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3월호

단독취재

조성길 북한 대사대리 한국에 못 온 진짜 이유

“탈출 때 못 데려온 고교생 딸 北 압송된 때문”

  • 허만섭 기자

    mshue@donga.com

    입력2019-02-18 14:5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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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딸, 로마 소재 북 대사관에서 못 나와”

    • “한국 오거나 공개 발언하면 北이 딸 해칠까 걱정”

    • “해외에서 평생 침묵하며 은신할 것”

    • “딸 정치범수용소 구금 가능성” <대북전문가>

    • 국정원, 조성길 딸 북송 여부에 “긍정도 부정도 않겠다”

    조성길 이탈리아 주재 북한 대사대리(왼쪽) 이탈리아 로마시 소재 북한대사관 전경 [동아DB]

    조성길 이탈리아 주재 북한 대사대리(왼쪽) 이탈리아 로마시 소재 북한대사관 전경 [동아DB]

    조성길 이탈리아 주재 북한 대사대리가 잠적한 사실이 1월 초 외신을 통해 알려졌다. 그는 부인과 함께 로마에서 남쪽으로 11km 떨어진 북한대사관을 탈출한 뒤 이탈리아 정보 당국의 보호를 받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조성길의 탈북은 국제사회의 큰 관심거리가 됐으며 북한을 발칵 뒤집어놓았다. 그는 탈북한 북한 외교관 중에 가장 지위가 높은 인사다. 외교가에 따르면, 북한 당국은 조성길의 잠적 직후 체포조를 현지에 급파했다. 또한 외무성과 노동당 인사들이 줄줄이 처벌됐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국내외 대북전문가들은 “조성길이 북한의 유력 가문 출신으로 엘리트 계층의 동향 등에 관한 고급 정보를 많이 갖고 있다”고 말한다. 망명 이유로는 ‘상납금 사고’ ‘자녀교육’ 등이 거론됐다. 조성길과 사적으로 아는 안토니오 라치 전 이탈리아 상원의원은 한 매체에 “두 자녀를 키우기 위해 망명을 선택한 것 같다”고 말했다. 조성길의 행선지로 “미국” “서방국가”(국정원)가 거론되는 가운데, “정부가 조성길의 한국행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조성길 지금 아주 난처한 상황에 처해”

    이런 가운데, 조성길 대사대리처럼 유럽의 북한외교관으로 근무하다 2016년 탈북한 태영호 전 영국 주재 북한 공사는 ‘신동아’에 “조성길 대사대리가 부인과 탈출하면서 고교생 딸을 데리고 나오지 못했으며 딸이 북한에 압송됐다”고 밝혔다. 태 전 공사는 조성길 대사대리와 사적으로 잘 아는 사이다.

    - 조성길 대사대리의 탈북을 놓고 많은 사람이 관심을 가집니다.


    “일부 언론이 ‘상납금 때문에 탈북했다’고 보도합니다. 그러나 조성길이 김정은의 돈에 손을 댔다면 북한이 즉시 조성길을 조치했을 겁니다. 지금 조성길은 아주 난처한 상황에 처했어요.”



    - 어떤 상황이죠?

    “탈북을 했는데 자녀를 데리고 탈북하지 못했어요. 로마에서 같이 살다가 본인과 부인만 탈북한 거죠. 그래서 북한이 그 자녀를 즉시 (본국으로) 압송했어요.”

    - 북송된 자녀가 아들인가요?

    “제가 알기로는 딸, 고등학생인 것으로 압니다.”

    태 전 공사는 조성길의 자녀가 아들, 딸 두 명인지, 나머지 한 명의 거취에 대해선 말하지 않았다.

    - 사실이라면 조성길 대사대리는 딸 때문에 고민이 많겠네요.

    “그렇죠. 아마 자기가 먼저 나오고 딸도 나올 걸로 치밀하게 계획을 짰는데 어떻게 북한이 사전에 알아챘는지 딸이 나가려는 순간에 못 나가게….”


    “딸이 나가려는 순간 못 나가게…”

    - 딸의 안전을 굉장히 걱정할 텐데요. 조성길 대사대리는 이 문제를 어떻게 풀려고 할까요?

    “조성길은 아마 자신이 어디에 있다는 거처를 공개도 하지 못하고 그렇게 영원히 침묵 속에서 가만히 있을 겁니다. 북한은 탈북해 김정은 시스템 비난이나 반북 활동을 하지 않고 어디서 조용히 지내고 있으면 본국에 남은 가족에 대한 처벌 수위를 그만큼 약화시킵니다.”

