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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력특집 | 미완의 합의, 불안한 미래 |

김희상 前 노무현 대통령 국방보좌관

“文정부 중재가 김정은 살리고 한미동맹 흔들 가능성”

  • | 허만섭 기자 mshue@donga.com

김희상 前 노무현 대통령 국방보좌관

  • ● 우리 정부가 북·미 엮을 때부터 우려
    ● 한미연합훈련 중지, 문 정부 탓도 있다
    ● ‘훈련 줄이자’ ‘빼라’…미국 짜증
    ● 불완전한 비핵화 대가로 미군 철수 가능
김희상 前 노무현 대통령 국방보좌관
노무현 정부 시절 대통령 국방보좌관을 지낸 김희상 한국안보문제연구소 이사장(예비역 육군 중장)은 “역사적 북·미 정상회담에…”라는 기자의 말에 “역사적은 무슨, 참사지”라고 말했다. 이어지는 김 이사장과의 대화 내용이다. 

TV로 봤나요? 

“봤는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하자는 대로 다 해준 것 같아요. ‘로동신문’에 나온 내용이 합의문에 옮겨졌다는 말까지 있어요.” 

합의문 3항에서 ‘판문점 선언을 재확인하면서….’ 

“이런 북·미 합의가 나온 상황을 우리 정부가 만들어준 셈이죠. 지난해 말까지 북한이 최대압박(Maximum Pressure)으로 인해 체제 위기에 몰려 있었거든요. 그때 미국이 군사적으로 준비하고 있어 북한이 굉장히 위기를 느끼고 있었죠. (우리 정부가) 끌어내 트럼프 대통령에게 연결해준 것이고요.”


“당장 나가진 않겠지만”

3항에서 북한이 한반도 비핵화 노력을 하기로 약속했는데요. 

“별 의미가 없는 것 같아요. 지금까지 이런 약속이 한두 번이었나요?”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연합훈련을 중단하겠다고 밝혔죠. 

“거기에다 당장은 아니라면서도 주한미군 철수 가능성까지 제기했죠. 다른 사람도 아니고 미국의 군 통수권자가 이렇게 말했으니, 아이고 참.” 

한미연합훈련을 중단하면 현재 한국에 주둔하는 미군은 어떻게 됩니까? 

“당장 나가진 않겠지만, 이들이 뭘 할까요? 훈련은 군의 기본 임무이고 연합훈련은 동맹군의 기본 임무죠. 이것을 중단하겠다는 것은 동맹이 흔들리게 된 것으로 받아들여지죠. 허허.” 

트럼프 대통령은 평소에도 주한미군을 부정적으로 인식했죠. 

“미국의 돈으로 부자 나라를 지켜준다는 식으로 말했죠. 우리 정부가 자초한 측면도 있어요. 북한과 무슨 일이 있을 때 ‘훈련 규모를 줄이자’ ‘이 전략자산을 빼라’는 식으로 미국에 요구했다고 해요. 지난번에도 B-52 폭격기가 오는 걸 막은 것으로 알려졌죠. 미국 정부가 사실 짜증이 나 있었어요.” 

트럼프 대통령은 연합훈련 중단 배경으로 비용 문제도 언급했다. 일부 군 전문가들에 따르면 대규모 연합훈련과 미 전략자산 한반도 전개 등에 1000억 원 정도 비용이 들 수도 있다고 한다. 김 이사장은 “감당 못할 비용은 아니다. 수십 년간 그렇게 해왔다. 트럼프 대통령이 방한했을 때 우리 정부가 그에게 평택 미군기지도 보여줬는데 그가 그런 건 다 잊어버린 모양”이라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내 북·미 정상회담을 중재한 것에 대해 많은 국민이 지지합니다만, 이런 중재를 비판적으로 보는 건가요? 

“그렇게 우리 정부가 북·미 정상회담을 엮을 때부터 제가 우려했어요. 브루스 베넷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 같은 전문가는 ‘북한이 핵을 폐기 안 하면 죽든지 혼이 나겠구나 하는 생각을 갖지 않으면 백약이 무효’라 말하죠. 그렇게 할 절호의 기회였어요. 그런데 우리 정부가 손을 써서 북한과 미국을 연결해준 것이죠. 회담을 여는 자체가 김정은 체제를 살려주는 일이죠. 북한의 핵무기는 완성 단계에 접어들었어요. 조금만 더 여유를 주면 우리나라에 큰 위협이 됩니다. 지금 더 심각한 상황이 됐어요.”


“회담 열리면서 김정은 기사회생”

3월 8일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서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그의 참모들에게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장의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동아DB]

3월 8일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서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그의 참모들에게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장의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동아DB]

지난해 12월 당시 미국 정부의 보고서는 ‘북한 핵무기의 실전 배치까지 몇 개월이 안 남았다’고 했죠. 이런 평화 국면에서 북한이 핵무기를 완성할 수도 있다는 뜻인가요? 

