로 흘러가지 않았다. 

    이어, 문재인 정부가 출범했고, 올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김 전 실장은 보수야당인 자유한국당의 서울시장 후보 물망에 오른다. 그는 최근 한국당 혁신위 강연자로 나서는 등 이 정당의 멘토로 활동한다. 

    그렇다면 ‘박근혜 정부 총리 후보’인 김 전 실장은 탄핵 정국 현장에서 위기의 박근혜와 어떤 대화를 나눴을까? 또한 ‘노무현 최측근 정책통’인 그는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 운영을 어떻게 평가할까? 이런 점들을 물어보기 위해 최근 서울시내 한 커피숍에서 그를 만났다. 그는 노무현, 박근혜, 자유한국당이라는 이질적 영역에 걸쳐 자신의 정체성을 형성하고 있었고, 그의 코멘트는 기대만큼 흥미로웠다.

    “朴, 답변 않고 머뭇거려”

    촛불혁명을 어떻게 정의해야 할까요? 



    “‘대통령을 몰아낸 사건’이라 하면 의미가 너무 축소되겠죠.” 

    문재인 대통령은 말할 때마다 촛불혁명, 촛불혁명하는데. 

    “촛불혁명은 ‘정치를 바로 하고 국정을 바로 하라’는 명령으로 봐야 할 것 같아요. 이런 점에서 지금 촛불은 한 발도 못 나아갔어요.” 

    여당은 촛불혁명을 헌법 조항에 넣자는데…. 

    “헌법에 넣느냐 안 넣느냐와 관계없이 촛불 정신을 살리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데 안 하잖아요. 정부여당이 젊은이들에게 절실히 필요한 인력 양성을, 산업 개편을 안 해요. 스스로 부끄럽지 않은지 모르겠어요.” 

    탄핵 정국 때로 돌아가 보죠. 2016년 10월 최순실 게이트가 터지고 박근혜 대통령은 국정 2선 후퇴 또는 하야 요구에 직면했습니다. 당시엔 국회의 탄핵 표결까지 진행되진 않았고요. 그러자 박 대통령은 ‘김병준 총리 카드’를 승부수로 던졌는데요. 당시 박 대통령과 어떤 의견을 나눴나요? 

    “박 대통령 측이 제게 총리를 맡아달라고 두 번 제안했고 저는 잇따라 거절하다 받아들이겠다고 했어요. 그러면서 제가 박 대통령에게 ‘외교·안보 빼고 권한을 다 내려놓으십시오’라고 했어요. 박 대통령이 ‘책임총리를 말씀하시는 겁니까?’라고 해요. 제가 ‘책임총리든 어쨌든 간에 다 내려놓으세요’라고 했죠. 박 대통령이 답을 않고 머뭇머뭇거려요.” 

    그래서 박 대통령에게 뭐라고 했나요? 

    “‘대통령 임기가 한 13~14개월 남았는데 정상적인 상황에서도 이때부터 대통령은 권한도 없고 권력도 없고 아무것도 없습니다. 지금부터 고통과 책임밖에 없어요. 권력을 달라는 게 아니라 그 고통과 책임을 넘기라는 이야깁니다’라고 했죠. 그러니까 박 대통령이 ‘맞는 말 같습니다’라면서 이해를 해요.”

    “아마추어도 이런 아마추어가 없어”

    박 대통령도 권력 이양에 동의한 거군요. 

    “전 ‘내각에 야당 인사를 50% 집어넣겠다’고 박 대통령에게 알렸어요. 총리가 됐으면 국회에 법안 통과를 부탁하거나 그러진 않았을 거예요. 대신 여야에 ‘전당포 같은 금융 체계를 어떻게 바꿀 건지, 제대로 된 근로자 하나 길러내지 못하는 인력 양성 체계를 어떻게 바꿀 건지에 대한 답을 내놓으라’고 요구했을 겁니다. ‘회초리 들고 학생 훈육하는 선생님’ 노릇을 하고 싶었어요. 이런 ‘선생님 총리’ 취지를 박 대통령에게 전하자 박 대통령은 ‘총리가 될 가능성이 얼마나 될까요?’라고 물어요. 저는 ‘10% 이하’라고 답했죠.” 

    10% 이하라 말했지만 마음속에선…. 

    “어떻게든 국회를 설득해 총리가 되고자 했죠. 그런데 박 대통령이 큰 실수를 했네요.” 

    만약 그때 총리가 됐다면 탄핵은 없었겠죠. 박 대통령이 어떤 실수를 범했나요? 