    태 전 공사는 조성길 딸의 북한 압송 소식을 알기 전까지는 조성길의 한국행을 도와달라고 한국·이탈리아·유엔에 탄원했다.

    - 조성길 대사대리는 한국으로 올까요?

    “그가 한국에 올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봐요. 설사 한국에 들어온다고 해도 그 누구에게도 알리지 않고 조용히 살아갈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조성길이 한국에 들어오면 그 비밀이 오래가겠습니까? 절대 비밀이 오래 보장되지 않아요. 조성길이 설사 조용히 살아도요. 북한은 조성길이 한국에 있다는 것을 아는 순간 그의 딸을 지방으로 추방합니다. 사정이 이러하기 때문에 조성길은 한국에는 절대 안 올 겁니다.”

    - 지방으로 추방한다는 건 무슨 의미인가요?

    “평양보다 생활 조건이 열악한 곳으로 보내는 것이죠. 부모의 탈북에 대한 연좌제(연대책임을 지워 처벌하는 것)인데, 북한은 탈북에 대한 연좌제로 죽이진 않습니다. 정말로 살기가 어려운 곳으로 보내겠죠.”

    - 조성길 대사대리는 한국에 못 온다면 어디에서 살까요?

    “글쎄요. 저도 그의 거취를 알아보려고 노력했어요. 저는 딸이 그렇게 된 줄 몰랐어요. 유엔에도 (조성길이 한국에 올 수 있게 해달라고) 편지를 보냈고 이탈리아 정부와 강경화 외교부 장관에게도 편지를 보냈어요. 이런 (조성길의 자녀가 탈북에 실패해 북한에 압송된) 상황이기 때문에 유엔, 이탈리아정부, 우리 정부도 조성길의 거취를 확인해주지 않고 있고, 또 확인해줄 수도 없는 것 같습니다.”

    - 그의 소재지를 예상은 해볼 수 있지 않습니까?

    “유럽의 어느 나라에 있을 것으로 여겨집니다. 조성길 씨가 이탈리아어와 프랑스어를 잘합니다. 전공이 프랑스어였어요. 살려면 언어적으로 가까운 지역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태 전 공사에 따르면, 북한 외교관이 정치적 망명을 요청하면, 유럽연합은 외교관 출신인 점을 고려해 거처를 마련해주고 직업을 얻을 때까지 생활보조금과 의료보험을 제공한다. 태 전 공사는 조성길이 고급 정보를 갖고 있을 것이라고 본다.

    “조성길의 말을 들어보면, 김정은이 북핵 문제와 관련해 세 차례의 남북 정상회담과 한 차례의 북·미 정상회담을 하면서 내부적으로 어떤 의지를 갖고 어떻게 핵 문제를 다뤘는지 판단할 수 있을 겁니다. 조성길은 김정은 로열패밀리의 사치품 루트도 알 수 있겠죠.”

    - 김정은 일가를 위해 해외에서 구매한 사치품이 이탈리아로 모인다는데….

    “많은 경우 이탈리아에 모여 북한으로 들어갔습니다.”

    - 왜 그렇게 합니까?

    “김정은 로열패밀리가 사용하는 많은 물품이 이탈리아산입니다. 또한, 베네치아 등 이탈리아는 유럽 상품이 해외로 나가는 느슨한 곳입니다. 영국이나 독일에서 물자가 북한으로 가긴 힘들지만 이탈리아에서 홍콩 싱가포르 태국 등 3국을 거쳐 북한으로 가는 데는 상대적으로 통제가 느슨해요. 이 때문에 이탈리아가 평양행 사치품이 집결되는 허브가 됐어요.”


    “딸 北 할머니와 잘 지내게 조용히 살 것”

    태 전 공사는 “아마 조성길은 자신의 딸이 할머니와 북한에서 편안히 지낼 수 있게 김정은 위원장이 해주기를 바라는 의미에서, 거처도 밝히지 않고 조용히 살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봉 전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소장(전 국가정보원 단장)은 “태 전 공사가 조성길 대사대리 자녀의 탈북 실패와 북한 압송을 전했다면 사실이라고 본다. 딸은 정치범수용소에 구금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국가정보원은 조성길 대사대리 딸의 북송에 대해 “NCND(긍정도 부정도 않겠다)”라고 했다. 조 대사대리 부부의 소재지에 대해선 “확인해줄 수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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