“내부에서 만들겠죠. 폐기할 가능성은 없고요.” 

많은 사람은 트럼프 대통령이 CVID(완전하고 검증 가능하고 불가역적인 비핵화)를 어떻게 이끌어낼지 궁금해했습니다만. 

“북한에 줄 수 있는 건 경제적 보상과 체제 보장입니다. 북한이 말하는 체제 보장이란 자기들이 느낀다는 군사적 위협인 주한미군의 철수를 전제로 하죠. 저는 우리 정부가 중재한다고 할 때 그게 겁이 났어요. 중재란 양쪽 요구를 절충하는 것인데 미국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폐기를 양보할 수 없어요. 북한은 핵 폐기를 양보할 수 없죠. 그러면 결국 중재란 ‘북한 핵의 동결 아니냐?’ 하는 거죠. 그럴 가능성을 겁내 전직 CIA(미 중앙정보국) 고위 인사에게 '무엇으로 북한의 양보를 끌어내려고 하느냐'고 물었더니 뜻밖에 '평화협정'을 말하더군요. 깜짝 놀랐습니다. 그것은 통상 주한미군 철수를 전제하는 말이기 때문에.” 

김 이사장은 문 대통령의 중재로 남북 정상회담과 북·미 정상회담이 열리면서 김정은이 기사회생했고 두 회담에서 제시된 평화협정 또는 평화체제가 실현되면 한미동맹을 흔들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이어 그는 한미동맹 해체와 주한미군 철수가 한국의 안보를 위협할 것이라고 했다. 

“북한은 핵무기 외에 대량살상무기도 많이 갖고 있고 다양한 직·간접 침투도발 역량도 갖추고 있어요. 특히 오늘날 우리에게 가장 위협적인 존재는 중국 국가주석 시진핑의 팽창주의 야심이죠. 이것을 막을 방법으론 주한미군, 연합사로 연계된 한미군사동맹체제 이상이 없어요. 아예 없어요. 중국에 대처해 우리를 지켜줄 나라는 이 지구상에 미국 외에 없잖아요. 미국은 태평양 건너 멀리 있고 중국은 가까이 있죠. 주한미군이 있음으로 해서 한반도상의 전략 균형이 이뤄지는 겁니다. 주한미군이 빠져나가면 균형이 하루아침에 무너지죠. 중국은 ‘핵실험과 한미연합훈련, 쌍중단’을 요구합니다. 주한미군 철수에 북한보다 더 목을 매죠. 2010년 천안함 사태 때 중국이 미 항모 조지 워싱턴 호의 서해 진입을 한사코 막아 나선 속내도 그렇습니다. 그 때 중국이 '서해엔 공해가 없다'고 했어요. 서해를 내해화 하려던 것이고 서해가 중국의 내해가 되면 한반도 중국화의 디딤돌이 될 것이기 때문이죠.” 

일부 전문가들은 평화협정이 미군 철수와 바로 이어지진 않는다고 주장하는 반면, 문 대통령의 복심으로 통하는 문정인 대통령외교안보통일특보는 평화협정이 체결되면 주한미군의 정당성이 훼손될 수 있다는 취지로 말했다. 이와 관련해 김 이사장은 “북한이 비핵화를 시작도 하기 전에 미국 대통령이 주한미군 철수, 평화협정, 종전 선언을 직접 언급하면서 상황이 더 악화됐다”고 했다. 

“평화협정을 체결하면 문정인 특보가 말하는 것처럼 주한미군의 정당성이 흔들리는 건 사실입니다. ‘둘은 관계가 없다, 주한미군은 동맹 문제이고 평화협정은 다른 문제’라고 하지만 국내에서 ‘평화협정 맺었는데 외국 군대가 왜 필요하냐?’는 소리가 나올 수밖에 없어요.”


“주한미군 존재하기 어렵게 되어가는 중”

연내 추진될지도 모르는 종전 선언은 어떤가요? 

“종전 선언을 하면 유엔사령부가 존재해야 할 이유가 없어져요. 정전 상태인 한국전쟁을 계속 관리하기 위해 유엔사가 한국에 와 있는 것이니까. 유엔사 해산으로 이어질 겁니다.” 

유엔사가 없어져도 한미연합사령부가 있지 않나요? 

“지금 유엔사 부사령관으로 캐나다군 중장이 와 있습니다. 한국 정부가 전시작전통제권을 조기에 전환하려 하자 미국은 ‘전작권이 전환되면 한미연합사가 무력화되는데 그러면 뭘 갖고 대처하나’라고 고민하다 ‘유엔사를 강화해 대처하면 되지 않을까’라고 생각한 것이죠. 그런데 종전 선언은 유엔사가 존재할 기반을 미리 없애버립니다. 유엔사는 일본의 7대 전략 후방기지를 통제하는 역할도 수행합니다. 구조적으로 주한미군이 존재하기 어렵게끔 되어가고 있어요. 이걸 누가 먼저 꺼냈느냐. 우리 정부가 먼저 했단 말이죠.” 