    “저는 박 대통령에게 ‘저를 총리 후보로 지명한 사실을 제가 직접 야권을 찾아 설명하기 전까진 외부에 공개하지 말라달라’고 했어요. 제가 문재인 씨를 모르는 것도 아니고, 문재인 씨를 찾아가 협조를 구하려 했죠. 저도 예의가 있고, 제가 총리를 받았을 때 누구한테 가야겠습니까? 당연히 문재인 씨에게 먼저 가서 이야기하는 게 맞죠. 받아들여지지 않았겠지만 야당에 책임총리 카드를 대놓고 반대할 명분은 주진 말아야 하니까요. 제가 ‘오는 토요일에 제 딸 결혼식이 있다. 그동안 정부 일을 하면서 아이들한테 큰 피해를 줘서 이 혼사를 잘 치르고 싶다. 그다음에 제가 야당에 찾아가 설명드리겠다’고 박 대통령에게 말했어요. 박 대통령이 ‘알겠다’고 했지만 급한 거야. 수요일에 발표해버린 겁니다.” 

    결과는? 

    “혼사도 엉망이 됐고 야당은 ‘대통령이 야당 무시하고 독단으로 총리 밀어붙인다’는 명분으로 책임총리 카드를 못 쓰게 한 거죠. 아마추어도 이런 아마추어가 없어요.”

    “아이고 제가 실장이 있습니까?”

    2004년 7월 20일 당시 김병준 대통령비서실정책실장이 박근혜 신임 한나라당 대표에게 노무현 대통령의 축하난을 전하고 있다. [서영수 동아일보 기자]

    2004년 7월 20일 당시 김병준 대통령비서실정책실장이 박근혜 신임 한나라당 대표에게 노무현 대통령의 축하난을 전하고 있다. [서영수 동아일보 기자]

    박 대통령 측이 왜 그렇게 한 거죠? ‘패닉’ 상태여서? 

    “박 대통령은 저와 토론도 곧잘 하고 멀쩡했어요. 다만, 토요일에 촛불집회가 있는 것을 너무 겁냈어요. 새 사람을 서둘러 내놓으면 토요일 집회가 좀 잠잠해질까 기대한 건지도 모르죠.” 

    김 전 실장이 “왜 발표를 이렇게 했느냐”고 따지자 박 대통령은 “아이고, 제가 (비서)실장이 있습니까, (정무)수석이 있습니까? 차석(비서관을 지칭하는 듯)에게 이야기했는데 그가 당에 전화하다 퍼지는 바람에”라고 말했다고 한다. 김 전 실장은 “박 대통령이 총리 문제를 처리할 때까진 비서실장과 정무수석의 사표를 수리하지 말았어야 했다. 답답한 상황이었다”고 했다. 김 전 실장에 따르면, 박 대통령에겐 탄핵까지 가지 않을 기회가 또 있었다고 한다. 

    어떤 기회였나요? 

    “최순실 게이트와 관련된 박 대통령의 두 번째 담화였죠. 박 대통령이 대국민 사과를 했어요. 저는 이미 기자회견에서 책임총리로서 모든 권한을 쥐고 행사한다고 했어요. 박 대통령과 저 사이에 그렇게 이야기가 됐으니까. 박 대통령이 이 담화에서 사과한 뒤에 ‘2선으로 물러난다. 새 총리 후보를 지명했으니 국회에서 잘 처리해주시고 이분이 국정을 이끌어가게 해달라’고 했으면 이렇게까지 안 갔다고요. 그런데 최순실에 대해 사과만 하고 별말을 안 해요. 마치 자기가 국정을 계속 이끌 것처럼 들리게 해버린 거죠.” 

    당시 국회 의석 분포상 여당인 새누리당 비(非)박근혜계가 박 대통령 탄핵소추안에 찬성표를 던지지 않으면 박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 가결은 불가능했다. 박 대통령이 책임총리에게 완전한 권한 이양을 한다고 천명했다면 비박계가 탄핵에 동조할 명분이 없어져 국회에서 탄핵이 추진되기 어려웠다는 뜻으로 들렸다. 김 전 실장의 이런 증언은 탄핵 정국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다.

    “당시 야당 친구들, ‘나쁜 사람들’”

    만약 박 대통령이 그렇게 말했으면 비박계도 탄핵 동참 대신 다른 방법을 찾았을 것이다? 

    “그러니까요. 그때 누군가가 박 대통령을 부추겼던 것 같아요. ‘2선으로 물러난다고까지 이야기할 필요 없습니다’라면서 박 대통령의 판단을 흐리게 했을 수 있죠. 의심이 가는 사람이 있어요.” 

    누군가요? 

    “제가 말할 수는 없고 다만 청와대 스태프가 다 바뀌었잖아요. 한광옥 씨가 들어가고…. 그러면서 박 대통령이 ‘어쩌면 빠져나갈 수 있겠다’ 하는 자신감을 갖게 된 것 같아요. 제가 한광옥 전 비서실장을 만나면 한번 물어보고 싶어요. 왜 비서실장을 하겠다고 했는지. 그는 비서실장을 해선 안 되는 사람이거든요.” 

    왜 그렇습니까? 

    “그분의 위상에 맞지 않죠. 외교·안보 권한만 있는 대통령의 비서실장이 무슨 일을 할 수 있을까요?” 

    책임총리가 박 대통령에게 밀릴 가능성은 없었나요? 

    “제가 밀릴 이유가 없죠. 물론 헌법에 ‘총리는 대통령의 명을 받아 내각을 통할한다’고 묘하게 되어 있긴 해요. 이론적으로, 박 대통령이 이를 근거로 ‘내 명을 받아라’면서 책임총리를 압박할 순 있어요. 그러나 저 같은 사람이 보기에, 그는 이미 정치 생명이 다한 대통령이죠. 그런 대통령에게 제가 왜 밀리겠어요. 제가 책임총리가 됐다면 박 대통령은 청와대 관저 밖으로 움직이지 못했을 겁니다. 저는 당시 야당(현 더불어민주당) 친구들에게 ‘나쁜 사람들’이라고 했어요.”

    “죽은 호랑이 들어내기 위한 천만 촛불?”

    나쁜 사람들? 

    “박 대통령은 이미 죽은 호랑이죠. ‘죽은 호랑이를 들어내기 위해 천만 촛불이 있었다’고 하는 것은 이상한 거죠. ‘책임총리가 오면 판이 어떻게 바뀔지 모르니 빨리 대선 하자’는 게 야당의 실제 마음이었던 거죠. 제가 책임총리가 됐다면 이들에게 정책으로 치고 들어갔을 거예요. 그러면 야당이 곤란해졌을 겁니다.” 

    김 전 실장은 ‘노무현 대통령 사람’인데 박 전 대통령이 총리 후보로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당시 여당인 새누리당에서 저를 강력하게 추천했다고 해요. 제가 노무현정부 시절 정책실장을 하면서 새해나 기념일 때 박근혜 야당 대표를 예방하는 ‘꽃 당번’ 노릇도 했어요. 박근혜 대표가 청와대에 오면 주로 제가 옆자리에 앉았고. 이래저래 이야기를 자주 나눴어요. 게다가 제가 박정희 전 대통령과 인연이 깊은 영남대를 나왔고….” 

    만약 그때 책임 총리가 됐다면 사드 문제를 어떻게 할 생각이었나요? 

    “저는 박 대통령에게 ‘사드 배치에 반대한다’고 했어요. 다만, ‘국가 간 약속을 한 상태니 그 약속은 지켜야 한다’고도 했죠. 박 대통령이 ‘왜 반대하냐?’고 물어요. 저는 ‘안보 라인의 보고만 받고 결정하신 것 같다. 산업적 측면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것 같다’고 했죠. 박 대통령의 처지에서 제가 건방진 사람으로 느껴졌겠죠. 국정교과서에 대해서도 ‘국가권력이 사람의 생각을 바꾸려들면 안 된다’고 했죠. 한진해운 건도 박근혜 정부는 해운산업의 전후방효과를 생각지 않고 금융 논리만 갖고 처리했어요. 박근혜 정부 시절 이런 말이 안 되는 결정들이 있었어요.” 

    박 대통령은 김 전 실장에 대해 좀 걱정했겠네요. 

    “아마 ‘이 양반이 내 걸 다 엎는 건 아닐까?’ 하고 생각했겠죠. 그러나 자기가 급하니.” 

    박 대통령이 비박계나 야당을 원망하진 않았나요? 

    “그럴 여유가 없죠. 제가 박 대통령에게 ‘검찰 조사받으세요. 자진해서 조사받는 게 좋습니다. 현직 대통령이 검찰청 포토라인에 설 이유는 없습니다. (책임총리가 되면) 제가 온몸으로 막겠습니다. 서면조사나 면담조사가 될 겁니다’라고 말했어요. 박 대통령은 ‘받겠다’고 약속했죠.” 