어떤 근거로 그렇게 보는 건가요? 

“(문 대통령이) 4월 27일 판문점 선언에 한반도 비핵화, 종전 선언, 평화협정을 담는 데에 동의했어요. 이 셋은 북한과 중국이 주한미군을 몰아내기 위한 명분으로 써먹던 용어죠. 이것을 우리 정부가 받았고 이번에 미국도 받았어요. 여기에다 우리 정부는 걸핏하면 미군에 이번엔 오지 말라고 하고 대통령의 복심은 주한미군 철수와 한미동맹 해체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시사합니다. 또, 우리 정부는 전작권 조기 전환까지 추진합니다. 전작권이 전환되면 1978년 한미 합의에 따라 연합사는 곧바로 해체되는데, 연합사가 해체되면 한미군사동맹은 형해화 될 수 밖에 없고 자연스럽게 주한미군 철수로 이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연합사는 동맹의 기능을 수행하는 핵심 수단인 동시에, 박정희 전 대통령이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의 주한미군 철수론에 자극을 받아 연합사 창설을 구상했다고도 하듯이 미국에 한국 방위의 책임을 지워 주한미군을 묶어 두는 실질적 장치이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우리 정부가 이렇게 하는 판에 미국 대통령도 주한미군 철수를 말하고 있단 말이죠. 중국과 북한도 철수를 주장하고요. 상황이 이러한데 주한미군이 어떻게 유지되겠습니까.” 

미국 내에선 여전히 ‘주한미군을 계속 유지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은데요. 

“미국 내 많은 사람이 ‘주한미군이 철수하면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여도 한국 안에서 이렇게 나오면 도리 없이 철수할 수 있죠. 미국은 70개국에 군대를 파병하고 있습니다. 미군 관련 문제가 나오면 미국은 ‘그 나라 국민이 결정하는 것’이라고 말하죠. 실제로 1990년대 필리핀인들이 결정하니 미국은 하루아침에 태평양 전략요충지인 마닐라만에서 나왔어요. 이후 필리핀 앞바다는 중국 해군의 놀이터가 됐고 중국 군사기지도 만들어졌죠. 필리핀이 고초를 겪었어요.”


“국민이 깨어 있어야”

‘주한미군이 철수해도 어쩔 수 없다’는 쪽으로 한국 내에서 진행되고 있다? 

“그렇게 볼 수도 있는 거죠. 국민이 지혜로워야 하고 깨어 있어야 해요.” 

문 대통령이 북·미 정상회담을 중재하지 않은 게 나을 뻔했다? 

“물론이죠. 처음부터 중재해선 안 되는 일이었죠.” 

그러다 전쟁이 나면?

"트럼프 대통령의 '최대 압박'으로 인해 긴장이 높아지긴 했지만 그런 식으로 위협해 양보를 얻어내는 것은 예로부터 많은 지도자가 해오던 방식입니다. 물론 부담은 크지만 그런 정도의 긴장도 없이 김정은의 양보를 받아낼 수 있을까요? 또한 군사공격이 무조건 전쟁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매티스 미국 국방장관이 '서울에 큰 피해 없이 북한을 타격할 수 있다'고 했듯이 반드시 참혹한 피해가 뒤따르는 것도 아니죠. 그것은 우리가 작전을 어떻게 전개하느냐에 따라 다를 것입니다. 솔직히 중국이라면 몰라도 미국과 북한이 무슨 전쟁이 되겠습니까?"

미국은 후속 합의를 통해 북한 비핵화를 실현하겠다고 합니다. 

“미국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CVID 아니면 안 된다고 해놓고 CVID를 못 만들었어요. 이후에 어떻게 만듭니까.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약속을 뒤집는 것을 어렵게 생각하지 않는 사람으로 알려져 있죠. 북·미 합의로 인해 본인이 정치적으로 잃는 게 더 많다고 판단하면 11월 미국 중간선거 전에라도 정반대로 돌아설 수도 있다고 봐요.” 

김 이사장은 북한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줄 비핵화 선물과 관련해 “핵탄두를 미국으로 반출해주는 일은 없을 것이다. 핵 실전배치 수준 같은 중요 정보가 공개되니까. 영변 핵시설 같은 곳에 대한 선별적 사찰을 수용하는 선이 될 것이다. 대신 미국에 종전 선언 같은 대가를 요구할 것 같다”고 전망했다. 그는 북한의 불완전한 비핵화를 얻으려고 한미동맹 유명무실화를 초래할 일을 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신동아 2018년 7월 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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