    박 대통령이 김 전 실장의 요청을 거부한 적도 있나요? 

    “한 가지 있었어요. 탈당 문제. 제가 박 대통령에게 ‘탈당하십시오’라고 하자 박 대통령이 ‘안 하겠다’는 말 대신 ‘제가 어디까지 밀려야겠습니까? 제가 어디까지 밀려야 합니까?’라고 한탄했어요. 저도 좀 미안한 마음이 들어 ‘탈당 문제는 나중에 이야기하죠’라고 했습니다.” 박 대통령은 탄핵-구속된 후에도 자신이 세우다시피 한 자유한국당(구 새누리당)을 스스로 나가지 않았으며, 2017년 11월 한국당에 의해 출당됐다.

    “자영업자들 큰 타격받아”

    김병준 전 대통령비서실정책실장은 “지금 우리나라 진보진영은 제대로 된 ‘성장이론’을 갖고 있지 않다”고 말한다. [지호영 기자]

    김병준 전 대통령비서실정책실장은 “지금 우리나라 진보진영은 제대로 된 ‘성장이론’을 갖고 있지 않다”고 말한다. [지호영 기자]

    ‘노무현의 최측근 정책통’으로서 김 전 실장은 문재인 대통령을 “말이 없고 점잖은 분”으로 기억했다. 그는 문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대해 “준비가 안 된 듯한 기분이 든다”고 했다. 특히 핵심 정책인 소득주도성장과 관련해 “허점이 있다. 제대로 된 성장 이론이 없다”고 지적했다. 

    성장이 없으면 분배에도 문제가 발생할 것 같은데요. 

    “진보야말로 단단한 성장 이론을 갖고 있어야 해요. 성장하지 않는 곳에선 어려운 사람이 더 어렵게 되니까요. 마르크스도, 케인스도 나름의 성장 이론을 갖고 있었죠. 문재인 정부가 소득주도성장이라는 성장 이론을 들고 온 것 같아요.” 

    소득을 늘려 성장하자는 뜻 같은데요. 

    “근로자 임금을 올려 내수를 강화하고 시장을 돌게 하겠다는 국제노동기구(ILO)의 ‘임금주도성장’에서 따온 것 같긴 해요.” 

    우리나라 실정에 잘 맞는다고 보나요? 

    “근로자 비중이 높은 미국이나 유럽에선 임금주도성장이 먹혀요. 미국의 자영업자 비중은 6.5%밖에 안 됩니다. 반면, 자영업자 비중이 26~30%로 높은 우리나라에선 자영업자의 소득이 높아져야 해요. 그러려면 자영업자 비중이 낮아져야 하고 산업체가 자영업자들을 고용해줘야 해요. 소득주도성장은 이런 자영업자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갖고 있지 않아요. 당장 정부가 최저임금을 크게 올리니까 아르바이트생을 쓰는 영세 자영업자들이 가장 큰 타격을 받죠. 또 우리나라는 수출주도형 경제인데 근로자 임금이 오르면 수출경쟁력이 떨어지죠.” 

    그래서 문재인 정부는 ‘혁신성장’도 이야기합니다만. 

    “혁신성장을 말하는 그날로 문제가 생겨요. 혁신성장의 상당 부분이 소득주도성장과 부딪치니까. 혁신성장은 기업에 인센티브를 줘서 투자 의욕을 높여주는 것인데, 소득주도성장은 근로자의 고용안전성을 높여서 이런 투자 의욕을 위축시키죠.” 

    김 전 실장은 “(문재인 정부가) ‘소득주도성장’도 하고 ‘혁신성장’도 하고 ‘사람 중심 성장’도 하고, 다 하는 것 같다. ‘다 한다’는 것은 뭐냐? Everything is Nothing. ‘아무것도 없다’는 뜻이다. 이 정도는 아니겠지만 걱정이 된다”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청년 실업률이 사상 최고로 치솟았습니다. 

    “청년 실업률은 높아질 수밖에 없어요. 문재인 정부 탓이 아니라 기본적으로 자동화가 촉진되기 때문이죠. 고용 없는 성장은 하나의 거대한 물결로 다가와요. 따라서 고용을 늘리는 구조로 우리 산업을 바꿔야 하는데, 이런 게 없어요. 답답한 것은 사회적 기업, 협동조합 이런 걸 강조하거든요.”

    “몽땅 주변 사람들로 둘러싸고 있어”

    박원순 서울시장이 협동조합을 강조하죠. 

    “사회적 기업이나 협동조합은 젊은이들이 원하는 일자리가 아니거든요. 고용 창출이 많이 되는 서비스산업 비중을 높인다든지, 산업정책이 눈에 확확 들어와야 하는데 지금 이런 정책이 없어요. 청년들은 지금도 딱하지만 미래도 안 보인단 말이죠. 2~3년 뒤엔 좋은 일자리를 얻겠거니 하는 희망이 있어야 버틸 수 있는데 그렇지 않아요. 제조업은 오히려 대형 소비시장에서 가까운 미국, 유럽, 중국으로 빠져나가고 있어요. 청년들이 위기를 피부로 느껴요.”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은 일을 잘하고 있다고 보나요? 

    “들여다본 적이 없어서 모르겠지만 전체적으로 고민이 많을 겁니다. 어느 정부에서나 정책 혼선이 나타나죠. 그 혼선이 방향성을 가진 혼선이냐, 마구잡이로 나온 혼선이냐. 지금 뭔가 조율이 잘 안 되는 것 같아요. 예를 들어, 암호화폐 거래소 폐쇄 이야기에 놀랐어요. 왜 법무부가 앞서 나옵니까? ‘청와대가 조율을 못 하는 건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들어요. 기획재정부가 가닥을 잡고 그 안에서 법무부가 부수적으로 움직이는 게 맞죠.” 

    산업구조 조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는데, 청와대 정책실이 왜 선뜻 못 한다고 보나요? 


    “산업구조를 조정하려면 노조를 건드릴 수밖에 없어요. 그런데 노조의 지원을 받고 있는 정부가 노조의 심기를 건드리는 정책을 함부로 추진할 수 있을까요? ‘산업정책이 부실한 이유가 여기 있는 게 아닌가’ 해요. 정책적 해법이 굉장히 제한되거든요.” 

    총리 후보 경험에 비춰볼 때 이낙연 총리는 역할을 잘하고 있나요? 

    “역할이 잘 안 보이죠. ‘실세 총리’라고 그러는데, 저는 잘 안 믿고요. 청와대와 조율 없이 총리가 힘을 쓸 수 없어요. 대통령이나 청와대 주요 인사가 ‘그건 총리 개인 의견이고’라고 한두 번만 말하면 그날로 허세가 돼버리니까요.” 

    김 전 실장은 “권력을 잡으면 자기들끼리만 똘똘 뭉쳐서 놀거든, 아주 무책임하게”라면서 문재인 정부에 대해서도 “패권주의”라고 말했다. 이어 “몽땅 자기 주변 사람들로 둘러싸고 있다. 또 노조에 회유되는 대중영합주의를 펴고 있다. 인재 육성이라든지, 산업구조 개편이라든지 해야 할 개혁을 안 한다”고 말했다.

    “노무현의 눈물”

    김 전 실장은 한국당의 서울시장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일부 문 대통령 지지자들은 “노무현 정부 청와대 정책실장 출신인 그가 한국당 서울시장 후보가 되는 것은 철새 행위”라고 말한다. 이에 대해 김 전 실장은 “노무현의 철학을 갖고 논쟁하고 싶다”고 했다. 

    “노무현 대통령이 눈물을 삼키면서 박근혜 야당 대표에게 대연정을 제안했어요. 제가 옆에서 봤죠. ‘지도자끼린 서로 통하지 않느냐. 국가만 생각하자’고 노 대통령이 말했죠. 박 대표는 방어적이었고 거절했죠. 이때의 노무현의 아픔을 가슴에 한번 담아본 적이 있는지 묻고 싶습니다. 이때의 노무현에겐 국가만 있었고 진보와 보수는 없었어요. 진영을 갈라 싸우기만 하다 집권하면 패권주의자가 되는 정치에서 벗어나지 않고는 국가는 한 걸음도 움직일 수 없어요. 패권정치가 청년의 미래를 잠식하고 있습니다.” 

    한국당 한 관계자는 “김 전 실장은 당적을 가진 적이 없어 철새 논란은 적합하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김 전 실장은 서울시장 도전 여부와 관련해 “한국당이 이기기 어려운 선거다. 한국당 후보로 나가서 희생되는 건 상관이 없는데, ‘폐기물’이 아니라 ‘거름’이 되고 싶다. ‘폐기물’은 정당의 악폐를 답습하다 지는 후보이고 ‘거름’은 정당을 개혁하다 지는 후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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